[최영진의 부동산경제] GTX 확대 사업 '만능' 아니다

최영진

choibak14@kpinews.kr | 2022-07-21 17:24:20

서울 집값 문제 GTX로 해결?…尹 정부, 3개 노선 신설 검토
수도권 비대화 심화, 부동산값 상승, 인프라 과잉 공급 우려
경제·도시 정책, 정치논리 접근은 미래세대에 '큰 화' 될 수도

앞으로 수도권 도시의 흥망성쇠는 GTX(대심도 광역 급행철도)에 달려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GTX가 연결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관련 지역의 개발 수요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GTX를 포함한 여러 철도망이 교차되는 이른바 교통 수요가 많은 지역일수록 발전 속도는 빨라지게 된다.

지하철이나 전철만 뚫려도 엄청난 변화가 생기는 판에 서울 도심까지 10~20분 대 도달이 가능한 GTX 노선이 연결되면 어떤 바람이 불지 대충 감이 잡힌다. GTX 위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 아마 교통이 불편한 서울 외곽지 사람들도 GTX 정차 도시로 이주하려 들 것이다. 매일 출·퇴근에 한두 시간을 허비하는 처지라면 서울에서 좀 멀더라도 속도가 빠른 GTX가 있는 곳을 더 좋아하지 않겠나 싶다.

사람이 몰리면 도시는 자꾸 발전하고 반대로 인구가 줄어들면 쇠퇴의 운명을 맞게 된다. 수도권은 GTX 건설로 인해 도시 공간 구조가 확 달라지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소리다.

▲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4월 28일 오후 천안역에서 GTX-C 노선 천안 연장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 A노선 개통 시기 앞당기라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토교통부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GTX 등 교통망 확충을 통해 출·퇴근 불편을 해소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GTX-A노선의 개통 일정을 앞당기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예사로운 사안이 아니다. 앞으로 여러 분야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 추진 중인 GTX 망은 3개 노선으로 이중 파주 운정에서 화성 동탄을 잇는 A노선은 2024년 일부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이고 나머지 B(송도~서울역~마석)·C(수원~삼성~덕정)노선은 사업자 선정을 비롯한 착공에 필요한 사전 작업 추진에 분주하다.

B선의 경우 국가 재정으로 추진하는 용산~상봉 구간은 30년 개통 목표이고 나머지 구간은 미정 상태이고 C선은 27년 완공 예정이다. 완공 시기는 계획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어찌 됐던 3개 노선 건설은 확정됐다.

A노선 개통시기를 앞당기라는 대통령 지시가 떨어졌지만 부분 구간 조기 개통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완전 개통은 계획보다 더 늦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토부 GTX-D·E·F선 추가로 신설 검토
 
이로써 GTX 프로젝트는 마무리되는 줄 알았으나 최근 상황이 확 바뀌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별도의 D·E·F 노선 신설과 A·B·C 선의 연장 문제가 거론되면서 GTX 사업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도 김포 신도시 주민들이 요구하는 D선 신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 걸어 추진 중인 기존 노선은 물론 신설 3개 노선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것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내년 6월 기존 노선 연장 및 신설에 따른 최적 노선 안과 사업화 방안을 마련해 25년 상반기 '4차 국가 철도망 구축계획 수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혀 수도권 GTX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신설 노선의 통과지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당초 계획안에는 D선의 경우 인천공항~청라~부천종합운동장 구간과 김포 장기~계양~부천종합운동장~가산디지털단지~사당~삼성~잠실~교산~팔당, 그리고 삼성역에서 복정~광주~여주로 연결하는 노선이 거론되고 있다. 한때 국토부는 재정 문제를 들어 장기~부천종합운동장까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E선은 검안~김포공항~상암~평창~신내~덕소 구간으로 잡혀있고 F선은 수도권 외곽 순환선으로 김포공항~의정부~다산 신도시~덕소~교산~복정~기흥~수원~시흥~부천~신도림~김포공항으로 연결되는 형태다.

이런 엄청난 GTX 망이 곳곳에 깔리면서 수도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광역 도시화가 될 확률이 높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주요 역세권마다 주거·상업·업무 기능이 함께 들어가는 대규모 복합개발 붐이 일 것이고 더욱이 GTX와 기존 철도망이 교차하는 지역에는 대단위 주택단지 건설 추진될 수도 있다. GTX는 단순한 교통수단 기능을 넘어 수도권의 공간 구조를 변모시키는 거대한 개발 압력까지 지니게 될 것이다.

역세권 개발, 수도권 부동산 값 부채질 염려

그렇다면 GTX가 수도권의 주택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 주는 만능 프로젝트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겉으로 보면 수도권의 균형 개발로 서울 집중화를 진정시킬 것 같지만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염려되는 문제점들을 알아보자.

먼저 GTX 프로젝트는 안정을 찾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 여지가 다분하다. 지하철·전철 하나 들어서도 땅값·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마당에 1~2시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을 10~20분대로 단축시키는 초고속 GTX가 건설되면 그 파급력은 초 매머드 급이 되지 않겠나 생각된다.

추진 중인 3개 GTX 노선이 발표되자 역이 들어서는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2배 이상 뛰었다는 사실을 봐도 그렇다. 완공이 가까워지면 상승세는 더욱 거세질 게 뻔하다.

특히 GTX 노선이 6개로 늘어나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에는 부동산 값 상승을 주도하는 정차 역이 생길 판이다. 그만큼 수도권의 부동산 투기 판은 거세질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수도권 전부가 GTX 호재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GTX 정차역 신설 여부에 따라 도시의 미래가 결정 날 처지다. 개발 잠재력이 큰 역세권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또다른 지역 불균형을 불러올 소지도 있다.
 
교통 인프라 과잉 공급 우려
 
이뿐만 아니다. 교통 인프라 공급 과잉 현상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은 도로·지하철·전철과 같은 교통 인프라가 잘 구비돼 있는 편이다. 여기에 GTX 망을 거미줄처럼 쳐 놓는다면 이 수요를 다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구는 계속 줄고 새로운 형태의 교통수단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마당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건설한 GTX의 채산성을 과연 맞출 수 있을까 걱정된다.

GTX 사업은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한 터라 인프라 공급 과잉의 후유증은 피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설사 GTX의 채산성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기존 지하철과 전철의 수요 감소 문제가 해결 과제로 남게 된다.

다음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강도가 더욱 세질 것이라는 얘기다. 수도권은 각종 교통 인프라가 촘촘히 구축돼 있는데 반해 지방은 그렇지 못하다. 부산과 같은 대도시도 서울에 비하면 형편 없는 수준인데 중소도시는 어떻겠는가. 교통이 편리하면 산업과 인력은 그곳으로 몰리게 돼 있다. 대규모 GTX 망까지 만들어지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더욱 짙어질 게 분명하다.

일감이 토목 부문에 너무 몰리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GTX 확대 정책을 환영하겠지만 지금의 경제 흐름으로 볼 때 우리는 단순 교통 인프라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고부가가치 산업 시설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입장이다. 도로·철도 등의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축된 상황이어서 새로운 산업 분야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단순 교통 시설보다 도시 내의 낡은 가스·수도관 교체 사업이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
 
국책 사업 정치 논리보다 경제성 우선해야
 
주택 문제도 그렇다. 서울 집값이 비싸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난 서울 출·퇴근자들의 애환이야 오죽하겠느냐 마는 그렇다고 이 문제를 GTX 건설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좀 억지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곳곳에 GTX를 넣어주면 관련 지역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겠지만 미래 한국 경제와 국토 공간 구조 변화를 생각할 때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사업은 언젠가는 세금 먹는 하마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한 도로가 수요 감소로 활용성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매년 관리비 명목으로 엄청난 혈세가 낭비되고 있지 않는가.

GTX 건설과 함께 주요 역세권에 주택 공급 확충 방안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좋은 정책이 아니다. 20~30년 후 주택이 슬럼화하기 시작해도 역세권 수요가 여전히 풍성할지 의문이 간다.

무분별한 주택 공급은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 일본 예를 보면 섬뜩한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한때 우리에게도 꿈의 도시로 소개됐던 도쿄 근교의 다마 신도시는 이제 침체 도시로 전락했다. 70년 대 건설 당시 분양가 2억 원 수준의 아파트 가격이 5000만 원 선으로 떨어졌다지 않는가.

다마 신도시 같은 현상이 우리에게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일본보다 인구 감소 속도가 빠른 한국은 경제나 도시 정책을 표를 얻기 위한 정치 논리로 접근했다간 미래 세대에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GTX 확대 사업도 미래 지향적인 차원에서 세심한 조사·분석 과정을 거친 후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 최영진 대기자 / 도시계획박사

KPI뉴스 / 최영진 대기자 choibak1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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