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쌍방울그룹의 이상한 호소문
UPI뉴스
| 2022-07-19 17:12:13
이재명 의원 변호사비 대납 등 연결의혹 제기되지만
인맥 엮은 추론은 의혹 제기에 불과, 실체는 돈 흐름
2018, 2020년 발행 전환사채 관련 돈의 흐름이 핵심
대선때면 되살아나는 정경유착 망령 언제까지 봐야하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두 차례나 받으면서 의혹의 중심에 선 쌍방울그룹이 느닷없이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재명 의원 변호사비 대납 사건과 관련한 악성 루머와 허위보도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검찰 수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지만 악성 루머 등에 대해서는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엄포도 덧붙였다.
쌍방울그룹과 관련된 의혹은 복잡한 인맥 구조를 통해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물론 대장동 사태에 이어 사모펀드 라임 사태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쌍방울그룹 전 회장 김 모 회장이다. 급기야 쌍방울그룹의 실제 소유주가 지금의 양선길 회장이 아니라 김 전 회장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자 양 회장이 나서서 주인은 자기라고 주장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의혹을 증명할 핵심은 전환사채
인맥을 엮어서 추론하는 것은 역시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 결국 실체는 돈의 흐름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쌍방울이 2018년과 2020년에 발행한 전환사채 2건이다. 쌍방울이 2018년 발행한 100억 원어치의 전환사채와 관련한 자금흐름을 보면 쌍방울그룹의 김 전 회장과 대장동 사건의 중심인물 김만배 씨가 등장하고 박영수 특검의 인척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2020년에 발행된 45억 원 어치 전환사채는 조기에 상환했다가 작년에 재매각됐다. 이 전환사채를 사들인 사람은 당일 주식으로 바꿔 50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이 부분을 눈여겨보고 있지만, 관련자들 상당수가 해외로 출국한 상태여서 수사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환사채는 회사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때 일정한 조건 아래 채권을 미리 정한 특정 가격, 즉 전환가를 기준으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100원인 상황에서 100원어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전환가를 100원으로 정한 경우를 보자. 만약 주가가 300원으로 오르게 되면 전환사채를 보유한 사람은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하면 3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주가가 100원에 미치지 못하면 주식으로 바꾸지 않고 그냥 채권으로 행사하면 된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전환사채의 이자율은 보통 채권보다 싸다. 그래서 회사는 자금을 상대적으로 싼 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점을 악용해 전환사채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주가조작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번 검찰 수사에서도 만약 전환사채가 뒷돈에 악용됐다는 게 증명되면 주가조작에 대한 의혹도 자연히 풀리게 될 것이다.
권력과 부(富) - 프로모터이자 보험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는 구호를 내걸고 등장한 박정희 정권은 재벌들에게는 선수를 키우는 프로모터와 다르지 않았다. 정경유착의 망령은 우리 재벌들의 태동 때부터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권력에 가까울수록 더 큰 부를 챙길 수 있는 악연이 자리잡았다. 필연적으로 권력의 눈 밖에 나는 재벌은 그 생존마저 보장할 수 없던 시절도 있었다. 박정희 정권 때의 보해가 그랬고 전두환 시절의 국제그룹, 김대중 정권 때의 동아그룹, 신동아그룹의 몰락도 권력의 힘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권력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보험을 들 듯 뒷돈을 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왔다. 그 돈의 규모도 적지 않았다. 1997년 한보 사태 때는 10억 원을 챙긴 권력의 핵심인물이 자신은 깃털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겨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일해재단에 돈을 출연한 것을 두고 "1차는 날아갈 듯 냈고, 2차는 이치에 맞아서, 3차는 편하게 살려고 냈다"라는 발언을 했다. 권력을 대하는 재벌의 태도가 요약된 말이었다. 이러한 재벌과 권력의 관계는 세월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28년이 흐른 2016년에도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9개 재벌 회장들이 다시 청문회에 불려가게 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774억 원을 출연한 것을 추궁받았다. 승계와 관련해 또는 사업권을 보장받기 위해, 강압적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있는 한 권력과 부의 유착은 끈끈한 생명력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이다.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대선 테마주
이런 정경유착의 그림자는 대선 때만 되면 주식시장에 등장한다. 이른바 대선 테마주라는 이름을 달고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거듭한다. 기업의 대표가 후보와 학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또는 후보의 친인척이 그 회사의 임직원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기업의 대표가 후보와 같은 문중이라는 억지스러운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된다. 이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테마주라는 것이 허상인 줄 알면서도 자신만은 폭탄 돌리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이다.
이제 우리 경제도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몸집을 키웠다. 또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가 많이 옅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을 보면 일탈과 그 일탈에 대한 처벌을 통해 조금씩 나아졌다는 분석이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출연했다가 혼쭐이 난 재벌들이 이제는 그러한 출연마저 금기시하고 있는 게 좋은 사례다.
그러나 권력이 기업에 줄 게 있고, 권력에 바라는 것이 있는 기업이 있는 한 언제 어디서든 정경유착의 망령은 되살아날 수 있다. 그래서 권력을 등에 업은 기업의 일탈 행위는 철저하게 수사하고 가혹하게 처벌하는 게 정답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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