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경제계 사면론 확산에 시민단체 제동
법무부 7월말 후보 취합, 8·15 앞서 대통령이 결정
8·15 광복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의 사면 여부가 뜨거운 관심사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찬반론이 다시 달아오른다.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이 부회장이 한미반도체 동맹 가교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면 찬성론이 확산되는 분위기지만 7월 이후 반대론도 다시 고개들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이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2020년 1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이 부회장의 사면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경제살리기론, 형평론을 주장한다. 원인 제공자로, 뇌물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진작 사면되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또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속 경기침체)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인들이 사면돼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달리 기업 총수들에게만 법의 잣대가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형평성에 위반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법치주의 훼손을 거론하며 이 부회장 사면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정부·여당 "사면은 경제에 도움"
정부와 여권은 사면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달 11일 페이스북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한 것을 비롯, 대통령실에서도 이 부회장이 8·15 특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경제에 도움이 되고 국민적 눈높이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며 경제인 사면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여권 분위기를 감안할 때 광복절특사의 방점은 경제에 찍힐 것이고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도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의 사면 건의는 1년 전부터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경제5단체는 지난 4월 청와대와 법무부에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제출했고 6월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의 사면을 요청했다.
이달 13일에는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기업인들의 사면이 "우리 경제에 도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 등 재계의 친정부 기조는 이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재벌 대기업들은 5월 1000조가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7월부터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전사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총수의 사면이 관건인 삼성과 롯데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총력 지원하는 모양새다.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 피지에서 총리를 만나는 것을 비롯, 삼성은 전 경영진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나서고 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 주재하에 14일 부산에서 사장단 회의를 진행하며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강조했다.
시민단체 "대기업 총수 사면하면 경기 살아나나"
시민단체들은 냉랭하다. 경제개혁연대, 경제민주주의21,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5개 시민단체는 기업인 사면론이 확산되자 법 형평성과 법치주의 훼손을 이유로 이를 적극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자 "취업제한 규정 위반"이라며 고발까지 했다. 경찰이 이를 최근 무혐의로 자체종결(불송치 결정)하자 이의신청서도 냈다. 이 부회장 형기는 이달 29일 만료되지만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향후 5년간 해당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이들은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취업은 단순히 보수의 수령 여부가 아니라 임직원 지위에서 업무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권한이 있는지, 또는 지위나 직책에 관계없이 사실상 노무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처럼 공식적인 직책을 맡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고 "부회장이라는 공식 직책으로 해외 출장 등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문제"라는 얘기다.
▲참여연대와 민변 등 5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제한 위반' 고발사건에 대한 경찰의 무혐의 종결(불송치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시민단체 제공] 참여연대 이지우 간사는 "현 정부가 기업인들의 경제범죄를 완화해주는 분위기인데 이는 국민정서와 맞지 않고 대기업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모양새"라며 "대기업 총수를 사면해서 경제가 살아난다는 건 비약도 심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정경유착 정서만 심어주는 꼴"이라고 했다.
삼성 "사면은 꼭 필요"
삼성은 공식 입장은 자제하면서도 시민단체의 주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고위관계자는 "가석방 기간이 다 끝나는 마당에 취업제한을 걸고 넘어지는 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총수의 사면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사면이 되지 않은 상태로는 해외 출장시 비자도 잘 안 나오고 사업장 방문과 회의 개최, 글로벌 비즈니스와 네트워킹도 사실상 불가해 회사로서는 어려움이 너무도 많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달 말까지 8·15 특별사면 대상을 취합하는 실무 작업을 진행한다. 대통령실과의 논의를 거쳐 8월 초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대상자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결정은 대통령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