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기울어진 운동장' 대주주·경영진 자사주 매도

UPI뉴스

| 2022-07-10 16:00:47

성장성 둔화 신호? 또는 2분기 실적 저조?
미공개 정보 이용한 매도라면 범법 행위
대주주·경영진 주식매각 세심한 규제 필요

네이버 경영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것을 보면 최근 한 달 동안 네이버 고위임원 9명이 자사주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카페 등 커뮤니티를 담당하는 사내기업 그룹앤의 김주관 대표가 자사주를 10억 원어치 넘게 팔았다. 또 성낙호, 김재현 기술 책임리더와 한기창 사업&서비스 책임리더를 포함해 8명도 최대 6억 원이 넘는 자사주를 팔아 현금을 챙겼다. 반대로 최근 한 달 동안 자사주를 매입한 네이버 임원은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임원들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사주를 매도할 수 있다. 네이버 회사 측도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받은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변명에도 불구하고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상장기업의 임원들은 누구보다도 회사 사정을 꿰고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임원들이 무더기로 자사주를 매도한다는 것은 일반 투자가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얘기는 네이버의 성장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곧 나올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안 좋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는 미공개 정보 이용이라는 범법행위가 될 수 있다.

▲ 네이버 사옥 전경 [네이버 제공]

하이브, NFT 사업진출 발표로 주가 급등하자 CEO 자사주 대거 매각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지난해 11월 초 BTS 소속사인 하이브는 NFT 사업진출을 발표했다. 그러자 주가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장중 최고가는 42만1500 원을 기록했다. 이 상황에서 하이브의 윤석준 글로벌CEO가 자사주 6만 주 가량을 41만 원대에서 장내 매도 처분했다. 이 주식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당 1062원에 취득한 것이었다. 무려 247억3542만 원의 차익을 남긴 것이다. 

그 이후 하이브의 주가는 줄곧 내림세를 보여 지금은 2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윤CEO는 가장 고점에서 대규모 물량을 처분한 셈이다. 주식 투자가들이 평생 한 번도 실현하기 어렵다는 주가 꼭짓점에서 족집게 매도에 성공한 것이다.

한글과컴퓨터도 NFT 발표로 주가 급등...대주주 지분 매각

한글과컴퓨터도 비슷한 시기에 싸이월드 제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메타버스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는 <싸이월드-한컴타운>을 개설하고, 운영에 NFT를 연계한다고 발표했다. 역시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자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자이고 한때 한글과컴퓨터의 3대 주주까지 올랐던 헤르메스홀딩스 유한회사가 당시 보유하고 있던 지분 43만3784주, 전량을 2만9천883원에 장내 팔아치워 129억6천만 원을 확보했다. 또 비등기 임원인 이창주 상무이사는 보유 주식 3000주를 주당 3만원에 장내매도로 처분했다. 한글과컴퓨터의 주가도 그때가 회사가 생긴 이래 사상 최고로 비싼 시점이었고 지금은 1만7천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밖에도 NFT 광풍 속에서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팔아치운 대주주나 경영진의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당시 주식 시장은 NFT라는 신기루에 빠져 장밋빛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과연 주식을 매각한 대주주나 경영진들은 NFT 사업이 시장의 기대만큼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데도 주식을 팔았을까? 앞으로 주가는 더 오르겠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주식을 매각한 것일까? 백 보를 양보해서 개인적인 사정을 다 이해해 준다고 해도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다. 분명히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NFT 사업이 결코 황금알을 낳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팔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대주주, 경영진의 주식 매각은 규제돼야 한다

일반 투자가들을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정보를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여기저기 귀동냥에 나서기도 한다. 이에 비해 대주주나 경영진은 회사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훤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회사 실적이 어떻게 될지, 주가를 급등시킬 호재와 주가를 곤두박질치게 할 악재까지도 대부분 미리 알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대주주나 경영진이 아무런 제약 없이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은 분명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① 매각 전에 미리 공시하도록 규제하는 방법

따라서 대주주나 경영진의 주식 매각에는 미리 알리도록 규제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왜 주식을 파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일반 주주들에게 설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미국의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지분을 파는 것이 옳은지를 트위터를 통해 찬반을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머스크의 이러한 행동이 별스러운 사람의 기행쯤으로 여겨졌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달랐다. 일방적으로 불시에 주식을 팔았다가는 미국 증권거래 위원회, SEC로부터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머스크 CEO는 주식을 매각하기 위해 일반 투자가에게 알리는 절차를 밟았던 것이다. 

물론 대주주나 경영진이 주식 매각을 미리 알리면 주가가 떨어지게 될 것이고, 이것이 결코 일반 투자가에게도 이익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매각 공시가 정착된다면 일반 투자가들도 대주주나 경영진의 자사주 매각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②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을 부여

만약 사전 공시가 어렵다면 적어도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대주주나 경영진 본인들이 입증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미공개 정보 이용이 의심되는 경우가 생겨도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아서 한 차례 논란만 일으키고 사그라지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주식을 매각한 대주주나 경영진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바뀐다면 함부로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팔아 이익을 챙기기 어려워질 것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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