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엉거주춤' 민영기업 KT의 잦은 구설, 왜
UPI뉴스
| 2022-07-06 17:26:23
잘못된 민영화…DNA가 다른 공공과 민간이 혼재
공공재인 유선과 경쟁부문인 무선 통신 분리해야
KT가 또 구설에 올랐다. 이번에는 영업직원에 대한 갑질 문제다. KT는 로봇을 미래 전략 사업으로 정하고 서비스 로봇과 방역 로봇을 팔고 있다. 대당 수천만 원인 로봇을 월 60만~70만 원에 빌려주는 임대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상반기 실적이 연간 목표의 30% 수준에 그치자 직원들에게 로봇 판매를 할당했다. 1인당 월 1대를 판매목표로 할당한 것이다.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데 대한 불이익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직원들로서는 엄청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일부 직원은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로봇을 떠안기고 6개월 치 임대비용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고 한다. 또 일부에서는 협력업체나 납품업체에 로봇을 팔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KT와 관련한 잡음은 잊힐 만하면 되풀이되는 단골 기삿거리다. 크게는 통신구 화재 사고부터 직장에서의 상사 갑질, 여기에다가 대리점에 대한 갑질까지. 나라의 통신망을 책임지는 회사로 믿어도 되는지 근본적인 불안을 제기하기도 했고 또 재계 서열 12위의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부도덕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기관에서 공기업을 거쳐 완전 민간기업
KT의 뿌리를 캐 들어가 보면 그 본체는 정부 기관인 체신부다.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라는 이름으로 공기업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다가 90년대 초반 김영삼 정부 들어 지분 매각을 통해 민영화의 수순을 밟다가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민영화의 속도가 빨라졌다. 1998년 증권거래소에 주식이 상장됐고 2002년에는 정부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완전한 민영기업 KT로 탈바꿈한 것이다.
어찌 보면 외환위기로 재원 마련에 급급한 정부가 민영화의 적절성을 따지지 않고 빠른 속도로 밀어붙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결과 KT 내부에는 공무원 출신과 공기업 때 입사한 사람, 그리고 민영기업으로 첫 직장을 시작한 사람이 뒤엉키게 된 것이다. 이제는 공무원 출신은 모두 퇴직해 물갈이가 많이 됐다고 하지만 그때의 직장문화와 불협화음이 계속 남아서 조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직장 내 갑질이나 목표 할당식의 영업 목표 설정도 이런 DNA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데서 나왔다는 비난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문어발 사업, 더 큰 문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혼재
로봇 임대 사업도 KT에 걸맞은 사업인지 의심이 들지만, KT의 사업 영역을 보면 본업인 통신과 IT 이외에도 수많은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다. 수익의 다각화라는 차원에서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공공재에 해당하는 유선통신, 즉 국가 기간망 사업의 70% 이상을 담당하면서 민간 부문의 경쟁 영역인 무선 통신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 해전 통신구 화재에서 봤듯이 국가 기간망은 수익을 따지는 민간의 경쟁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물론 KT의 이동통신 사업 부문이 KT로 합쳐진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KT는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을 1994년 선경(지금의 SK그룹)에 매각했다. 그 이후 PCS 사업에서 KTF를 설립해 다시 이동통신에 발을 들인 KT는 이후 한솔 PCS를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이 때까지만 해도 KT와는 별개 법인으로 이동통신은 KTF가 사업을 영위해 온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와 유선전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KT 본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KT와 KTF를 합친 것이었다. 민영화에 따른 부작용이기도 했지만 이러한 임시 방편의 합병은 장기적으로 문제를 야기했다고 봐야 한다.
시설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민영기업
유선망으로 대표되는 국가 기간망 사업은 크게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투자하고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KT가 과연 이 부분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는지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KT는 주주친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에서 주주에게 배당을 해주는 비율인 배당성향이 높기로 유명한 기업이다. 매년 수익의 50% 가까이를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과연 국가기간망을 책임지는 기업으로서 합당한 이익 배분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동통신 분야에서 KT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통 3사의 시장 점유율을 놓고 황금분할이라는 비아냥이 있다. 알뜰폰 활성화 이후 다소 변화는 있지만 결국 5:3:2라는 비율은 거의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통 3사가 현 상황에 최대한 만족하고 경쟁을 자제하고 있다는 말이다.
2위 업체인 KT가 만약 순수하게 경쟁논리로 접근했다면 이렇게 정체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5G 도입 이후 이통 3사가 구축한 기지국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2019년 4월 5G가 상용화 된 이후 이통 3사가 구축한 기지국 숫자는 LTE 기지국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그 만큼 서로 경쟁을 자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최근에 문제되고 있는 5G 요금제에서 중간 요금제가 없었던 것도 경쟁을 외면하는 이통 3사의 합작품이고 그 중 가장 큰 책임은 2위 업체인 KT에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엉거주춤 민영기업, KT
KT의 현재 대표이사는 구현모 사장이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그런데 KT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대표를 놓고 하마평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겉으로는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완전 민영기업이지만 실제로는 정치권의 입김이 인사를 좌우하는 셈이다. 그 이유는 현재 KT의 최대주주가 12% 정도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기 때문이다. 민영기업이면서도 민영기업일 수 없는 엉거주춤한 상태가 바로 KT의 현주소다.
잘못된 민영화는 늦더라도 바로 잡는 게 옳은 일이다. 적어도 무선과 유선은 분리돼 유선부문은 공공재로서 관리하고 무선부문은 경쟁을 활성화시켜 고객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맞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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