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방문기] 우리 전통주 전초기지 국순당 횡성 양조장에 가다

김지우

kimzu@kpinews.kr | 2022-06-27 13:14:58

해발 500m 높이에 위치한 대규모 전통주 양조장
전 제품 HACCP 인증 획득…온도제어·생쌀발효로 차별화
횡성 지하수 활용…철저한 살균과정 거쳐 완성
전세계 50여 개국에 수출…우리 전통술 알리기 앞장

강원도 횡성 둔내면 현천리 해발 500m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주 양조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직접 키운 누룩을 잘 말려 잡균과 나쁜 냄새를 제거하고, 주천강 인근 지하 340m의 청정수를 더해 술을 빚는다.

국순당 횡성양조장 얘기다. 국순당은 1970년 고(故) 배상면 창업주가 설립했다. 누룩을 생산하던 이 회사는 1992년 전통주 백세주를 선보이며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순당은 지난 2004년 강원도 횡성에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전통주 양조장을 준공하며 본사도 강원도 횡성으로 이전했다.

▲ 국순당 횡성 양조장 전경. [국순당 제공]

이 양조장의 부지면적은 14만4367㎡에 이른다. 이 곳에서 탁주, 약주, 과실주, 일반증류주 등 80여 품목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하는 주량은 21만6000㎘에 달한다. 일 평균 백세주는 270㎘, 막걸리 450㎘를 생산한다. 

국순당 횡성양조장은 2016년 생산중인 전 제품에 대해 HACCP(해썹,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 횡성양조장에서는 올해 출시 30주년을 맞이한 백세주를 비롯해 복원주 '이화주', 1000억 유산균 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 대박, 우국생, 국순당 쌀 복숭아, 아이싱 등이 생산된다. 젊은 층을 겨냥한 막걸리 컬래버 제품 '국순당 쌀 바밤바밤', 국순당 칠성막사도 이 곳에서 만들어진다.

막걸리 맛만 사람이…생산과정은 첨단설비로 관리

국순당 횡성 양조장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친환경 청정 시설이었다. 2007년 전통주 업계 최초로 녹색기업으로 지정됐고 2021년에는 5회 연속 녹색기업으로 재지정 받았다는 기업의 양조장이 궁금했다.

양조장 내부로 들어가려면 위생모와 위생가운, 신발캡을 착용해야 한다. 현장 반입금지 물품기준과 복장 기준도 철저했다. 모바일 헬스케어용 스마트 밴드를 제외하곤 반지, 목걸이 등을 모두 탈착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손 세척과 에어샤워, 손 소독도 거쳤다.

주류 제조 공정에서 양주파트는 술을 만드는 기본 단계다. 연속 공정이 아닌 실별로 나눠 구성하고 배관을 통해 이송하는 구조다. 양조장 천장에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으로 구분된 배관이 눈에 띈다.

양조장 내부는 준청결구역과 청결구역으로 나뉜다. 국순당 막걸리는 쌀을 씻어 불리기 → 쌀 분쇄 → 쌀가루에 물을 첨가해 걸쭉하게 만들기 → 누룩과 섞기 → 발효탱크에서 발효하기 → 병입 → 저온 냉장창고에서 숙성과정 거치기 → 제품 출고 순으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 사람은 없다. 막걸리 주입 후 육안 검사만 사람이 한다. 막걸리 맛을 잘 보는 숙련된 품질보증팀원들이 마지막 단계에서 관능검사를 진행한다. 전 생산 과정이 첨단설비를 통해 위생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 국순당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나라미를 사용하고 있다. [김지우 기자]

가장 먼저 접한 곳은 원부재료 저장고였다. 쌀이나 전분 등 주원료와 첨가물료 등 소량 첨가되는 식물 부원료를 보관하는 곳이다.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항온·항습 시설을 갖춰 원료를 최상의 조건으로 보관한다. 술을 만들 때 단맛이나 신맛을 부여하는 감미료부터 과거 약재로 불린 식물 부원료도 분쇄된 채 자루에 보관돼 있었다.

자체 누룩으로 생쌀 발효법 적용해 술 담그는 회사

국순당이 자랑하는 비법은 '생쌀 발효'다. 국순당 고유의 누룩을 보관해 자체적으로 사용한다. 누룩은 국순당 여주명주, 고창명주 등 지역 농업법인에도 일부 출고한다.

국순당 횡성양조장은 △주류 제조 △생쌀 발효가 가능한 누룩 등 식품 첨가물 제조 △막걸리 박(옛말로 탁주의 술 지개미)을 위생적으로 처리한 후 특정 식품사에 납품하는 순수 식품 제조 등 총 3가지 영업 등록이 돼 있다.

원부재료 저장고를 지나 도착한 곳은 원재료인 쌀을 분쇄하는 곳이었다. 이 곳에는 담금용 쌀이 1000kg 단위로 들어온다. 국순당은 정부가 제공하는 '나라미'와 경우에 따라 수입산 쌀을 쓰고 있다. 쌀은 30~40톤 단위로 자동 계량돼 세척 단계에 들어간다. 이후 일정 시간 쌀을 물에 담그는 '침미' 과정을 거친다.

쌀은 분쇄된 후 배관을 통해 담금센터로 넘어간다. 물과 함께 발효 탱크로 이송되면 발효제나 여러 효소제 등 다른 원료를 넣고 술을 만든다. 술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효모 종류는 다르다.

▲ 국순당 횡성공장에 있는 발효탱크. [김지우 기자]

현장에서 만난 허준원 생산본부 품질보증팀장은 18년째 국순당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발효탱크에서 한꺼번에 발효할 수 있는 용량은 84만 리터"라며 "탱크 하나로 약 13만 병에서 15만 병 정도를 생산하는데, 탁주·약주 쪽에서는 가장 캐파(생산능력)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동시 저장은 110만 리터에 달한다.

발효 공정은 주류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다. 알코올 발효가 잘 돼야 정상적인 발효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순당의 해썹 시스템 중에는 중요관리점(CCP, Critical Control Point)이라는 공정이 있다. 발효 공정에서 생물학적 위해를 관리하는 과정이다.

공정 제어실에서는 알코올 함량과 발효온도 등 한계기준을 설정해 발효과정을 철저히 관리한다. PC화면에는 탱크 이미지와 푸른색 막대가 표시돼 있었다. 막대는 탱크에 술이 얼마나 차 있는지를 나타낸다.

순수 발열 후 냉각수로 온도 맞춰 발효

발효실에 들어서자 왕성한 알코올 발효 때문인지 술 냄새가 코를 찌른다. 커다란 탱크도 여러 대다. 국순당은 4만 리터 용량의 이 탱크에 85~90% 용량의 술을 채우고 발효를 진행한다. 발효는 따뜻한 온도를 가하지 않고 순수 발열로 진행한다. 통상 7일 발효를 진행하는데, 제품에 따라 예담 차례주 등 천천히 발효하는 제품은 10일까지 진행한다.

▲ 24일 허준원 국순당 생산본부 품질보증팀장이 횡성 양조장 내 발효 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김지우 기자]

허 팀장은 "따뜻한 온도를 가하진 않지만, 25도 이상 올라가면 효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균일한 품질 유지를 위해 냉각수를 투입해 온도를 낮춘다"며 "대용량 발효를 하더라도 균일하게 제품을 낼 수 있는 기술력은 온도 발효 제어 능력을 비롯해 자동화된 시설설비, 생쌀발효를 할수 있는 누룩 등"이라고 말했다.

발효공정이 끝나면 자연적으로 층 분리가 되고 알코올 도수는 18~20%로 올라간다. 탁주는 내용물과 물을 분리하고, 백세주처럼 맑은 술은 압착 공정(꽉 짜주는 형태)을 거쳐 술과 지개미를 분리한다. 술은 냉장 저장한다.

발효를 마치면 물과 감미료를 섞는 과정을 거친다. 백세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알코올 도수가 18%인 나주(아무것도 넣지 않는 술)에 횡성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넣는다. 이후 별도의 단맛이나 신맛 등을 내는 첨가물을 주입해 조미(조제법상 용어로 '제성')한다.

일부 침전물이 생길 수 있어 상품화 기준에 맞춰 정밀여과 과정을 거친다. 배관을 통해 제품파트로 넘어가면 살균장치를 거쳐 술을 병에 담는다. 일반 생막걸리는 물리적 여과장치만 거쳐 병에 주입한다.

막걸리 생산 끝자락엔 품질 좌우하는 살균 과정 

포장 공간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로 수없이 많은 제품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음료를 주입하는 공간은 클린 룸, 청결구역에 해당돼 들어가지 못했다. 84개의 노즐을 통해 병을 세척하고, 마이크로 필터로 여과 공정을 거친다.

살균과정은 품질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중요 구간이다.

허 팀장은 "만약 문을 열었다고 하면 안쪽에서 공기가 바깥으로 나가는 구조로, 바깥공기가 안으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양압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24일 허준원 국순당 생산본부 품질보증팀장이 횡성 양조장에서 막걸리 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김지우 기자]


제품을 주입한 후에는 74개 품목을 생산하고, 수출용까지 합치면 100개 이상의 품목이 있다. 제품이 정상적으로 동일한 캡(뚜껑)을 쓰고 있는지와 용량, 유통기한 표시 등을 검사하는 자동검사기가 설치돼 있었다.

탄산을 주입해 만드는 제품은 살균 탁주 생산라인을 이용한다. 병 안에 술을 차가운 상태로 넣고 파스퇴르 공법(저온에서 보다 긴 시간 살균)을 거친다. 저온살균은 약 60도의 온도에서 살균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고온은 80도 이상에 해당한다.

용기는 고온이나 압력에도 견딜 수 있도록 살균 막걸리에 적합한 전용 페트를 사용하고 있다. 살균 탁주(*)의 경우 저온살균을 거쳐 내수제품은 유통기한 1년을 부과하고, 수출용 제품은 유통기한이 2년까지 유지된다. 내용물이 다른 건 아니고, 국가별 판매 기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저온살균을 하는 이유에 대해 허 팀장은 "제품의 특성에 따라 풍미를 좀 더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술 종류에 따라 순간 살균에 적합한 제품도 있고, 탁주 같은 경우는 저온 살균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는 막걸리에 있는 효모, 곰팡이, 유산균 등 미생물의 영양세포 생사로 구분한다. 생막걸리는 미생물이 살아 있고 효모가 만드는 탄산 덕에 청량감이 좋으며 맛이 신선하다. 그러나 반드시 냉장보관해야 하고 유통기한이 짧다. 반면 살균막걸리는 미생물을 열처리해서 신선함은 덜하나 목 넘김이 부드럽고, 상온에서도 1년 가까이 보관 가능하다.

막걸리 부산물인 주박은 빵 원료로 공급

유통기한 마킹과 라벨을 붙이면 드디어 완제품이다.

국순당은 또 막걸리 생산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막걸리 주박(술지게미)을 상품화해 2019년부터 SPC그룹 등에 제빵용 원료로 공급 중이다. 기존에 고급 막걸리인 이화주나 약주인 예담, 막걸리 등 완제품이 제과 제빵 원료로 공급된 적은 있지만, 막걸리 주박을 상품화해 식품 원료로 공급한 것은 국순당이 처음이다.

국순당은 3단계 오폐수 처리시설을 운영 중이며, 사업장 내 폐수 처리수를 이용한 생태연못을 조성해 방문객의 환경 학습장으로 운영 중이다.

국순당은 전 세계 50여 개국에 우리나라 전통주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백세주 및 막걸리 수출액은 117억 원에 달한다. 수출규모로는 미국(27억 원)이 가장 많고, 중국(23억 원), 일본(18억 원), 동남아시아 국가 등 기타(48억 원) 순이다.

KPI뉴스 / 김지우 기자 kimz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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