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말 엇갈린 윤석열·권성동…이번엔 주 52시간 개편안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6-24 14:49:18
權, 노동부·당 교감 여부에 "보고 받은 것은 있다"
노동부 곤혹…대통령실과 소통부족, 국민 혼선도
檢 출신 인사…權 "없을 것" vs 尹 "필요하면 또"
權 "SI 공개" vs 尹 "어려워"…野 "입장 맞춰라"
고용노동부는 23일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 제도는 1주일에 최대 52시간까지로 근무를 제한한다. 52시간 근로시간 기준을 주 단위가 아닌 월 평균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게 노동부 입장이다. 파장이 큰 만큼 이정식 장관이 직접 나와 발표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내가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정부가 발표한 주52시간 개편에 노동계가 반발한다'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내가 보고받지 못한 게 언론에 나와 확인해봤다"며 경위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부에서 (확정해) 발표한 게 아니고 부총리가 노동부에 '민간 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이야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노동부가 발표한 내용은 새 정책이 아니라 노동시장 개혁 방향에 대한 브리핑"이라며 "아직은 의견수렴 과정이고 최종안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동부 발표 내용은 국정과제에 포함된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성을 제시한 것일 뿐 확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다른 말을 했다. 이날 오전 현안점검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서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노동부의 발표가 준비 과정에서 당과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노동시간 유연화도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할 수 없게끔 설계가 돼 있어서, 보고를 받은 것은 있다"고 답했다. "지금 노동시간이 너무 경직되게 운영되고 있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게임 산업에서 인력 운용에 많은 애로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노동부는 양쪽에 끼여 당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전날 발표된 개편 방안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또 세부 추진과제까지 언급돼 확정 단계에 가깝다. 그런 만큼 정부·여당과 달리 정부·대통령실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노·사 등 각계와 국민이 느낄 혼란도 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여당 원내사령탑인 권 원내대표가 중요 현안을 놓고 다른 말을 한 적은 한두번이 아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아침 CBS 라디오에서 "어제 제가 통화해 '더 이상 검사 출신을 쓸 자원이 있느냐'고 하니 (윤 대통령이) '없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또 "윤 대통령이 아마 당분간은, 다음 인사 때까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검사 출신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당일 오전 출근길에 '권 원내대표에게 검찰 출신을 더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나'라는 기자 질문을 받고 "글쎄 뭐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고 답했다. "과거 정권에서도 전례에 따라 법률가들이 갈 만한 자리에 대해서만 (검사 출신을) 배치했고 필요하면 (추가 발탁을) 해야죠"라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간 온도 차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같은 맥락"이라며 진화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군이 월북 정황 근거로 제시했던 SI(특별취급 정보)와 감청 정보를 모두 공개하자며 대야 압박 수위를 높였다. 권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대통령기록물 열람요구에 안보자산을 운운하고 '신색깔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며 "비상식의 이면을 밝히자는 것마저 첩보라 우기며 공개를 거부할 셈인가"라고 따져물었다.
민주당은 수세적 입장을 바꿔 "여당이 원한다면 공개하겠다"고 반격했다.
윤 대통령은 이튿날 SI 공개에 대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그런 것을 공개하라는 주장 자체는 좀 받아들여지기가 어렵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러자 우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의 생각이 다르다"며 "그쪽부터 먼저 입장 맞추고 오시라"고 꼬집었다. 그는 "저도 (공개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권 원내대표가 자꾸 공개하라니까 우리가 (공개에 협조)해준다고 한 것 아니냐"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맏형격으로 권력 실세다. 말의 무게가 남다르다. 그가 윤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면 여권 내 혼선은 불가피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무감각이 있는 권 원내대표가 논란 조짐이 보이면 즉각 수습하지만 야권에게 빌미를 주지 않도록 사전에 조심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