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OTT-소비자, 망 사용료는 누가 낼까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2-06-17 16:37:14

SKB-넷플릭스, 첨예한 망 사용료 공방…결과는 소비자에도 영향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15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3차 변론에 이르기까지 양보 없는 대치 상태다.

두 회사간 소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각각이 망(네트워크)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사업자(CP)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어서다. 판결에 따라 미치는 파장이 크다. 어느 쪽이라도 이기면 새로운 수익원이 마련되지만 지면 안 내던 돈을 더 내야 하거나 받던 돈까지 못 받는 사태에 직면한다.

SK브로드밴드가 이기면 KT와 LG유플러스 등 다른 망 사업자들도 넷플릭스로부터 회선 사용료를 받을 명분을 얻게 된다. 심지어 전체 트래픽의 70~80%를 차지하는 구글에게도 정당하게 망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다.

반대로 넷플릭스가 승소하면 지금껏 전용 회선 사용료를 지불해 온 네이버, 카카오 등 다른 콘텐츠 사업자들도 지불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넷플릭스가 내지 않는 전용회선 사용료를 국내 기업들이 낼 리 없다.

소비자들도 최종 결론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거나 안 내던 돈을 지불한다는 이유로 그 부담을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돌린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지게 된다.

▲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 2 제작을 예고했다. [넷플릭스코리아 트위터 캡처]

문제의 시작, 늘어난 이용자와 트래픽

두 회사의 대립은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고 그로 인한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시작됐다.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던 2016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매년 트래픽이 급증하며 일반 회선과 별도로 전용 회선 설치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는 해마다 늘어 2022년 현재 국내 유료 가입자 수가 5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SK브로드밴드는 2018년 5월만 해도 50Gbps 수준이었던 트래픽이 2021년 12월에는 1300Gbps 수준으로 약 26배 폭증했고 '오징어 게임'과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흥행하며 트래픽이 더욱 증가해 넷플릭스 콘텐츠가 흐르는 전용회선 트렁크 용량을 몇 차례 추가 증설했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전용 회선 증설 없이는 일반 인터넷 트래픽 품질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못한다"며 "네트워크와 설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현실에서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계약서가 없어서...길게 이어진 법적 공방

두 회사의 법적 공방은 2019년에 시작됐다. SK브로드밴드가 그 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 신청을 내자 넷플릭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020년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1차 판결은 SK브로드밴드의 승리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1년 6월 원고인 넷플릭스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넷플릭스는 즉각 반발, 다음 달 7월 바로 항소를 제기했고 SK브로드밴드도 9월 넷플릭스에 '부당이득반환 청구' 반소를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올해 6월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양사 항소심 3차 변론에서 첨예하게 떠오른 쟁점은 지금까지 진행된 전용회선 정산에 대해 양측의 합의가 있었느냐는 것.

넷플릭스는 2016년 미국에서, 2018년 일본에서 전용회선을 연결할 때 모두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만약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반드시 지급받아야 연결한다'는 의사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면 최초 연결 시 대가 지급이 없는 '무정산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SK브로드밴드는 대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회선 연결을 먼저 해줬고 2018년부터는 적극적으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안타깝게도 두 회사는 계약서가 없어 진위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15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소송 3차 변론에서 재판부는 "명시적 합의에 대한 사실 입증이 불가한 것 아니냐"며 "(계약서가 없는 상황에서) 합의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정황이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7월 20일 오전 11시 양사 항소심 4차 변론에서 양사의 의견을 다시 듣는다. 8월 24일에는 항소심 5차 변론이 예정돼 있다.

넷플릭스가 지불해야 할 전용회선 비용은 2021년 6월 기준으로 272억 원이다. 2018년 이후 발생한 SK브로드밴드의 회선 및 설비 투자 비용이다. SK브로드밴드는 2021년 겨울 오징어게임 등의 인기로 회선 사용이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누적 비용은 300억 원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왜 넷플릭스만?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

통신사업자들에 따르면 현재 회선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유튜브 동영상을 운영하는 구글이다. 구글은 전용회선 이용료를 내지 않고 무려 70~80%의 트래픽을 점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7~8%, 네이버 2~3%, 카카오 1% 수준이다.

구글은 논외로 둔 채 유독 넷플릭스가 문제되는 이유는 상호 보완할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구글은 회선 이용료를 안 내고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광고 등의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자들과 보완적 수익 공유를 하고 있다.

이와 달리 넷플릭스는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만 제공할 뿐 회선 사용료를 상쇄할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다른 OTT 사업자인 디즈니는 미국에서 회선을 끌어와 동영상을 서비스 중인데 이를 연결하는 사업자(ISP)와 서비스사업자(CDN)들이 한국의 망 사업자에게 이용료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IDC임대료와 전용회선 이용료 등을 내고 있다. 네이버는 연간 700억 원, 카카오는 연간 300억 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웹툰과 동영상 등 수익을 내는 서비스들의 품질 유지를 위해서다.

망 사용료, 최종 부담은 소비자에게?

소비자들은 망 사용료 분쟁의 불똥이 서비스 이용료 인상으로 악화되는 것을 우려한다. 패자에게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월정액 인상으로 만회한다면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분쟁 결과가 어찌되건 이용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12년 카카오톡 전화인 '보이스톡'를 두고 카카오와 이동통신사업자들간에 망 사용료 논쟁이 불거졌을 때도 여론은 카카오의 손을 들어줬다. 무료인 '보이스톡'이 유료로 전환되는 걸 소비자들이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무료 카카오톡과 보이스톡은 손대지 못한 채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용회선 이용료는 처음부터 원가로 잡아야 하는 비용이지, 소비자에게 전가할 비용은 아니다"라며 "만일 망 사용료 분쟁으로 소비자 부담이 발생하면 그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올해 4월에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2021년 매출액은 6316억7854만 원, 영업이익 171억2887만 원이다. 2020년 매출액(4154억5005만 원)과 영업이익(88억2048만 원)보다 각각 52%와 94.2%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132억7762만 원으로 2020년 63억3070만 원보다 109.7% 늘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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