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신·구 권력 충돌…"천벌" vs "음모"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6-17 09:53:39

尹 대통령, 野 겨냥 "맨날 정치권력적 문제로 해석"
"앞으로 더 진행될 것"…진상규명·정보공개 시사
하태경 "해경 '수사전 월북결론' 양심선언…文천벌"
野 최재성 "尹정부 음모기획…與도 자료보고 수긍"
우상호 "공무원 피격 자료 열람 협조할 생각 없다"

2020년 9월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신·구 권력의 정면 충돌을 부르고 있다. 해경, 국방부가 입장을 바꾼 게 도화선이었다.

북한군에 사살·소각된 우리 공무원에 대해 해경은 지난 16일 '월북 판단'을 스스로 거뒀다. 국방부는 2년 전 '시신 소각 만행' 표현을 '소각 추정'으로 바꾼 건 文정부 청와대 지침 때문이었음을 인정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들은 "사실관계 호도"라며 강력 반발했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작심 비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야권 일각의 '국가 자해 행위' 주장을 겨냥해 "뭐가 나오면 맨날 그런 정치 권력적으로 문제를 해석한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내가 선거 때도 대통령이 되면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 그 유족을 만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유족측)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대해 정부가 계속 항소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했기에 항소를 그만하게 된 것"이라며 "거기에 따른 후속조치인데 앞으로 더 진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 지정 문제와 관련해 "내가 직접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도 "당사자도 어떠한 더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법적인 조치를 하지 않겠나. 그러면 거기에 따라 앞으로 더 진행이 될테니 지켜봐달라"고 했다. 추가적인 진상 규명, 정보 공개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전날 "과거 정부는 섣불리 월북 시도를 추단했고 유족의 진상 규명 요구에 국가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를 직격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더 날을 세웠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북한 눈치 보기를 자국민 생명보다 우위에 두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며 "국가가 스스로 존재 이유와 존엄을 포기했다"고 성토했다.

권 원내대표는 회의후 기자들과 만나 "누가 어떤 의도로 무엇 때문에 진상을 왜곡했고 그로 인해 어떤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전했다. 

국회 외교통일위 여당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을 포함해 관계자 전원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촉구한다"며 "모든 힘을 다해 진상을 밝혀내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문 전 대통령이 천벌 받을 짓을 했다"고 쏘아붙였다. "자기(진보진영)들이 가장 혐오하던 짓(과거 군사 독재정권에서 월북조작)을 스스로 했다"면서다.

하 의원은 "문 전 대통령도 이런 비난에서 자기가 억울하다고, 결백하다고 생각하면 본인이 기록물을 요청해도 된다"고 했다.

그는 또 "해경이 정권 바뀌기 직전에 저한테 사실 양심선언을 했다. 제 의원실에 와서 '수사하기 전에 이미 월북 결론이 나 있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감청에 월북 내용이 있어 월북이라는 큰 방향에 수사 결론이 나 있었고 나머지는 이걸 정당화하기 위해 억지로 다 짜 맞춘 수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안보실에서 체계적으로 이걸(월북조작) 했다"고 단언했다. "김정은 친서가 오고 분위기가 좋아지니까 '시신소각 사건이 악재다' 불을 꺼야 한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는 것이다.

청와대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전날 T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지시해 근거도 없이 발표를 뒤집은 셈"이라며 "권력에 의해 음모론을 기획한 것"이라고 반격했다.

최 전 수석은 "그 당시에 청와대에 있을 때 군의 특수 정보 등을 토대로 '월북했다고 판단된다'고 발표한 것"이라며 "(해당 자료를) 국회 국방위에서 여야가 열람했는데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아무 문제제기 안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 복심으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전날 "보안이 생명인 안보 관련 정보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왜곡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이는 국가적 자해 행위"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자료 열람과 관련해 "민생이 굉장히 심각한데 지금 그런 걸 할 때냐"며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사건과 관련된 핵심 자료는 현재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열람할 수 있다.

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한쪽으로 전 정권을 지우고 한쪽으로는 기획 수사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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