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끊어내자" 공감대 확산…권리당원 비율·조건 조정 주목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6-16 10:18:52

김종민 "개딸 손절…與는 태극기부대 결별했다"
김기식 "野 갈림길"…전문가 "중도층에 개딸 불편"
안규백 "대의원제 대폭 수정은 당정체성과 안맞아"
대의원 45% 반영…친문 "현행" vs 친명 "낮춰야"

더불어민주당에서 '개딸(개혁의 딸) 손절론'이 힘을 받고 있다. 주로 친문(친문재인) 등 비명(비이재명)계가 주장하나 공감대가 커지는 흐름이다.

개딸이 문자폭탄, 언어폭력 등을 일삼는 '팬덤정치'를 조장한다는 인식에서다. 이재명 의원을 비판했던 친문계 홍영표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3m 대자보'를 붙인 사람도 개딸이었다.

▲ 지난 6일 인천 부평구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 사무실 앞에 홍 의원을 비난하는 대형 대자보가 붙어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개딸은 극우 지지층인 '태극기 부대'와 빗대어진다. "국민의힘이 태극기 부대와 함께하다 심판받았다"는 경고가 당에서 나온다. 

지난 14일 국내외 사회과학자들의 세미나에선 진보와 보수 진영 지지층이 '노사모 - 문빠 - 개딸'로, '박사모 - 태극기부대 - 이대남'으로 이어지는 계통적 유사성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날 민주당 대선·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정치컨설턴트)는 "팬덤 정치에 의존해 민주적 규범을 파괴한 게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본질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중도층들이 보기에 '개딸' '양아들'이란 이름은 굉장히 불편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앞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3일 "민주당의 팬덤층이 과거 태극기 부대가 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지난 15일 개최한 대선·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지방선거, 총선까지 연이은 패배하는 상황에도 국민의힘은 2020년까지 태극기부대에 끌려다녔고 2021년에서야 겨우 윤석열 등장, 이준석 당선, 오세훈 재보궐 승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인지, 그 전철을 밟을 것인지가 앞으로 최대 관건"이라고 짚었다.

초선 오기형 의원은 "반대파 낙인찍기 방식 중 70년대 체제 하에서 빨갱이 낙인을 찍고 말 못하게 하는 게 있었다"며 "최근 수박 논쟁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박'은 이 의원 지지자들이 친문계를 공격할 때 주로 써온 멸칭이다. 비명 이원욱 의원과 친명 김남국 의원은 '수박 논쟁'을 벌인 바 있다. 그러자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수박' 이런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두겠다"고 경고했다.

우 위원장은 그러나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박' 발언을 했더니 저한테 문자로 수박이 100통 배달됐다"고 전했다. "평당원들이 불편했던 것 같다"면서다. 계파갈등 수습을 위해 금지령을 내렸다가 평당원들 반발을 사자 해명하며 이해를 구하는 모양새다. 

친문 김종민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태극기 부대와 함께하다가 결국은 엄청난 심판을 받지 않았나"라며 "국민의힘이 잘한 게 별로 없는데, 그런 목소리들과 딱 선을 긋는 그거 하나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문자 폭탄하는 '개딸'들과 결별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개딸'이든 '정딸'이든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언어폭력, 좌표찍기, 색깔론 이런 배제와 타도의 행동과는 싸워야 한다"고 답했다. "그래야 국민들이 민주당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딸은 이 의원의 강성 지지자들이다. 3·9 대선 후 대거 입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졌잘싸' 이 의원을 밀어주기 위해서다. 

개딸의 부작용이 심각해 손절론이 호응을 받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노리는 이 의원으로선 개딸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친명계가 '전대 룰' 손질을 강하게 추진하는 배경이다.

김남국 의원은 지난 9일 라디오에서 "이재명도 지금 출마해 컷오프 될 수 있다"고 전대룰 변경을 요구했다. 권리당원 게시판과 이 의원 팬클럽 '재명이네 마을'엔 "개딸과 개이모도 투표하고 싶다"는 글이 잇따른다.

민주당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5% 비율로 당대표를 선출한다. 친명계는 대의원 비중을 줄이고 권리당원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자고 한다. 또 대선 이후 입당한 '3개월 권리당원(현행 규정은 6개월)'에게도 투표권을 주자는 것이다. "대의원 비중을 낮추고 개딸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이 의원의 당권 장악은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대준비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은 16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의원 투표 비중을) 임의적으로 대폭 줄이거나 늘리거나 하는 것은 당의 정체성과 맞지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대의원 제도는 민주당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이 있다"며 "왜냐하면 당원이 호남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영남의 가치를 보정하기 위해 대의원을 똑같은 숫자를 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이 너무 낮다는 의견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전에는 권리당원이 30만 명에서 40만 명이었는데 현재는 122만 명이고 권리당원의 포션이 40%인데 그 포션을 늘릴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정치 전문가는 "결국 '룰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가 관건"이라며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비율 조정을 놓고 친명계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개딸의 위세를 막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대의원, 권리당원 비율과 투표권 부여를 위한 권리당원 자격 조정 여부가 주목된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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