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삼성SDI 배터리가 의심받는 이유
UPI뉴스
| 2022-06-05 16:09:02
주력 각형 배터리, 장점은 줄고 경쟁은 심화
삼성그룹, 배터리 사업에 '진심'은 있는 건가
주주 소통 강화로 비관적 전망에서 벗어나야
삼성SDI 배터리 사업에 겨울이 오고 있는가.
삼성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 SDI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가 혹독한 분석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분석에 대해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고서 발표 이후 삼성 SDI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과연 삼성 SDI는 K배터리의 한 축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씨티증권 보고서: 투자의견 매수에서 매도로, 목표가 48.4% 하향 조정
지난달 30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삼성 SDI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매수와 매도 중간에는 '중립'이라는 투자의견이 있지만 이를 건너뛰고 투자의견을 한꺼번에 두 단계 하향 조정한 것이다. 목표가도 93만 원에서 48만 원으로 하루 만에 48.4% 내렸다. 이는 현 주가보다도 15.8% 낮은 수준이다.
씨티 증권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① 주력인 각형 배터리 경쟁력 약화 ② 생산능력 확장에 보수적인 태도 ③ 배터리업계의 경쟁 심화다.
① 각형 배터리 경쟁력 약화
전기차 배터리는 모양에 따라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으로 구분된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의 CATL은 각형을 주력으로, SK온은 파우치형을 주로 생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통형·파우치형이 주력이다. 삼성 SDI는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특히 프리미엄 각형 배터리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원통형 배터리보다 공간 활용도가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파우치형 배터리에 비해서는 안전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런데 배터리를 제어 관리 하는 시스템 즉 BMS 기술의 발전으로 다른 전지의 단점이 크게 보완되고 있다. 각형 배터리의 상대적 강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CATL을 비롯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지금까지 자국 시장에 주력하는 데서 벗어나 유럽 등지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따라서 각형 배터리 시장 경쟁은 심화될 것이고 전기차 시장에서 삼성 SDI의 입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증권은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삼성 SDI가 생산하는 프리미엄 각형 배터리의 소비가 줄고, 삼성 SDI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② 생산능력 확장에 보수적인 태도
작년 이후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생산능력 확장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생산능력 확충 계획도 삼성 SDI를 압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배터리 생산능력을 520GWh(기가와트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K온의 계획은 2025년까지 220GWh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 SDI는 23GWh에 불과하다.
이러한 보수적인 태도는 미래뿐 아니라 당장의 성적표에서도 나타난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지난 4월 기준으로 1년 동안 83%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세 속에서도 삼성 SDI는 올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1년 전에 비해 1.8%포인트 떨어지며 4%에 그쳤다. 세계 시장 순위도 5위에서 7위로 두 단계 떨어졌다. 반면 SK온은 점유율이 1.7%포인트 오른 7%로 기존 6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③ 배터리업계의 경쟁 심화
배터리 생산도 다른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많이 만들수록 원료 확보를 비롯한 생산에서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전기차 배터리를 수요로 하는 곳은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업체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누가 더 많이 파트너로 삼는가 하는 것이 앞으로 배터리 생산업체의 경쟁력과 생존에 필수적인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 SDI는 여기서도 밀린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삼성 SDI가 오래 전부터 공을 들여온 업체가 바로 BMW였다. BMW가 전기차를 많이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2009년부터 글로벌 시장 판매용 전기차에는 삼성 SDI의 각형 배터리를 장착해 왔다. 그런데 BMW는 2025년 생산될 자체 전기차 플랫폼을 장착한 신형 전기차에 CATL의 배터리를 채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그것도 각형이 아닌 원형 배터리다.
일부에서는 삼성 SDI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설립 발표를 지적하며 삼성 SDI가 자동차 생산업체와의 파트너십을 맺는데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텔란티스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다른 배터리 업체와의 계약 규모와 비교하면 삼성 SDI를 복수의 공급사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스텔란티스의 배터리 계획을 보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내재화 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에서도 삼성 SDI와의 합작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 SDI를 위한 반론: "새로운 내용 없다" "중장기적으로 봐야"
이러한 씨티증권의 보고서에 대해 다른 많은 증권사들은 반론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씨티 증권이 지적한 문제들이 새로울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현재 전기차의 시장 침투율(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의 판매 비중)이 10% 남짓한 수준에서 각 배터리 업체의 전략을 두고 "누구는 옳고 누구는 틀리다"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전기차의 시장 침투율이 30~40%는 될 정도로 시장이 성숙돼야 전략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① 배터리 기술은 완성 단계가 아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리튬이온, 리튬 인산철, 리튬 에어 등 수 많은 종류가 있고 전기차 배터리의 대세로 불리는 3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도 하이 니켈, 망간 리치 배터리 등으로 기술이 세분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어도 2~3년 앞을 내다본 대규모 생산능력 확충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 2016년 노트 7 배터리의 발화 사건으로 호된 경험을 치렀던 삼성 SDI로서는 생산능력 확충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가 틀린 것이라고 지적할 수 없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만한 것은 사실이다.
② 전고체 배터리에서 승부
삼성 SDI가 전고체 배터리에 공을 들인다는 사실은 업계에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난 3월에는 전고체 배터리의 파일럿 라인을 착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 한 앞서 간다는 사실을 공표한 것이다. 이러한 신제품이 사업화한다면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내세우는 초격차 전략에서 반도체에 이어 또 다른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 측면도 있다.
삼성 SDI의 근본적 문제: 소통 부재와 끊이지 않는 의구심
삼성 SDI의 배터리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도 불구하고 씨티증권의 보고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구심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주주, 투자자와의 소통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삼성 SDI의 소극적인 생산능력 확충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이 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번도 회사 차원에서 설명하거나 변명한 적이 없다.
또 전고체 배터리만 하더라도 아무리 빨리 개발해도 양산을 해서 전기 자동차에 장착하기까지 5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그렇다면 그 5년 동안 다른 배터리 업체의 질주를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또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로드맵은 어떻게 되는지,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었다. 당연히 비관적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장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과연 삼성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사업에 진심이 있는지 하는 점이다.
삼성그룹은 2021년 8월에 발표했던 중장기 투자 계획에서 배터리 부문에 대해서는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한 줄 언급하는 데 그쳤다. 당시에도 차세대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터리 비중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발표한 신산업 육성방안을 보면 과연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사업을 집중할 것인지, 의구심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삼성그룹은 2025년까지 무려 450조 원을 투자해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내용 중에는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 등이 언급됐지만 배터리 부문은 한마디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기업의 미래 전략을 세세하게 공개하는 것은 경쟁력에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친 비밀주의나 주주와의 소통, 투자자와의 소통을 외면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이나 향후 성장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삼성 SDI에 대해 아직은 씨티증권 이외에 비관적 견해를 밝히고 있는 증권사는 드물다. 대부분 매수 의견을 견지하고 있고 목표가도 현재 가격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씨티증권이 방아쇠를 당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거에도 한 증권사, 그것도 외국계 증권사가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한 뒤 다른 증권사들이 줄줄이 뒤를 따르는 일이 많았다. 주가도 결국 단기적으로라도 비관적 전망에 접근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삼성 SDI는 이제라도 자신들의 투자계획이나 기술 개발 로드맵을 주주와 투자가에게 설명하고 비관적 전망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소통은 필수적인 것이고 ESG경영의 근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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