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 용퇴', 쇄신용이냐 당권 포석이냐…이재명 "난 모른다"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5-27 09:58:36

우상호 "정치적 목적있다 의심…선거 전 부적절"
'李·朴사전교감설' ↑…채이배 "李와 얘기 안된 듯"
李 "朴논란?, 얘기 못들어 잘 몰라…거취도 몰라"
진중권 "회피 모습 무책임"…신평 "朴 성공할 것"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27일 "특정세대 전체를 통으로 물러나라고 하는 건 불합리한 얘기"라고 말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당 쇄신용으로 요구한 '586 용퇴'를 비판한 것이다. MBC 라디오에서다.

우 의원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586(50대·80년대학번·60년대생) 정치인의 맏형 격이다. 그는 202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586 용퇴'를 먼저 자진한 셈이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왼쪽)과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지난 19일 인천 선대위 출정식이 열린 계양역 광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우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에서 특정세대를 몽땅 들어낸 적 있나. 전 세계 어느 나라가 그렇게 하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비대위원장이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을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면 당이 선거 이후 논의할 수 있지만 선거 때는 부적절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래 해 먹고 나이가 있어서라면 우리보다 더 나이 많은 분부터 물러가라는 게 정합성 있는 건데 왜 그런지에 대해 사실 이유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보다 더 꼰대는 왜 가만 놔두냐. 그러니까 정치 목적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이 거론한 '정치 목적'은 박 위원장의 586용퇴 카드가 차기 당권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당내 일부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출을 놓고 친이재명계와 친문, 586 그룹 등 각 세력이 전면전을 예고한 상태다. 차기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주류 구도'를 재편할 수 있다. 각 계파가 양보할 수 없는 막강한 자리다. 

6·1 지방선거 결과는 각 세력의 입지가 갈릴 수 있는 분수령이다. 이번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 등 586들의 생환 규모가 일단 변수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진두지휘를 표방하며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입지가 주목된다. 선거 패배시 책임론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고문에겐 '대선 패배 책임론' 문제도 기다리고 있다.

박 위원장이 이 위원장 측과 '사전 교감'하에 586 용퇴론을 띄웠다는 해석이 번지는 배경이다. 박 위원장이 이 위원장을 위해 경쟁 계파인 86 그룹을 정조준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 대신 선거후 책임론을 지겠다는 셈법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박 위원장은 이 위원장이 직접 발탁해 영입한 인재다.

물론 이 위원장 측은 박 위원장 독자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채이배 비대위원도 이날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과의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 "박 위원장이 이 위원장의 얘기를 듣고 진행했을 거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왜냐하면 저희가 봉하마을에서 논의를 했을 맥락에서 봤을 때는 이 위원장의 얘기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과정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전날 공개된 CBS '한판승부'와 인터뷰에서 586용퇴론에 대해 "제가 아직 얘기를 못 들었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는 "일선에 나와 있는 책임자라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내용은 잘 모르고 있다"며 "앞 뒤 전후 맥락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씀드리기가 조금 그렇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이후 박 위원장 거취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총괄위원장 직책을 가지고 책임은 지고 있는데, 내부의 선거 기획이나 집행, 당무 이런 건 전혀 내용도 모른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같은 방송에서 "이 후보가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하면 지금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박 위원장한테 힘을 실어줘야 한다든지, 정리가 돼야 하는데 대답을 안 하고 딱 회피하시는 모습이 조금 실망스럽다"며 "조금 무책임해 보인다"고 저격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박 위원장을 감쌌다. 지난 24일 박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회견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전날 BBS라디오에선 "민주당 내부 문제가 선거에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달리 "잘 모른다"는 이 위원장의 대응은 '586 용퇴'를 둘러싼 논란과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비친다. 사전 교감설과 내홍 등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멘토 중 한명인 신평 변호사는 전날 SNS를 통해 "박 위원장은 좀 무모하다. 그렇게 쉽게 물러날 그들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지도부와 외로운 투쟁을 용감하게 전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 위원장은 조만간 민주당 내부 권력투쟁에서 밀려날 것이지만 멀지 않은 내일의 알찬 성공으로 직결될 것으로 본다"고 응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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