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소통령' 되려나…'팬덤현상'에 인사검증 권한도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5-24 13:54:12
'3각 사정 시스템' 구축…특정인에 권력 집중 우려
고민정과 공방영상 300만뷰 넘어…대중인기도 급등
정치 체급 커져…악용시 '실세 잔혹사' 재연될 수도
민주 "韓, 진짜 소통령"…정의당 "권력 남용 우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중적 인기에다 막강한 권한까지 거머쥐었다.
법무부는 24일 입법예고를 통해 옛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대신해 '공직자 인사검증'을 전담할 대규모 조직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 조직의 장은 인사정보관리단장으로, 법무부 장관 '밑'이다.
한 장관은 검찰 인사권과 함께 옛 민정수석의 권한과 역할까지 맡아 양손에 칼을 쥐게 됐다. 검찰을 통제하는 수사지휘권·인사권·감찰권에 더해 모든 공직자를 검증하는 정보 권한까지 집중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민정수석실, 법무부, 검찰로 분산돼 있던 '3각 사정 시스템'을 자신의 지휘 체제에 두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게 된다.
한 장관은 또 직권으로 상설특검을 발동할 수 있다. 검찰 수사를 대신할 '한국형 FBI'도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인에게 권한이 지나치게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소통령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한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2인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인사검증 조직이 가동되면 공직사회는 법무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인사검증은 공직자 평가를 위한 정보 수집과 기강 단속을 위한 감찰 활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 검증·감찰·사정의 경계가 모호해서다. 민정수석이 검경, 감사원, 국가정보원 등을 쥐락펴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직자 생사를 좌우할 한 장관은 그야말로 '실세 중 실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민정수석실을 없애 해당 업무를 법무부와 경찰에 넘기겠다고 공약했다. 법무부가 공직자 인사검증 조직 신설을 밝힌 것은 '예고'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정치적 파장이 상당한 건 윤 대통령 최측근이 법무부 장관이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지명되자마자 대중 주목도가 치솟았다. 취임식 영상은 130만뷰를 기록해 '한동훈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권에선 '한동훈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 장관을 집중 견제하며 국민 관심을 끌어준 민주당은 일등공신이었다.
지난 19일 국회 예결특위에서 민주당 고민정 의원과 한 장관이 벌인 질의응답 영상은 300만회를 넘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계속 억지 부려봐야 한동훈 체급만 키워주시는 거니까 그러지 마라"라고 꼬집었다. 지난 20일 예결위에선 한 장관을 추궁하는 민주당 의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안경테부터 가방, 스카프, 마스크, 넥타이까지 한 장관이 쓰는 제품들은 화제를 모았다. 법무부 청사엔 응원 꽃바구니가 쇄도했다. 조국 전 장관 때와 같은 '한동훈 신드롬'이 불면서 '정치적 체급'도 커지고 있다. 한 장관이 야당 의원들과 논쟁을 피하지 않아 불필요한 정치 논란에 휘말린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법무행정 등 본연의 업무에 악영향을 자초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전례를 보면 인사검증이 무분별한 민간인 사찰과 정보수집으로 변질될 수 있어 독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일탈 사례를 꼽았다. 이 관계자는 "MB정부 출범 때 인사검증을 총괄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맡으면서 공직자 사정·감찰 기능을 사실상 사유화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박 전 차관 사조직으로 활용되면서 급기야 민간인 사찰사건까지 벌어지는 등 물의가 컸다"고 강조했다. 옛 MB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회고록에서 "권력을 사유화한 이너써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일종의 '사찰 컨트롤타워'라고나 할까"라며 "사찰은 MB와 이상득의 권력을 배경삼아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실세들이 집중된 권한을 남용해 국정 시스템이 붕괴한 사례도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한 장관이 인사검증을 포함한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해 실력을 검증받으면 대중 정치인으로 도약하며 차기를 꿈꿀 수 있다"며 "그러나 권력집중으로 자칫 오만한 이미지가 싹트면 비난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령' 우려를 불식하는 건 한 장관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야권은 반발했다. 민주당 김남국 선대위 대변인은 "한 장관은 법무부장관이자 민정수석이며 인사수석이자 검찰총장"이라며 "총리 이상의 권한을 갖게 됐다. 정말 소통령 한동훈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라고 성토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자칫 과도한 정보 집중으로 인한 권한 남용의 우려가 크다"고 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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