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임명 강행' 尹대통령, 수위 조절?…정호영이 분수령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5-12 14:38:33
'내로남불' 이미지·野 반발 감안, 현안 부처만 선택
원희룡·박보균 순차 임명 예상…반대 큰 鄭은 보류
한덕수 인준·지방선거 등 위해 '鄭 낙마' 불가피론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박진 외교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두 사람은 더불어민주당이 '부적격' 판단한 인사다.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다. 야당 반대 장관 임명은 새 정부 들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지난 9일까지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고 기한이 지나 장관 임명이 가능해졌다. 재송부 요청 대상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며칠 기다렸다 5명 중 2명만 먼저 이날 임명한 것이다.
박, 이 장관 임명은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관련 핵심 부처 수장을 비워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각각 외교와 치안을 담당하는 장관이다. 대통령실측은 한미동맹과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볼때 국민이 임명 불가피성을 이해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야당 동의 없이 34명의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했다. 역대 정부 중 가장 많다.
지난 2월 25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 이상의 임명을 강행한 비율이 문재인 정부에서 30.4%로 가장 높았다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부족함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야당을 무시하고 '코드 인사'를 강행해왔다고 줄곧 비판했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내로남불' 이미지가 싹틀 수 있어서다.
윤 대통령이 재송부를 요청했던 장관 후보자를 한꺼번에 임명하지 않은 것도 여론을 의식한 '속도조절'로 비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윤 대통령이 임명을 미룬 후보자 3명은 민주당의 거부감이 크다. 정호영, 원희룡 후보자는 민주당이 각각 자녀 편입 의혹과 개발 특혜 의혹을 들어 고발을 벼르고 있다. 또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뇌관으로 남아 있다. 인사청문회가 끝났으나 민주당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민주당 김형주 전 의원은 이날 YTN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현안 있는 부처 장관만 임명해 갈등을 조정하는 모양새"라며 "명분이 있는 임명이라 야당이 트집잡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기찬 법률위 부위원장은 같은 방송에서 "야당이 강력 비판하는 한동훈 후보자 청문보고서가 채택 안돼 재송부를 요청해야하는데, 윤 대통령이 하지 않고 있다"며 "야당을 고려해 임명 시기와 관련해 정무적 고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분수령은 '아빠 찬스' 의혹으로 비토론이 가장 큰 정호영 후보자 임명 여부다. 지난 6일 발표된 코리아리서치·MBC 여론조사(4, 5일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1003명 대상 실시)에 따르면 정 후보자 지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56.6%로 나타났다. 적절하다는 의견은 24.7%에 불과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정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당의 의견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민주당은 한동훈 후보자 청문회에서 재미를 보지 못해 정 후보자 낙마에 당력을 집중할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추경 처리, 6·1 지방선거 등을 감안해 정 후보자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제 막 출범한 새 정부로선 야당 협조를 받아야 하는 현안이 쌓여 있다. 선거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여당은 정 후보자를 빨리 정리해야한다며 난리다.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국정 운영도 어려워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 후보자를 포기하면서 '한덕수·한동훈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윤 대통령이 타이밍을 보다가 정 후보자를 자진사퇴 형식으로 임명하지 않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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