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대전환의 시대와 바이오 패권을 향한 열정
UPI뉴스
go@kpinews.kr | 2022-05-10 11:23:26
한국은 백신 접종, 개발의 오랜 역사 지닌 나라
신정부 출범…바이오 패권 향한 열정 쏟을 시간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대전환의 시대는 인류 역사에서 일찍이 보기 어려웠던 대변화(mega change)와 함께 앞으로의 도전적 과제들을 실감케 하기에 충분하다. 전대미문의 이 글로벌 공공보건위기는 90년 전 최대위기라고 했던 대공황의 파장을 훨씬 능가하는 대전환의 시대를 열었다.
정치경제와 사회문화 등 인류의 삶과 연결되는 모든 관점에서 가히 문명사적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전환의 시대에 인류는 어떠한 지향점을 향해 가야 하는가. 직관적이지만 그 궁극적 지향점은 오랜 보편적 가치인 인류 복리(human welfare)의 증진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글로벌 공공보건 위기는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고 인류의 모든 지혜와 역량이 더 나은 삶과 복리의 증진을 위해 모아져야 할 당위성을 확인케 했다. 그리고 우리는 위기의 과정을 겪어오면서 인류의 삶과 복리 증진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과학의 힘을 절감했다.
백신 개발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역학관계(politics)의 게임 체인저가 되는 상황에서 위기를 돌파하고 글로벌 주도권을 쥐는 능력은 과학의 힘에 절대적으로 달려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백신 과학이라 하고 이에 기반하여 각국의 사활을 건 백신 개발 경쟁이 이어졌다. 각국이 총력전을 기울이는 이른바 백신 패권(vaccine supremacy) 내지 바이오 패권(biotech supremacy)이 바로 동시대의 글로벌 패권(contemporary global hegemony)으로 확연하게 연결됨을 인류는 지켜보았다.
백신으로 대표되는 바이오 패권의 맥락에서 한국의 위상과 미래는 어떠한가. 한국은 백신 접종과 개발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이다.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의 제너(Jenner)로 알려진 지석영이 천연두 예방접종법을 소개했고 1945년 조선검역소에서 콜레라 백신을 생산했으며 1990년에는 세계 최초로 한국 학계와 녹십자에서 한타바이러스 신증후군 출혈열(HFRS) 백신을 개발했다. 한타바이러스는 중국에서 150만 명의 감염자와 4만6000명의 사망자를 발생케 했는데 백신이 도입된 후 환자수가 2만 명 미만으로 감소하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이루었다.
1996년 녹십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허가를 받은 B형 간염 백신을 개발했고 이는 이후 저소득 국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백신이 되었다. 금번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2021년 엔지켐생명과학은 세계 최초로 인간에게 효과적인 DNA 백신을 개발하여 인도에서 임상 시험을 거쳐 최근 생산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RNA 백신이 접종 6개월 경과 시점에 보호 기능 약화로 부스터 샷이 필요하게 되는 단점이 있음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 엔지켐생명과학의 DNA 백신 개발은 코로나19 백신의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한국이 백신 개발의 흐름에서 결코 관망자나 추종자가 아닐 뿐 아니라 글로벌 백신 개발을 선도하는 미래의 바이오 패권국으로 도약할 높은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빠르게 확산하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을 금년 가을에 출시하기 위한 각국의 개발 경쟁 또한 이미 시작되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지금처럼 6개월마다 반복해서 맞아야 하는 부스터 샷에 사람들이 이제 피로감을 느끼고 있음을 실토한 바 있다. 또한 그들은 백신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을 두배로 늘리는 이른바 연간 백신(annual vaccine)의 개발이 기술적으로 쉽지는 않을지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더나는 계획대로 백신이 개발되어 가을에 출시되면 금년 중 210억 달러의 백신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모더나는 1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지난해 같은 기간(2.84 달러)의 세배가 넘는 8.58 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재무적 지표는 백신 개발이 인류의 삶과 복리 증진에 기여하는 전체 모습 중 극히 일부만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인류의 생명을 구하고 지속가능한 문명 공동체를 구현해 나가는 백신의 존재는 숫자로 표현되기 어려운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니는 공공재이자 소중한 사회적 자산으로 평가받아야 하겠다.
바이러스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백신도 진화해야 함은 자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지고 있는 백신 개발 경쟁은 향후 바이오 패권국으로 진입하느냐의 여부를 결정짓는 서막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제 바이오 패권이 곧 글로벌 패권임을 직시하고 과학의 힘을 기르며 리서치 파워를 키우는 데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진화하는 바이오 흐름을 내다보는 통찰력을 갖춘 기업가정신(bio-entrepreneurship)의 힘, R&D 등 투자와 인적자원 양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코로나19 백신은 통상 15년이 걸리던 백신 개발 기간의 10분의 1도 안되는 단기간에 개발되었는데 그 배경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관련 바이러스에 대한 다년간의 연구가 축적되어 있었고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제조 공장이 건설되는 동시에 인프라 개발이 진행되었다. 규제 프로세스에 있어서도 위기시에 정치적, 정책적으로 혁신적 변화의 동기가 있었다. 글로벌 백신 허브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역설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대전환의 시대는 바이오 패권과 함께 전개될 것이다. 때마침 출범한 신정부와 우리 모두에게 바이오 패권을 향한 열정이 요구되는 이유다. 기업가정신과 창의력을 북돋우며 시장 활력을 제고하는 혁신적 정책을 시행함과 아울러 R&D 투자와 인적자원 육성에 선제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끊임없는 혁신과 창조 과정에서 학계, 연구진 등과의 공조 및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세계 최초의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과 코로나19 DNA 백신 개발은 학계, 연구진 등과 기업이 힘을 합쳐 이룬 성과다. 산학연이 합심하고 정부와 입법부가 정책과 제도 면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바이오 패권국으로 가는 길에 열정과 땀과 노력이 채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법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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