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되살리는 '정호영 사태'…흔들리는 윤석열의 공정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4-18 11:24:08
"이해충돌…상대적 박탈감 주고 조국 사태 떠올려"
曺, 활개치며 尹 저격…尹측 '제2 조국사태' 우려
공정·상식, 정권교체 명분…鄭감싸기는 역행 모습
鄭 사퇴도 딜레마…한동훈, 與 공세 타깃 가능성
국민의힘에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정 후보자 도덕성 의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심각한데 대한 경고 목소리가 분출된 것이다. 정 후보자는 자녀들의 의대 편입 특혜 논란 등에 휘말려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가진 보편적 상식과 다소 거리가 있는 일들이 정 후보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취를 직접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지도부에서 사퇴론이 나온 건 처음이다. 김 최고위원은 1990년생으로 청년 몫 최고위원이다. 젊은 층 반감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품격과 도덕성이 필수인 고위공직자 후보자에게 이해충돌 논란이 벌어진 것 자체만으로 공정을 바랐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공정과 상식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담아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웠고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억울하더라도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 사안을 판단할 때는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다.
하 의원은 "자식들 의대 편입에 정 후보자의 사회적 자산이 작용했을 수가 있고 그 부분은 국민들 눈높이에서 볼 때는 불공정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두 사람 언급대로 '정호영 사태'는 새 정부의 핵심 가치들을 흔들고 있다. 공정과 상식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줄곧 부르짖은 정권교체의 명분이다. 정치 초짜가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 배경엔 '조국 사태'가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불공정'과 이를 감싸는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에 실망한 국민들은 윤 당선인을 지지했다. 윤 당선인은 현 정권과 맞선 공정 파수꾼으로 인식됐다.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를 고집하면 정권교체 민심과 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런 만큼 조 전 장관의 불공정 이미지는 묽어질 가능성이 있다.
조 전 장관이 '정호영 전선'에 뛰어들어 활개치는 이유다. 타깃은 윤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은 정 후보자 지명 철회 여론에 대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 딸과 아들이 차례차례 서울법대에 편입했는데 이하의 일이 있었다면 '윤석열 검찰'과 언론과 국힘(국민의힘)과 대학생들은 어떻게 했을까"라고 적었다.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라고 했을까. 수사권이 없는 교육부 조사로 족하다 했을까"라고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가족을 대입해 정 후보자 자녀 의대 편입 특혜 의혹을 공격했다. 자신에게 정 후보자 상황이 일어났다면 큰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고 꼬집은 셈이다.
윤 당선인 측은 정 후보자 '아빠 찬스' 의혹이 조 전 장관 사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무엇이 같느냐"고 발끈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조국, 조국 그러는데 진짜 조국 문제하고 이거하고 비슷한 게 있으면 얘기를 해보라"라고 반문했다. 윤 당선인 측이 민감하게 반응한 건 '제2의 조국 사태' 프레임을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 당선인을 저격했다. 정 후보자 논란을 감싼 윤 당선인의 인식이 조 전 장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인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대선 전 '조국 저격수'로 활약했다.
국민의힘에서 비토론이 나온 건 윤 당선인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에겐 '공정'에 민감한 2030세대가 이탈하면 큰 타격이다. 정 후보자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윤 당선인에 대한 정 후보자 지명 철회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이 '당심'을 외면하면 취임전부터 당청 긴장이 조성될 수도 있다.
문제는 윤 당선인이 그러고 싶어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정 후보자가 낙마하면 곧바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여권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를 포기하더라도 최대한 버틸 것"이라며 "낙마 1명과 2명은 차원이 다르다. 다른 후보자, 특히 한 후보자를 지키기 위해 정 후보자를 '사석(死石)'으로 쓸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인사청문회때까지 정 후보자를 끌고가면서 여론과 국민의힘 상황을 지켜보고 최종 판단할 것"이라며 "윤 당선인도 전임자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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