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영 "물가 상승압력 장기화 가능성에 대응 불가피"
강혜영
khy@kpinews.kr | 2022-04-14 14:56:20
"물가 높지만 경제성장률 2% 중후반 예상…스태그플레이션은 아냐"
주상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장 직무대행)은 14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총재 공석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 의장을 겸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아직 취임하지 못하면서 의장 대행인 주 위원이 금통위를 주재했고, 회의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도 진행했다.
주 위원은 이날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월 말 금통위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금융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며 특히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파른 점을 지적했다.
한은은 당분간 물가가 4%대의 높은 흐름을 보이고 연간 상승률도 2월 전망 때 한은이 내놓은 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월 전망치인 3.0%를 다소 하회할 것이라고 봤다.
주 위원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높지만 경제성장률도 2% 중후반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며 "이 정도로 성장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오늘 결정은 물가 상방 위험에 보다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앞으로는 물가 상방 위험뿐만 아니라 성장 하방 위험까지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총재 공석인 상황에서 기준금리 올린 가장 큰 배경은?
"2월 말 금통위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금융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그중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총재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좀 더 단순화하면, 원래 7명이 하던 결정을 6명이 한 것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와 사전 논의가 있었나?
"이창용 후보자 귀국 후 간단한 상견례 차원에서 차담회는 했으나, 전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지금은 경기보다 물가에 우선해야 하는 시점인가?
"원칙적으로는 물가와 경기를 균형 있게 봐야 하는데 주로 공급측에서 발생한 물가 상승이라고 하더라도 예상보다 장기화되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런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물가 상방 압력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물가 상승 압력이 지금 전망 수준에서 유지되는데 성장 하방 위험이 혹시나 더 커진다면 그때는 경기 하방 위험을 더 중점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전망도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변화하는 경기상황과 전망에 맞춰서 적절히 조절해 나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물가의 정점 시점은 언제쯤으로 보는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1분기가 지나면 또는 늦어도 2분기가 지나면 정점을 찍고 내려가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는 언제가 정점이 될지 확실히 예단하기 힘들다.
현재 고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국제 유가인데 국제 유가가 만약 상고하저(上高下底)의 흐름을 보인다면 그에 맞춰서 저희 물가도 연말께 조금 낮아질 수도 있고 보고 있다. 다만 그것은 국제 유가 및 원자재가격, 곡물 가격, 이런 것들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2월 금통위 당시 시장의 연말 금리 수준 전망(1.75~2.0%)에 대해 한은 전망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는데, 현재도 변함없는지?
"저희가 보기에는 시장의 기대는 거기에서 한층 더 높아진 것 같다. 물가 상승세가 그전 예상보다 가파르고, 미 연준의 빠른 긴축이 예상되면서 시장 기대가 높아진 것으로 생각한다.
금통위의 의견은 그 전보다 조금 다양해진 것 같다. 물가를 보면 좀 더 높여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하실 수 있는데, 동시에 경기의 하방 위험도 커졌기 때문에 생각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통방문에서 '기준금리 인상 파급효과를 점검하겠다'는 문구가 빠지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들어갔는데, 추가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뜻인가?
"'기준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라는 문구는 금리인상을 했으니까 파급 효과를 파악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넣었던 것이고 지금은 그 문구를 반복해서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포함된 것은 2월 금통위 이후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했고 그 임팩트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고 또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 상방 위험을 높이는 게 맞지만, 또 성장 하방 위험을 높인다. 오늘 결정은 물가 상방 위험에 보다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앞으로는 물가 상방 위험뿐만 아니라 성장 하방 위험까지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은이 중립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이 어렵다고 보는지?
"미국의 경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중립금리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 미국은 물가안정과 고용안정, 두 가지 듀얼 맨데이트인데 노동시장 상황은 상당히 좋고 완전 고용에 가까울 정도의 상태인데 물가의 상승 압력은 굉장히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좀 다르지 않은가 보고 있다. 중립금리에 대한 명확한 수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해도 금리 인상 과정에서 적어도 지금의 판단으로는 그 이상 수준으로 올려야 될 정도의 한계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작년부터 금리를 4차례 올렸는데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은?
"이번 인상까지 합하면 4차례 인상을 한 것인데 기본적으로는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경기 회복세에 맞춰 기준금리를 서서히 조정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물론 금리인상이 회복 속도에 일부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러 지표를 보면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수출 부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고 소비도 오미크론 확산으로 1~2월에 다소 부진했으나 3월 중순 이후부터 빠르게 회복이 관찰되고 있다. 그런 긍정적 요인이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정적 요인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3.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는 배경은?
"수출은 대내외 여건이 안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소비도 앞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씀드렸으나 1~2월 오미크론 확산이 심해서 1분기 중 소비는 당초 예상보다 조금은 나쁜 것이 사실이다.
설비투자, 건설투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부품 공급 차질 등 공급망 차질 영향을 받아서 2월 전망보다 조금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면 2월 전망한 3.0%보다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다소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는 다른 주요국보다는 저희 상황은 좀 나은 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없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략 두 달째 진행되고 있는데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켜서 생산비용이 상승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다가 공급망 차질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 1분기 지표에는 그 영향이 예상한 것만큼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 듯하다.
물가상승률이 4%대로 높기는 한데 성장률이 좀 더 낮아져도 적어도 2%대 중후반 정도는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성장한다면 물가가 다소 높기는 하지만 그것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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