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또 '양념정치' 속으로…중도층 잡기는 포기했나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4-13 10:16:04
민주 불리한 상황…검수완박, 중도 표심 영향 주목
천정배 "민주당 무리수"…장성철 "수도권에 악영향"
초선 강경파 입김 확대…소신 박지현 '들러리' 전락
강성 지지층만 쫓는 과거로 회귀…반성·쇄신 외면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는 KBS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지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힘을 꼽은 응답자는 38.6%였다. 민주당이라는 응답자는 27.1%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58.2%였다. '잘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35.5%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유리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50일 앞두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던졌다. 표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당이 민생 현안을 제쳐놓고 정치 쟁점에 매달려 당력을 쏟으면 중도층 표심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참여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은 13일 YTN 라디오에 나와 "검수완박은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거 아닌가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뭘 하다가 지금 대통령 임기 1개월 남기고 졸속으로 하겠다고 하는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대구가톨릭대 장성철 특임 교수는 이날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수완박은 강성 지지층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대선 패배에도 바뀌지 않고 과거 정치 행태로 돌아간 모습"이라는 이유에서다.
검수완박이 선거에 유리하다는 반론도 있다. 민주당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중도층에서 '4월 내 검찰개혁 관련 법안 통과'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나왔다고 한다.
검수완박은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우세했다. 조응천, 이소영, 채이배, 권지웅 비대위원은 부정적, 유보적 입장으로 알려졌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전날 의총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도 힘들지만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 지고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반대했다.
비대위에선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만 적극적이었다. 윤 위원장은 박홍근 원내대표와 공조해 검수완박을 밀어붙였다. 비대위 내 '여론' 수렴은 무시하고 애초부터 입법 추진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 조차도 '들러리'였던 셈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반성과 당 쇄신을 위해 비대위를 꾸렸다. 박지현 씨를 위원장으로 깜짝 발탁했고 8명 비대위원 중 4명을 2030세대로 채웠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 변화를 보여드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과 2030 비대위원들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박 위원장은 민감한 사안에도 '소신'을 밝혔으나 관철된 적은 없다.
민주당이 1년 만에 검수완박 드라이브를 다시 걸고 나선 배경엔 강경파 의원들이 있다. 최강욱 김용민 김남국 황운하 이수진(동작을) 등 초선 그룹 '처럼회' 등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강성 지지층, 당원들의 '문자 폭탄'은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검찰개혁 반대 의원 명단을 돌리고 문자 폭탄을 쏟아냈다. 당 지도부도 연일 압박했다. 김용민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지지자들이 계속 민주당사 앞에서 시위 등을 하고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다"고 소개했다.
박지현 위원장은 의총에서 검수완박을 반대하며 스스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당내 분위기는 위압적이다.
문재인 정권이 대선에서 진 건 민심에 반하는 국정·국회 운영 탓이 크다. 진영으로 국민을 가르고 강성 지지층을 위한 정책과 입법을 중시했다.
극성 지지층은 막말, 협박 등 뭘 해도 용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양념'이라며 '면죄부'를 준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압승 후 '강경파' 세상이 됐다.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검찰·언론개혁 등을 명분으로 한 '입법 폭주'는 예고된 일이었다. 공수처 출범과 '부동산 실정'은 그 결과물이다. 강경파는 '양념정치'로 득세했고 온건파는 자취를 감췄다. 중도층은 멀어졌다. 대선 직전까지 정권교체론이 줄곧 과반을 유지한 이유다. 결국 민주당은 정권을 잃었다.
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부동산, 공수처법을 몰아붙이기 했다가 정권을 빼앗겼다"며 "검수완박도 여론을 형성한 다음 차분하게 해야 한다. 아니면 더 망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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