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당선인·박범계 제주 만남 주목…구권력 대항 분수령?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4-02 14:31:19

서욱 '정밀타격' 거론…산업부, 정재훈 제청 안해
靑과 달리 부처·장관, 尹 눈치봐…朴, 결기 여전
朴 "석열이 형"→"똑바로 앉으라"…1년만에 재회
수사지휘권 폐지 반대 등 각세워…대화 내용 관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5월10일)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인수위와 청와대가 자꾸 충돌하며 신·구 권력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지난달 28일 만찬 회동은 '약효'가 고작 사흘이었다. 인수위와 청와대는 대우조선해양 대표 인사를 놓고 이틀이나 감정 섞인 공방을 벌였다. '알박기'와 '몰염치', '눈독'과 '모욕적' 등 거친 언사가 오갔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에서 이사 압둘라 술탄 알사마히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관 대리 등을 접견하다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하지만 정부 부처와 일부 장관은 청와대와 달리 기가 다소 꺾인 분위기다. 권력 교체가 임박한 영향으로 보인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준비하는 등 추가 도발 조짐을 보이자 선제 타격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문재인 정부 방침에 따라 북한 자극을 최대한 피하며 신중한 태도로 일관해온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킬체인(Kill Chain)'이라 불리는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예고해 여권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당시 서 장관은 침묵했다. 그런데 대선 후 대북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이다. "서 장관이 윤 당선인 코드에 맞추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알박기 인사' 논란이 불거졌던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을 전날 청와대에 제청하지 않았다. 정 사장 연임 시도는 사실상 무산됐다. 2018년 4월 취임한 정 사장은 지난해 3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임에 성공했고 그 임기가 오는 4일 끝난다. 

정 사장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해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가 탈원전에 반대하는 윤 당선인과 일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결국 산업부가 윤 당선인을 의식해 연임 관련 절차를 중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그래도 '대항 의지'가 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는 윤 당선인 공약을 공개 반대한 것이 일례다. 인수위가 발끈해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31일엔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의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 발동을 추진하다가 중단했다. 한 검사장 무혐의 처분을 막기 위해 김오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복원을 검토했다 법무부 내 검사들의 거센 반발에 밀린 것이다. 한 검사장은 윤 당선인과 가까운 사이다. 박 장관이 윤 당선인과 또 각을 세우려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친문 핵심인 박 장관은 현 정권 실세로 꼽힌다. 구 권력 대항 의지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런 만큼 박 장관과 윤 당선인의 3일 만남이 주목된다. 2일 법무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3일 오전 10시 제 74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다. 윤 당선인도 자리를 같이 해 박 장관과 조우할 예정이다. 박 장관이 윤 당선인을 어떻게 대할 지가 관건이다.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1년 2개월만이다.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과 박 장관은 지난해 2월 5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의견 교환차 만났다.

대선 직후인 지난달 11일 박 장관은 윤 당선인에 대해 "왜 소회가 없겠나, (사법연수원 23기)동기인데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공약과 관련한 입장 표명은 유보했다. 하지만 이후 수사지휘권 폐지를 반대하며 인수위와 충돌했다.

윤 당선인은 "이 정부에서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검찰개혁을 5년동안 해 놓고 안된다는 자평인가"라고 박 장관을 질타했다.

박 장관은 윤 당선인과 사법연수원 동기(23기)다. 그는 2013년 11월 윤 당선인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징계를 받자 울분을 토했다.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슬프다"고 적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재직 시 '조국 수사'로 여권의 사퇴압박을 받던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딴판이었다. 박 장관은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성토했고 "똑바로 앉으라"는 호통도 쳤다. 제주 만남에선 어떨지 궁금하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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