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전쟁' 재점화…메디톡스, 미국 ITC에 휴젤 제소

박일경

ek.park@kpinews.kr | 2022-04-01 16:17:03

수년간 대웅제약과 분쟁벌인 메디톡스, 이번엔 휴젤
美 소송전, 비용부담 문제…메디톡스 "투자사 부담"
GS가 인수한 휴젤 자금력 만만치 않아…"강력 대응"

보툴리눔 톡신, 이른바 '보톡스' 전쟁이 다시 불붙었다. 수년간 지속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톡스 분쟁이 가라앉자마자 이번엔 휴젤과 메디톡스가 소송전을 벌이게 됐다.

바이오제약회사 메디톡스는 지난달 30일(미국 현지시간) "균주 및 제조공정이 도용됐다"며 휴젤 한국 본사와 휴젤 아메리카 및 크로마 파마(이하 휴젤 측)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고 1일 밝혔다.

메디톡스는 "이번 제소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정당한 법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자 모든 노력을 경주해왔다"며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함으로써 회사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로펌 퀸 엠마뉴엘 어콰트 & 설리번(Quinn Emanuel Urquhart & Sullivan, LLP)이 메디톡스를 대리한다. 소송비용 일체는 글로벌 소송·분쟁 해결 전문 투자회사 등이 부담한다고 메디톡스는 전했다. 다만 메디톡스는 소송비 일체를 부담하기로 한 투자자가 누구인지는 비밀에 붙였다.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웹사이트 캡처 [메디톡스 제공]

메디톡스, 세계적 로펌 '퀸 엠마뉴엘' 선임…지출 비용 없어

휴젤을 상대로 미국 소송에 본격 나선 메디톡스는 소송비 전액을 부담하는 글로벌 투자사가 따로 있고, 메디톡스엔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공개했다. 이는 대웅제약과의 소송 당시 막대한 비용 부담이 실적 악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의 미국 분쟁이 시작된 이후 매년 수백억 원대 비용을 지출했다. 메디톡스는 소송비용을 재무제표상 판매관리비에 반영하고 있다. 2018년 675억 원에 머물던 판매관리비는 분쟁 긴장감이 고조되던 2019년 1107억 원으로 급증했다. 분쟁이 본격화한 2020년엔 1114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분쟁이 해소된 지난해엔 이 비용이 714억 원으로 36% 급감했다.

대웅제약과의 소송이 마무리되자 메디톡스 영업이익은 2020년 371억 원 적자에서 2021년 345억 원 흑자로 전환됐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글로벌 소송 및 분쟁 해결 전문 투자(Litigation Funding) 회사는 당사자 대신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승소 배상액의 일정비율을 변호사가 받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서 "소송 당사자는 투자회사를 통해 막대한 비용 부담을 해소할 수 있고, 투자사는 승소 확률이 높은 소송에 간접 참여함으로써 배상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메디톡스 주가는 주당 13만6700원에 마감해 전 거래일 보다 4.43%(5800원) 급등했다. 반면 피소된 휴젤은 12만700원에 거래를 마쳐 전일 대비 13.23%(1만8400원)나 급락했다.

▲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 [휴젤 제공]

휴젤 "미국 수출 임박하자 음해…발목잡기"

메디톡스는 소장에서 '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 및 생산했으며, 해당 불법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ITC가 휴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해야 하며, 해당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도 내려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미 미국으로 수입된 휴젤 제품에 대해서도 판매금지 명령, 마케팅 및 광고 중지 등을 강력히 요청했다.

휴젤 측은 "메디톡스가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0일 휴젤·휴젤 아메리카·크로마 파마를 미국 ITC에 제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메디톡스가 제기하는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 도용'에 관한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써 ITC 소송은 근거 없는 무리한 제소이다"라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휴젤 측은 메디톡스가 '6년 연속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이자 중국·유럽에도 진출한 보톡스 업계 1위 기업(휴젤)'을 상대로 왜 이제와서 부당 의혹을 제기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휴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발목잡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현재 휴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기 위해 제반 실사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미국 ITC에 제소한 시점도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인 '나보타'를 미국에 수출할 때였다.

휴젤 관계자는 "우리의 보툴리눔 톡신제제 개발시점과 경위 등 개발 과정 전반에서 메디톡스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어떠한 사실이나 정황도 없다"며 "제품의 품질과 마케팅으로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고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음해로 타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산업 발전과 국가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휴젤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동원하고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자금동원력도 만만치 않아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GS그룹이 지난해 말 바이오산업 진출을 목적으로 인수한 기업이 바로 휴젤이기 때문이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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