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대선 패자부활전인가"…與도, 野도 재활용론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3-29 10:37:22

윤호중, 서울시장 후보군에 "어떤 분도 예외 없다"
이낙연도 대상…"이재명, 지방선거서 당연히 역할"
경기지사 후보군엔 김동연, 유승민, 원희룡 거론
"지방선거, 대권 놓친 이들의 재기 기회로 전락"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29일 "민주당 이름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거물들이 몇 분 계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그분들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송영길 전 대표만 대안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서 갑론을박중인 '송영길 차출론'에 거리를 둔 것이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다.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이낙연 전 대표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포함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당내 어떤 분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이낙연 차출'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도 거명된다. 

이재명 상임고문의 지방선거 역할론에 대해선 "어떤 형태가 됐든 간에 역할을 하시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이 요청하는 역할을 해주시리라고 본다"고 단언했다. '선대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냐'는 질문에는 "선대위원장이 됐든, 다른 역할이 됐든 굳이 선을 긋고 계시지는 않는다"고 했다.

진행자는 '이 고문이 설마 지방선거에서 후보로 뛰는 건 아니겠죠'라고 물었다. 윤 위원장은 "지금 답을 드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고문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현 시장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시각에서다. 그런데 윤 위원장이 그 불씨를 꺼트리지 않은 것이다. 상황에 따라선 '이재명 차출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대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으로선 6·1 서울시장 선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 서울시장이 되면 임기가 21대 대선 도전 스케줄과 맞는다. 2026년 퇴임해 2027년 대선을 준비하는 시나리오다. 대선 패장에겐 '매력적인 그림'이다.

그런 만큼 이 전 대표 측도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군의 적합도 등을 여론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이 고문 최측근 그룹인 이른바 '7인회' 소속 일부 의원이 이날 송 전 대표를 만나 주목된다. 정성호, 김남국 의원은 경북 영천 은혜사를 찾아 템플스테이 중인 송 전 대표와 조찬을 함께했다.

이들의 방문은 '이심(이재명 마음)'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영길 차출론'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읽힌다. 송 대표는 페이스북에 "(두 분과) 차를 마시며 이번 대선에서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의 성원과 회초리에 어떻게 부응할지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썼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선 때 각각 상임선대위원장과 후보로서 밀어주고 끌어줬던 송 전 대표와 이 고문이 지방선거에선 역할을 바꿔 상부상조하려는 것 같다"며 "상호 공감하에 복귀와 재기를 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장 후보로 송 전 대표가 나서고 이 고문은 유세 등으로 선거를 도우면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설 수 있다"며 "결과가 좋으면 확실한 윈윈"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 측이 송 전 대표를 미는 건 '이재명 차출론'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민주당에겐 이 고문이 전임자였던 경기지사도 놓칠 수 없는 자리다. 당내에선 승리를 장담할 인물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가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배경이다.

민주당과 새로운물결의 합당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는 건 김 대표에게 기회를 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해 "이번 주를 넘기지 않도록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차출론'이 힘을 받고 있다.

▲ 국민의힘 정진석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처음 열린 공천관리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피플네트워크리서치(PNR)가 지난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은 범보수 후보 적합도에서 33%로 선두를 달렸다. 김 대표는 여권 후보 적합도에서 23.8%로 1위를 기록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에선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이름도 나온다.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군에 대선 주자 출신들이 집중 거론되는 건 양당의 '필승 의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인물난'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대권을 놓친 정치인들이 재기를 모색하는 '패자부활전'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살림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것이다. 대권 디딤돌로 '전용'돼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정치 전문가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당장의 선거를 위해 인지도 높은 대선 경선·본선 출마자를 재활용하는데 급급한 모습"이라며 "지방선거 취지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대구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명분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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