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권력, 靑 이전·인사권 정면충돌…정권이양 난기류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3-21 19:29:34

文 대통령, 안보우려 들어 집무실 이전에 제동 걸어
尹 당선인, '통의동 집무실'로 맞불…서로 마이웨이
이철희·장제원, 靑발표에 만남 2시간만에 빈손이별
靑 한나절만에 존중→반대 선회…文·尹 만남 빨간불
감사원 감사위원 등 주요직책 인사권 이견도 평행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계속 부닥치고 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과 임기말 인사권 문제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이 정국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두 사람이 정권 이양을 위해 시급히 만나야 하는데 걸림돌만 쌓이는 형국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UPI뉴스 자료사진]

20대 대선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으나 양측은 만남 날짜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구 권력이 사안마다 정면충돌하며 정권 이양 작업을 막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진영 대결을 재연하며 정국은 급랭중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후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국민통합수석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청와대는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상정은 어렵다"고 못박았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를 향해 "안타깝다"며 "문 대통령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 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양측이 서로 '마이웨이'를 외치며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용산 이전에 제동을 걸자 윤 당선인이 '통의동 집무실' 카드로 맞불을 놓은 격이다.

윤 당선인으로선 최대 공약인 '용산 프로젝트'가 불투명해져 스타일을 구겼다. 양측이 나중에 합의한다 해도 이전 작업은 지체될 수 밖에 없다. 윤 당선인이 5월 10일 취임하면서 첫 근무를 용산의 새 집무실에서 시작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진 것이다.

국민의힘도 강력 반발했다. 청와대 입장이 한나절만에 급변한 탓이다.

박 수석은 이날 오전만 해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도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을 했습니다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지키지 못했지만 윤 당선인의 의지는 잘 지켜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수석은 오후엔 정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청와대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핫라인을 재가동해 '문·윤 만남' 일정 잡기를 위한 협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청와대 발표 소식이 날아들면서 두 사람은 2시간여 만에 빈손으로 헤어졌다.

양측은 종일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오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두 사람(이 수석과 장 실장)의 만남을 통해 양측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 수석도 YTN 라디오에서 "당선인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향을 존중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 수석과 장 실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모처에서 만나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빠른 시일 내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두 시간여 만에 상황이 확 바뀌었다.

양측은 의견이 맞섰던 인사권 문제에서도 거리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선관위 상임위원 등 주요 직책의 인사권 행사가 뇌관이었다.

윤 당선인 측은 "당선인과 협의를 거쳐 임명해야 한다"며 '문·윤 독대'에서 이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인사권은 문 대통령 고유권한"이라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최근 신임 한국은행 총재로는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을 선임하는 방안에 양측이 공감대를 이루며 실마리가 마련된 듯 보였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위원 인선이 끝까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협의가 공전하며 신·구 권력의 대립구도가 길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청와대의 집무실 이전 반대로 양측 협의는 더 꼬이게 됐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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