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결단하지 않으면 못벗어나…광화문 이전은 재앙"
장은현
eh@kpinews.kr | 2022-03-20 14:53:47
"공약 단계에 靑 이전·경호 세밀히 검토 못해"
"대통령 일하는 모습 노출, 민주주의 앞당겨"
"靑 이전과 코로나, 우선순위 따지기 어려워"
"경호체제 바꿀 것…경호 252억 등 496억원 신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용산 대통령 시대'를 공식 선언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상징하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 곁에서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 실천에 나선 것이다.
윤 당선인의 강한 '탈(脫) 청와대' 의지와 달리 국민의힘 안팎에선 안보 공백, 국민 불편, 예산 낭비, 졸속 추진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시간을 두고 결정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알지만 이 부분은 정부를 담당할 사람의 철학과 결단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금 아니면 못한다"는 판단에서 속도조절 대신 정면돌파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이전 조감도를 통해 자세한 이전 계획을 적극 직접 설명했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용산 이전에 따른 우려와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 반박했다.
그는 "국방부 옆(왼쪽)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건물은 연합사와 함께 쓰는 것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유 공간이 있다고 한다"며 "부속 건물도 많아 필수 시설을 옮겨가면 분산 배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 주변에 수십만 평 상당의 국민 공간을 조성해 임기 중 국민과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이전 효과도 부각했다. "집무실이 있는 청사 범위를 최소화해 미국 백악관과 같이 낮은 담을 설치한 뒤 시민들이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하겠다"라고도 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경호 체계를 손보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청와대를 5월 10일 완전 개방한다고 했다. 당선인은 언제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는 건가.
"5월 10일 취임식을 마치고 바로 입주해 근무를 시작할 생각이다. 이사가 간단하지는 않지만 (현 국방부가) 구내로 이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무실을 리모델링하고 경호 시설까지 고려한다고 해도 (5월 10일 입주는) 가능하다."
ㅡ 청와대 이전 비용은 얼마로 추산하나.
"총 496억으로 추산했다. 1조니 5000억이니 하는 얘기들이 막 나오는데 근거가 없다. 국방부를 합참 건물로 이전하는 이사 비용과 (집무실) 리모델링 비용까지 전부 합산해 기획재정부로부터 58억 정도 예산안을 받았다. 대통령 비서실을 이전하는데 컴퓨터 등 집기를 구입하는 것, 20년된 국방부 청사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비용, 경호용 방탄창 설치하는 부분 등 252억이 들 것으로 보인다. 또 경호처 이사 비용으로는 99억 97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관저는 한남동 공관을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데 25억이 든다."
ㅡ 한남동 공관에서 국방부로 출근할 때 교통 통제, 통신 차단 등 시민 불편이 예상된다.
"교통을 통제하고 청사로 들어가기까지 3~5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면 큰 불편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ㅡ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바꾸는 과정이 급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많다. 풍수지리, 무속 얘기도 나오는데.
"무속 관련해선 더불어민주당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용산 문제는 처음부터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했다.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려 하니 새로운 건물을 또 구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용산 국방부에는 지하 벙커도 있어 비상시 바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할 수 있다. 광화문 청사엔 벙커가 없다. 청와대 건물을 써야 하는 것이다."
ㅡ 공약을 내는 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왜 검토되지 않았나.
"광화문 인근 지역에 거주하거나 빌딩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불편이 세밀히 검토되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경복궁 앞에 고궁 박물관이 있는데 그곳으로 이전하는 문제까지 검토된 걸로 알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공약을 수립하고 검토하는 단계에선 다 오픈하기가 어렵지 않나.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보니 광화문 이전이라는 게 시민들에게는 거의 '재앙'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진도 간단하지가 않다. 외교부 주변에 외국 대사관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것을 한 번에 옮기는 게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금융기관은 단 몇 분, 몇 초라도 통신 제한이 생기면 상당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ㅡ 국방부 이전으로 군 전용 통신망이나 전산망이 와해될 우려가 있다. 군사 기능 공백에 대한 해결책이 있나.
"군부대가 이사한다고 해서 국방 공백이 생긴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군 경험이 충분히 있는 분들이 계획을 세운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빠른 시일 내 가장 효율적으로 이전을 완료해 안보 태세에 전혀 지장이 없도록 할 생각이다."
ㅡ 미국도 백악관과 펜타곤(국방부)이 분리돼 있는데 국가안보상 한 군데 모여 있으면 심각한 취약점이 아닌가.
"전시작전과 국가안보 문제를 대통령실과 국방부, 합참, 그리고 우리 동맹국인 주한미군, 평택 연합사가 하고 있다. 지금 관악산 벙커가 있는 곳이 우리 전쟁지휘소다. 합참이 거기로 이전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는 기본적으로 정책기관이다. 그래서 국가안보에 관한 전시 지휘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 그리고 합참, 대통령의 군 통수 보좌관인 국방장관이 한다. 펜타곤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국방부도 과천 등 넓은 곳에서 시설을 제대로 잡아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많지만 지금 제가 이것까지 설명하고 판단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ㅡ 합동참모본부가 남태령으로 이전할 때 신규 청사를 지어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5월까지 가능한가.
"합참을 바로 이전한다는 뜻이 아니다. 제대로 만들어 효과적이고 쾌적한 여건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물론 그쪽에 수도방위사령부 건물도 있지만 그 부분은 심도 있게 검토해 합참이 전·평시에 일관된 작전지휘를 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만들어 순차적으로 단계에 따라 이전시키도록 할 생각이다."
ㅡ 경호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도 검토했나.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민 곁으로 다가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경호 체계도 좀 바꿔나갈 생각이다. 대통령이 일하고 있는 모습과 공간을 국민께서 공원에 와 얼마든지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정신적 교감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 제가 공원으로 직접 내려와 시민들과 만나는 행위 자체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일하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최고 의사결정을 하는 그 정치인이 일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언제든지 지켜볼 수 있다는 이 자체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ㅡ 청와대 기능을 축소한다고 했는데 국방부 나머지 공간은 어떻게 활용하나.
"회의실을 빼고 나면 국방부 청사 규모가 크지는 않다. 지금 청와대 비서동이 3개 동인데, 그걸 합친 것보다는 작을 것이다. 청와대 직원 수는 좀 줄이고 민관합동위원회의 사무국 회의실을 좀 많이 만들어 경륜 있고 국가적 아젠다 설정과 의사결정에 도움 줄 수 있는 분들이 자유롭게 회의하고 도움을 줄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공무원 신분으로 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든지 여러 제한이 따른다. 지금 청와대는 대통령이 있는 집무실과 춘추관의 거리가 꽤 된다. 저는 이 건물(국방부 청사) 1층에 기자실을 배치해 언제든지 기자들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겠다."
ㅡ 청와대 명칭은 어떻게 정할 계획인가.
"새 대통령 집무실 명칭은 좋은 게 있다면 알려달라. 국민 공모를 통해 정할 것이다."
ㅡ 국방부 건물에 상주해 있던 상인 등 민간인의 이전과 관련해선 지원책이 있나.
"국방부를 상대로 영업을 하던 분들의 상점이 집무실이 들어가는 청사에 있는 게 아니다. 부속시설에 있다. 어려움은 없지 않겠나 생각한다."
ㅡ 코로나19 피해 회복 등 민생 현안이 많은데 집무실 이전이 당선인의 1호 공약처럼 추진되는 모양새다.
"코로나 보상 등 민생 문제는 인수위에 주문을 많이 해놨다. 곧 그 부분 관련 방안들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국민과 소통하며 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굉장히 시급한 문제다. 대통령이 독단이 아니라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며 결정을 해 나가는 과정으로 바꾸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생 문제에 대해선 청와대 이전과 관계 없이 이 부분대로 하는 팀이 있고 인수위에서 최우선으로 다룰 것이다.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그 뒤냐, 이렇게 보기엔 좀 어렵지 않겠나 생각한다."
ㅡ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집무실 이전 추진 과정이) 제왕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국민들께 직접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말씀드리는 것이다."
ㅡ 선거 과정에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여론이 안 좋으면 철회할 계획도 있나.
"선거 과정에서 청와대를 나와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공약으로 말씀드렸고 많은 국민이 좋게 생각하고 지지를 보냈다. 이 사안에 대해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보다 정부를 담당할 사람의 철학과 결단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다. 조선 총독 시절부터 100년 이상 써온 데다. 이 장소는 국민께 다 돌려드리고 국립공원화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전 작업에) 시간이 걸리면 결국 (청와대에)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 근무를 시작하면 여러 가지 바쁜 일들 때문에 이전이 안 된다고 본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하는 게 어떠냐고 하는데, 그래서 제가 직접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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