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지대' P2P금융으로 쏠리는 대출 수요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2-17 16:39:15

온투업법 시행 후 7개월여 새 P2P대출 잔액 10배 폭증
70%가 부동산담보대출…"규제 피해 돈 빌리려는 사람 쇄도"
대부분 年 15% 초과 고금리…"과중한 소비자 부담 우려"

김 모(33·남) 씨는 요즘 집을 보러 다닌다. 전세 계약이 곧 끝나는데, 집주인은 월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월세를 내느니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기는 했다. 그러나 대출규제 탓에 필요한 만큼 돈을 빌리기 힘든 상황이다. 지인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금융)을 통해 대출을 받을 것을 권했다. 

P2P금융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다. 은행이나 보험사보다 규제가 훨씬 약하다. 연 15%의 고금리가 걱정되긴 했지만, 결국 김 씨는 주택 구매를 위해 돈을 빌리기로 했다. 

황 모(45·남) 씨는 자영업자다. 식당을 경영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작년부터 사실상 빚으로 버티는 상태다. 더 이상 돈을 빌릴 곳이 없어서 고민하던 중 P2P금융을 알게 됐다. 

황 씨가 상담한 P2P금융업체는 황 씨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은행에서는 이미 1억 원의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은 터라 추가 대출이 불가능했지만, P2P금융에서는 후순위담보로 LTV 70%까지 빌릴 수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P2P금융업체는 자사가 제휴한 대부업체를 통해 LTV 100% 대출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금리가 연 17%에 달한다는 점이었다. 당장 돈이 필요하지만, 너무 높은 금리에 황 씨는 고민에 빠졌다.

▲ 최근 '대출 난민'들이 규제가 약한 P2P금융으로 쏠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들어 대출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이른바 '대출 난민'들이 P2P금융으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대출 난민은 돈을 빌려줄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사람들을 칭하는 속어다. 

P2P금융 중앙기록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P2P금융업계의 대출 잔액은 총 2조8995억 원으로 지난해 6월 말(2694억 원) 대비 10배 넘게 폭증했다. 

작년 6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P2P금융은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편입됐다. 그 후 약 7개월여 만에 10배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대출 잔액이 31.6%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P2P금융이 다른 제도권 금융사인 은행이나 2금융사에 비해 대출규제가 훨씬 약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현재 규제지역에서 시가 9억 원 이하 주택의 LTV 규제 한도는 40%다. 9억 원 초과 15억 원 이하 주택은 LTV 20%로 제한되며, 15억 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은행과 2금융권 모두 LTV 규제는 동일하다. 

또 올해 1월부터 총대출 2억 원 초과 차주 전부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됐다. 은행의 DSR 규제 한도는 40%, 2금융권은 50%다. 7월부터는 총대출 1억 원 이상 차주로 규제가 확대된다. 

반면 P2P금융의 LTV 규제 한도는 70%다. DSR 규제는 아예 없다. 차주의 소득에 관계없이 주택 시가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집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출이 거절돼 발만 동동 구르던 소비자들의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P2P금융 대출 잔액 중 부동산담보대출이 약 70%의 비중을 차지했다. 

P2P금융 관계자는 "아무래도 주택 등 부동산담보대출이 가장 안전하다"며 "기꺼이 집을 담보로 내미는 차주가 많아 이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P2P금융은 기본적으로 자체 자금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를 모집해 돈이 필요한 차주와 연결시켜 준다. 따라서 투자자를 구하는 게 핵심인데, 이 부분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의 효용이 빛난다. 

P2P금융 관계자는 "주택, 오피스텔 등이 담보로 제시된 대출은 투자자 모집이 순식간에 종료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대부업체와 연계해 LTV 100%까지 대출을 해주는 곳도 존재한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SNS) 등에서 'LTV 100%, 최고 30억 원까지 대출'이란 광고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에는 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 점을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리는 한편, P2P금융업체와도 제휴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금리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고신용자가 집을 담보로 내놓아도 P2P금융에서는 연 10% 이하의 대출이 어려우며, 대부분 연 15%가 넘는다. 

P2P금융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보통 연 15~1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연 8~10%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다"며 "자금조달비용이 높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 15%가 넘는 고금리대출의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리한 대출을 받았다가 자칫 담보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며 주의할 것을 권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