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청업체 반란에 무릎 꿇은 한화건설
김지영
young@kpinews.kr | 2022-02-16 10:51:02
한화건설 "하청업체와 20억에 합의…협력사서 제외되자 '을질'한 것"
갑질 문화는 우리사회 도처에 똬리 틀고 있다. 건설업계도 뿌리가 깊다. 원청과 하청업체의 갑을 관계는 사실상 주종 관계다. 원청의 지시나 요구는 강요, 명령과 다르지 않다. 을은 억울해도 참는다. 일감을 계속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늘 갑질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되레 '을에게 무릎 꿇은' 사례가 있다. '갑'은 '한화건설', '을'은 한화건설에 철근콘크리트를 8년간 납품한 A사다. A사는 "정당한 요구"라고, 한화 측은 "을질"이라고 했다.
A사는 지난해 10월12일 한화건설에 내용증명 한 통을 보냈다. 한화건설 공사 현장에 A사가 추가로 납품했던 철근콘크리트 비용을 보전해달라는 요구였다. A사 관계자는 "국가계약법령에 따라 하청업체가 추가로 물량을 납품할 경우 원청업체는 그 대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며 "한화건설과의 계약서에도 이 부분이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A사는 하남 미사강변도시 복합시설에 추가로 납품한 비용 28억여 원, 위례 아파트에 납품한 9억4000여만 원, 용인 동천2지구 도시개발사업에 공급한 17억여 원 등 모두 54억여 원을 한화건설 측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A사 측은 "최근 3년 동안 공사 현장 여건과 노조 영향 등으로 손실이 너무 크다"며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 소속된 노동자의 경우 인건비가 일반 노동자에 비해 30~40% 더 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하청업체 "내용증명 보내도 '묵묵부답'이더니 공정위에 진정하자 바로 합의"
하지만 한화건설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A사는 일주일 경과한 지난해 10월19일 2차 내용증명을 보냈다. "신용등급하락, 자재비 미지급 적체, 대출증가, 보증 불가 등 경영이 어려운 지경"이라고 다시 읍소했다.
한화건설은 그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에 A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이 진정서를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로 이첩했고, 한화건설과 A사 양측은 11월12일 결국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서 A사 측은 "전국 11개 공사현장에서 산업재해비용 등 공상처리비 5억7000여만 원, 타워크레인 기사 임금과 연장근무수당 21억4000여만 원 등 모두 27억여 원을 보전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양측은 협상 끝에 한화건설이 A사에 20억 원을 보전해주기로 최종 합의했다.
결국 한화건설은 A사에 추가납품 대금을 줄 수 있었음에도 버티고 버티다 공정위까지 가서 마지못해 지급한 모양새가 됐다. 만약 A사와 합의가 안 될 경우 한화건설은 공정위 조사를 직접 받아야 했다. 한화건설 입장에선 여간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 A사에 20억 원을 지급하며 마무리 지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화건설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는 없으며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20억 원에 합의했다"며 "A사의 '을질'"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A사는 향후 한화건설과 협력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A사도 한화건설에 내용증명을 보낼 때부터 이를 예상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을이 갑을 향해 초강수를 뒀던 까닭은 뭘까.
한화건설 관계자는 "A사는 지난해 5월 한화건설의 협력업체 명단에서 제외됐다"며 "A사가 현재는 전주 에코시티 현장에 납품하고 있어 협력업체 지위를 갖고 있지만, 향후 신규 공사 입찰엔 참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사가 협력업체 명단에서 제외되자 그동안 받지 못한 납품대금이라도 받기로 작심했다는 주장이다.
A사 측 주장은 다르다. A사 관계자는 "우리가 한화건설 협력업체 명단에서 제외된지 몰랐다. 우리 회사 신용등급이 떨어져 한화건설이 공사 현장 설명회에 우리를 참석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으로 일했는데 정상적으로 정산 받지 못해 공정위에 진정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지영 기자 you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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