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대재해법 '사람반 로봇반'으로 대비한다
조성아
jsa@kpinews.kr | 2022-02-08 17:18:46
현대자동차그룹, 4족 보행 로봇 투입해 현장 안전 관리
요즘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만큼 '경영 리스크'로 불거질 수 있다.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조항이 많아 '완성되지 않은 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들은 그래서 더 긴장하는 분위기다. 첫 타깃이 누가 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긴장감 속에 대기업들은 발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전담 조직을 꾸리거나 로봇을 투입해 인명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건설업계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띈다. 롯데건설은 8일 건설업계 최초로 파트너사에 대한 ESG 안전보건 역량 평가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안전의식 강화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철근콘크리트공사, 토공사, PC공사 등 고위험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먼저 도입해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재를 막기 위해 '로봇'을 적극 활용하는 곳들도 있다. 지금까지 산업용 로봇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컸다. 최근에는 현장 안전과 관리 감독 역할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는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9월부터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 '스팟(Spot)'을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에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 작년 초 현대차 공장 협력업체 직원이 숨진 것이 계기였다. 현대차 로보틱스랩 관계자는 "안전한 근무환경을 마련해 단 한명의 사망사고라도 예방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로봇의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스팟'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에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의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산업 현장에서 이동하기 힘든 좁은 공간과 계단 등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관절이 유연하게 움직여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사각지대까지 파악할 수 있다.
현대차 그룹에 이어 다른 기업들도 스팟 '입양'에 나섰다. GS건설과 롯데건설은 올해 내 스팟을 현장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로봇에는 5G통신 중계기(라우터)와 3D 레이저스캐너가 장착돼 경로 제약 없이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로봇이 유해가스 검출 및 위험지역에 투입돼 근로자의 안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공장 전체의 '로봇화'를 추진한다. 현대차는 세계적인 메타버스기업 유니티와 손잡고 '메타팩토리' 구축에 나선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현대차 싱가포르 혁신센터 건물을 메타버스 공간에 그대로 재현한 디지털 가상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안전요원 없는 스마트조선소로 전환 중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 최초로 2030년까지 스마트조선소로 전환하기 위한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이 실시간으로 연결돼 안전요원들이 현장에 가지 않아도 원격으로 작업관리가 가능하다.
기업들은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인적 자원 투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조직 개편도 안전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 안전감시 인력 늘리고 최고안전책임자(CSO) 역할 강화
포스코, 상무보급 임원 40% 현장 출신으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생산 현장에 안전감시단·안전담당자 등의 인력을 크게 늘렸다. 또 최고안전책임자(CSO)의 역할과 권한도 강화하겠다는 계획. GS칼텍스는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사장급 인사를 CSO로 임명했다. 포스코는 상무보급으로 승진한 임원의 약 40%를 현장 출신으로 채워 눈길을 끌었다. 호반건설 역시 CSO 직책을 신설해 부사장급 인사를 선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월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를 신설하고, LG전자는 주요 리스크 관리 조직(CRO)을 새롭게 만들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개발제조총괄을 확대해 '안전개발제조총괄'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산하에 신설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최근 기업들이 감시 인력만 충원하고 있는데 이는 보여주기식 대응에 그친다"며 "현장과 동떨어진 사업부 중심이 아니라 협업 부서를 위한 안전 매뉴얼부터 세우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안전감시단 등은 실제 안전 지식은 떨어지는 편이다. 지킬 법은 없는데, 감시만 하는 사람들만 있는 가분수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조성아·김혜란 기자 j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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