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겠다"…이재명, '배우자 리스크' 수습에 안간힘

조채원

ccw@kpinews.kr | 2022-02-03 13:04:05

李, 부인 김혜경 이어 직접 사과…"감사받겠다" 약속
與 "李·金, 의혹 관여없다" "직원 부당행위" 선긋기
직원 질병까지 공개하며 방어…"직원이 약 복용"
"꼬리자르기…법인카드 유용 의혹 진위 언급 빠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부인 김혜경씨 관련 의혹으로 재점화한 '가족 리스크'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때렸던 '배우자 리스크' 공세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형국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씨에 이어 이 후보도 사과의 뜻을 밝히며 불길 차단을 시도했으나 '약 대리 처방' 등은 위법 소지가 있는 만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네거티브 중단 선언 기자회견 중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는 3일 서면 입장문을 통해 경기지사 재임 시절 김씨가 경기도 공무원과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직접 사과했다.

그는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며 "더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보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자랐다"고 자성했다. 이어 "보도된 내용을 포함해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며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번을 계기로 저와 가족, 주변까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김씨는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도청 공무원을 사적인 일에 동원하고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사실상 김씨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도청 총무과 소속 5급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가 비서실 소속 7급 별정직 공무원 A씨에게 김씨 자택 음식 심부름이나 아들 병원 퇴원 수속, 약 대리처방 등 사적인 일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사적 용무에는 A씨가 쇠고기를 구매해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이 후보 자택으로 배달하는 일도 들어 있다. A씨는 도지사 의전에만 쓰게 돼 있는 비서실 법인카드로 쇠고기를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도(道) 회계 규정을 피하기 위해 개인 신용카드로 쇠고기 값을 선결제한 뒤 이튿날 취소하고 도청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편법을 썼다"는 게 A씨 설명이다. 
 
김씨는 전날 저녁 입장문을 통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고 사과했다. 그는 그러나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자신의 의전을 위해 비서를 공무원으로 채용했다는 '과잉 의전'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당 선대위는 의혹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며 논란 확산을 막는 데 주력했다. 배씨가 A씨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건 이 후보, 김씨와 무관한 '자의적 행동'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이 후보를 적극 엄호했다. 

특히 의료법 위반으로도 번질 수 있는 약 대리 구매와 관련한 해명에 힘을 썼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배씨는 A씨에게 "사모님(김씨) 약을 알아봐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도청 부속 의원에서 또 다른 비서 명의로 발급받은 처방전 사진을 답장으로 보냈다. A씨는 SBS에 "구매한 약은 (경기 성남) 수내동 집(이 후보 부부 자택) 문에 걸어놓고 사진을 찍어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선대위 공보단은 이날 배씨의 질병명과 건강상태까지 공개하며 약 복용자는 김씨가 아닌 배씨라고 했다. "배씨는 과거 임신을 위해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었다"며 "생리불순·우울증 등 폐경증세를 보여 결국 임신을 포기하고 치료를 위해 호르몬제를 복용했다는 것이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약 대리처방과 관련해 "(후보와 김씨는) 직접 관여되지 않은 것으로 지금 저희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은 그게 내 약이었는데 내 약을 마치 사모님 약 부탁인 것처럼 A씨한테 시켰다'는 배 씨 해명을 강조한 것이다. 

진행자가 '나중에 배씨가 이 후보 집에 가서 그걸 훔쳐와 복용했다는 얘기냐'고 묻자 박 수석대변인은 "이 부분에 대해 진위여부를 살피기 위해 감사 청구가 진행됐으니 추가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 후보가 직접 사과했으나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사안임에도 '한 직원의 부당행위'라고 서둘러 단정해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비쳐서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감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책임을 거론했다. 일단 비판여론을 피하기 위해 '책임'을 약속하며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씨 의혹이 '공적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번지면 대선이 코앞인 이 후보로선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야당은 감사가 아닌 수사를 해야한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명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면 여론이 더 악화할 수 있어 진상규명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여태까지 나온 의혹들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김씨 본인이 나서 이 문제를 설명하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의 선긋기 의도와 상관없이 대선이 한달을 앞둔 만큼 김씨 관련 공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공적 권력 사유화에 해당하는 사실이 밝혀지면 향후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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