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 김종인 행보…"이재명이 만나자면 만날 것"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1-27 09:52:06

金 "李에 상식적 얘기 해줄 수 있어…가끔 안부전화"
"김건희, 말 함부로…'기대있어 돕는다' 기분 나빠"
최진석, 박용진도 만나…"3자적 관점 평론가로 나서"
장성철 "金, 말 줄여야… 다양한 억측 낳을 수 있어"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행보가 묘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볼 용의가 있다고 한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선대위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을 만났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보란 듯 움직이는 모양새다.

▲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가운데)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윤핵관'으로 지목되는 권성동 종합지원총괄본부장. [뉴시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6일 오마이TV와 인터뷰에서 과거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의 단식을 만류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재명) 본인은 나에 대해 가끔 안부 전화도 하고 그랬다. 인간적으로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어 "본인이 (나를)만나보겠다면 만날 수 있는 것"이라며 "자연인 입장에서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에게)상식적인 이야기는 해줄 수가 있다"고 했다. 다만 "선거를 직접적으로 돕는 짓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쏟아냈다. 김 씨는 "(김종인) 원래 그 양반이 (국민의힘에) 오고 싶어 했다, 계속"이라며 "왜 안 오고 싶겠나.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김 씨는) 말을 조심성 없이 함부로 하는 사람"이라며 "전후 사정도 모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제일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사례를 들었다. "자기가 도와달라고 그래서 (내가) 도와주면 감사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되는데, 이 사람들이 마치 내가 '자기한테 무슨 기대하는 게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 하는 불쾌감을 주면 더 이상 협력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문제와 관련해선 "(윤 후보에게)측근에게 둘러싸여 거기 말만 들어서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 얘기했다"라며 "그랬더니 (윤 후보가)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검증된 사람들이니까 좋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최 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새해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위원장은 윤핵관들과 갈등을 빚다 선대위 '원톱'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사퇴했다. 윤 후보와는 껄끄러운 사이다. 이 틈을 민주당이 파고 들어 김 전 위원장을 붙잡으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엔 박용진 의원이 김 전 위원장을 예방해 1시간 가량 면담했다.

이 대표는 즉각 견제에 나섰다.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이 상식적이라는 발언은 무서운 발언들이 많다"며 "진짜 마음에 안 드시는 인사한테는 (면전에서) '당신은 안 돼' 이런 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후보가 만나는 게 좋은 건지 아닌지는 판단해 본 뒤 그런 자리를 만들어야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존감, 자존심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높고 세다. '여의도 짜르'로 불린다. 자타가 공인하는 '킹메이커'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의지를 관철 못하고 남의 선거에서 따라 다니다가 실패하면 책임만 내가 고스란히 지고서 내 자신의 레퓨테이션(Reputation, 평판)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 정국에선 역할할 기회도, 공간도 여의치 않다. '김종인 매직'이 통할 시대는 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 관심에서 멀어진 상태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27일 "김 전 위원장 같은 거물은 잊혀지는 게 가장 두려운 일"이라며 "제3자적 관점에서 평론하기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본인의 생명력와 존재감이라고 판단한 듯하다"며 "여든, 야든 킹메이커 기회가 이젠 없으니 정파를 초월한 평론가, 미스터 쓴소리를 자처한 격"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위원장이 이 후보 지원 가능성을 일축한 만큼 대선 목적이나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의 '쓴소리'는 결과적으로 윤 후보에게 총질하는 것이어서 국민의힘 안팎에서 비판이 나온다.

대구가톨릭대 장성철 특임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말을 줄이는 것이 좋다"며 "국민의힘과 윤 후보에 대한 원론적인 충고나 조언도 투정과 불평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 후보를 만날 수는 있다는 언급도 다양한 억측을 낳을 수 있다"며 "현 국면에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라고 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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