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공모에 경기도·교통공단 참여 '공정성' 해친다
김명일
terry@kpinews.kr | 2021-12-31 17:50:16
선진국은 1공영 다민영…전향적인 재평가 필요
폐국한 라디오 방송국 'FM 99.9㎒' 경기방송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신규사업자 선정 절차가 진행 중으로 7곳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공모에 뛰어들었는데 지방정부인 경기도가 근거조례까지 만들어 공모에 참여한데다, 전국적인 교통방송 서비스를 이미 갖춘 공공기관인 도로교통공단도 사업자 신청에 나선 탓이다.
경기방송은 지난해 3월 30일 0시 방송을 마지막으로 23년 역사를 마치고 폐국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의 결합판매 등 소위 끼워팔기 광고매출 등으로 흑자를 내왔지만, 청와대 질문 사태와 대주주 교체 요구 등 방송통신위원회의 조건부 재허가에 반발해 자진 폐업했다.
경기방송 신규 사업자 선정에 있어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민간 경쟁자보다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경영 측면에서 국민 세금으로 예산이 지원돼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데다 수익 창출에 목맬 필요도 없다.
이런 이유로 다수 공영방송은 방만한 경영과 친정부적 편향성이 지적받기도 하고, "민영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다수다.
또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라디오 방송을 운영할 경우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기보다 도정 홍보를 하는 '스피커'로 기능할 가능성도 있다. 공공기관장의 업적을 미화하는 등 일방적 홍보 창구로 활용하고 방송을 맡은 수장이 영전을 위한 도구로 국민의 전파를 써먹는다 해도 이를 막기는 어렵다.
서울의 tbs라디오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두고 일어난 논란은 교통방송이 당초 설립 취지를 벗어나 정파적인 방송을 했으며, 재정과 편성이 독립적이라는 공영방송의 보호막을 통해 이를 제어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방송이 경기도의 공영방송이 될 경우 우려되는 점도 유사하다.
우선 도지사 및 도의회의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정권에 따라 바뀌는 낙하산 인사와 방송내용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경기방송이 도정 홍보 미디어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아 언론 본연의 기능인 권력 감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방송 수익은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수많은 인허가권과 규제행정력을 가진 경기도를 상대로 관내 민간사업자들이 광고를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는 방송권 종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경기도 뿐 아니라 도로교통공단에도 제기되는 우려다. 공적 재원을 토대로 한 공공기관이면서 전국적인 라디오방송을 현재도 실시 중인 공단도 이러한 실력행사를 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경기방송 사업자 선정의 주요 심사기준은 공익성, 재무안정성, 지역기여 등으로 돼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가장 부합할 수밖에 없는 기준이다.
폐국 시점까지 경기방송을 운영한 주체는 민간사업자이므로, 이번 사업자 선정도 민간사업자여야한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이는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은 1공영 다민영 방송 체제를 채택한다. 김영배 계명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저서 '공영방송의 민영화'에서 "한국의 공영 방송 수는 30여개에 이른다"며 "선진 자본주의 국가 중 유례가 없고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경기방송 사업자 선정에서 기존 민영방송의 폐업에 의한 방송청취권 회복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공사업자와 민간사업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사업자 선정 경쟁을 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방통위는 민간사업자가 사업성 등 지속가능한 조건 등을 제시하는지를 우선시해 전면적인 재평가와 재심사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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