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새해 '박근혜 변수' 대응은…불가근불가원?
장은현
eh@kpinews.kr | 2021-12-31 17:29:11
朴, 옥중서신 담은 저서서 탄핵·수사과정 불만 표출
尹, 소극적 입장…보수 분열·중도 이탈 놓고 딜레마
朴 정치적 메시지 낼지 미지수…선대위 "두고봐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국정농단 수사 책임론'에 대해 "공직자로서의 책무와 인간적 사의를 구분해야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다.
윤 후보는 31일 "공직자 신분으로서 법을 집행한 부분과 현재 정치인으로서 국민 통합을 다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보수 분열과 중도층 이탈 가능성을 놓고 복잡한 속내가 비친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서 법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이 전날 공개된 저서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2017년 10월 추가 구속영장 발부의 부당함을 언급한 부분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면서다.
윤 후보는 "책을 아직 못봤는데 저는 지금 정치인"이라며 "공직자 신분으로서 법을 집행한 것과 정치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기여한 분들에 대한 국민의 평가 등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의 빠른 쾌유를 늘 빌고 있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이 결정된 후부터 이날까지 "환영"(지난 24일), "대단히 미안한 마음"(28일), "조금 더 빨리 나왔어야"(30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대한 말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윤 후보는 탄핵정국에서 박 전 대통령 중형을 끌어낸 장본인이다. 그런 만큼 섣부른 메시지는 자칫 후폭풍을 부를 수 있다.
우선 윤 후보가 '법 집행의 정당성' 부각에 치중하면 '태극기 부대' 등 핵심 지지층을 자극해 보수 분열이 뒤따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 대한 적대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저서에서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탄핵 등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1심 재판 과정을 두고 "수많은 수모를 감수하면서도 일주일에 4번씩 감행하는 살인적인 재판 일정을 참아낸 것은 사법부가 진실의 편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줄 것이라는 일말의 믿음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그런 기대와 달리 말이 되지 않는 이유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고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후보를 간접적으로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윤 후보가 어정쩡하게 사과하고 있다"며 "석고대죄하라"고 압박했다. 전날 윤 후보가 일정차 들른 대구시당 앞에는 우리공화당 당원들이 '박근혜 대통령께 사과하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에 공들이지 않으면 TK(대구·경북) 중심으로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 TK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이곳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박 전 대통령을 적극 예우하며 지지를 구하는 것도 득실 계산이 쉽지 않은 선택지다. 중도층의 거부감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중도층은 촛불집회에 적극 가담하며 진보 진영의 정권교체를 뒷받침했다.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에 다가갈수록 '탄핵의 시간'이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불가근 불가원' 딜레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 입장에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게 인간적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라며 "탄핵은 윤 후보가 한 게 아니라 국민들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후에 만나 뵙고 싶다고 말한 것에 대해 "우리 당이 배출했던 대통령을 당연히 찾아 봬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대선 직전 보수 통합을 해칠 만한 행동을 자제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입을 열지 않아도 윤 후보로선 계속 영향받을 것"이라며 "조금 더 명확한 견해를 내는 것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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