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인사이트] 높은 정권교체 여론, 국민의힘에 약인가, 독인가  

UPI뉴스

| 2021-12-25 17:16:49

이준석 대표 선대위원장 사퇴 야기 국힘 갈등, 왜?
대선 낙관케 하는 높은 정권교체 여론이 근본 배경

1992년 14대 대선은 김영삼과 김대중의 마지막 승부로 유명하다.투표가 있기 하루 전 주식시장이 마감 5분을 남기고 거래를 멈췄다.공식적으로는 전산장애 때문이지만 의심스러운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거래 중단 전에 하락하던 주가가 거래 재개와 동시에 상승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기관투자자의 매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도 비슷했다. 

그래서 시장에는 전산장애보다 주가가 하락한 채 끝나면 다음날 투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본 집권당이 강제로 전산을 내리게 하고,기관투자자를 동원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음모론이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졌다.

선거에서 여당의 김영삼 후보가 당선됐고, 주식시장이 멈춘 이유는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선거 전날 주가가 오른다고 득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지만 한 표라도 긁어 모으겠다는 마음은 평가해줄 만 하다. 정말 전산을 다운시켰다면 큰 문제이긴 하지만.

국민의힘 대표가 선대위에서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2002년 대선 40일 전에 노무현 후보의 낮은 지지율을 핑계로 민주당 의원 17명이 탈당한 이후 처음 접해보는 난맥상이다. 한 표라도 긁어 모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걸 감안하면 선거를 치르겠다는 건지 아닌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야당이 이렇게 된 건 선거를 낙관하게 만든 두 가지 요인의 역할이 큰 것 같다. 하나는 높은 정권교체비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이번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비율이 50% 가까이 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결과를 낙관할 만도 하다. 두 번째는 4월 보궐선거 결과다. 선거에서 크게 이기고 7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비슷한 결과가 나올 거라 믿고 있다.

문제는 둘 다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원인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MB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정권교체 여론이 55%를 넘었다. 65%에 달하는 조사까지 있을 정도여서 야당이었던 민주당으로서는 승리를 자신할 만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선거결과가 나오자 유권자들이 MB에서 박근혜로 권력이 넘어가는 것도 정권교체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 정권교체 비율은 낮은 편이다. 

직전 경험도 비슷하다. 2002년에 단일화로 돌파구를 만들었던 민주당은 2012년에 안철수와 단일화만 성사되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상한 형태이긴 해도 단일화가 이루어졌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직전 승리 공식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짧은 시간에 선거 결과가 달라진 사례는 수없이 많다. 2002년 대선 5개월전에 지방의회 선거가 있었다. 결과는 민주당의 유례없는 참패였다. 호남 3개 지역을 제외한 모든 시도지사가 야당에 넘어갔고, 지방의회의 대다수도 야당이 차지했다. 이 결과만 보면 대선의 향방은 이미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결과는 반대로 노무현 후보의 승리였다. 

선거와 골프는 머리를 들면 진다고 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상황이 왜 이렇게 됐는지 처음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시스템 때문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마음가짐 때문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오만한 세력에게 승리를 준 적이 없다. 표가 아쉽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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