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석방후 행보는…치료→대국민인사→칩거→정치?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12-25 10:40:45
김재원 "朴 퇴원 후 사저로 갈 때 메시지 전할 듯"
朴 정치활동 주목…'윤석열 도와 대선지원' 野 기대
"탄핵기억 소환, 反보수 결집 명분"…득보다 실 전망
사면 반대 靑 청원, 2만명 돌파…촛불단체 반대 성명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특별사면을 받아 오는 31일 0시 수감생활에서 풀려난다. 복권도 이뤄져 정치활동도 가능하다.
25일로 내년 3·9 대선은 74일 남았다. 박 전 대통령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영남권, 보수층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우선은 건강 회복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지병인 어깨·허리 질환이 악화하고 4년9개월 복역 탓에 정신 상태도 불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아도 약해져 밥먹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내년 2월 초·중순까지 병원 생활이 불가피하다.
입원 중엔 치료에 전념하며 '침묵 정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병원에 있는 동안 정치인은 어떤 분도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유영하 변호사가 전날 전했다.
퇴원 후 살 곳은 미정이다. 서울 내곡동 사저는 추징금을 내기 위해 경매로 팔렸다. 박 전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서울 인근에 거처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 측 관계자는 전날 한 매체에 "박 회장이 조용한 곳을 찾아 누나를 모시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거처를 마련해 퇴원하면 대국민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핵심 친박 출신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YTN방송에서 "퇴원해 사저로 가실 때는 어떤 형태로든 인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시지 내용은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어 주목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희망 사항을 전했다. "탄핵 사태에 대해 당원, 국민에게 진실한 마음을 담아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유감 표명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미안하다는 메시지냐, 억울하다는 메시지냐에 따라 정치 행보에 대한 국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도 곁들였다.
메시지 발표 후엔 당분간 칩거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이 임박한 만큼 대외 활동은 정치적 의미를 띨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선 끝날때까지 조용할지, 아니라면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가 정가의 최대 관심사다.
정치적 족쇄가 풀린 박 전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대선판을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 수사를 이끌었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관계다. 윤 후보 선대위엔 친이계가 주류이고 친박계는 홀대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친박 세력을 등에 업고 정치를 본격화하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현실성은 희박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과반에 달한다. 야권 분열과 대선 패배가 분명한 길을 '선거의 여왕'인 박 전 대통령이 택할 리 없다는 것이다.
당 내에선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도와 대선을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김 최고위원은 윤 후보를 향해 "박 전 대통령께서 야권 통합을 위해, 또 야권 후보 당선을 위해 지원해 주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것이 쉽게 그렇게 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생각한다"면서도 "우리가 다 노력을 해서 정권교체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치·등판'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적잖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탄핵'의 부정적 기억을 소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박 전 대통령이 대선에 나서면 보수를 뺀 모든 세력이 '제2의 촛불'을 외치며 결속하는 명분이 마련될 수 있다"며 "정권교체 여론을 정권유지 여론이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이 바라는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3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옥중 서신이 공개된 적이 있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를 향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보수의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여당 압승이었다. 박 전 대통령 영향력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보수 세력이 '탄핵의 강'을 건너 통합하는 전기가 됐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의 후폭풍은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사면 반대' 청원은 이날 낮 12시쯤 2만명 동의를 넘어섰다.
다른 사면 반대 청원 글도 6개가 됐다.
과거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성명은 꼬리를 물고 있다. 참여연대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뇌물 등 5대 부패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사면권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반대했다. 경실련은 사면권을 남용한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주 초엔 청와대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단체들이 연대해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탄핵으로 등장한 촛불 정권에서 탄핵당한 대통령을 사면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선거판을 슬쩍 흔들겠다는 의도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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