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유통대기업들…미래먹거리냐 상생이냐

김지우

kimzu@kpinews.kr | 2021-11-18 17:12:52

CJ제일제당, 올해만 스타트업 10여 곳 직접 투자
롯데쇼핑, 와디즈와 스타트업·중소기업 지원나서
대기업, 빠른 산업구조 변화에 외부 혁신기술 도입

유통업계의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미래 성장동력을 찾거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상생 활동을 강조하는 등의 목적으로 분석된다.

▲ 롯데쇼핑은 크라우딩 펀딩기업 와디즈와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경운(오른쪽) 롯데쇼핑 전략기획부문장이 지난 17일 경기 성남시 와디즈 본사에서 신혜성 와디즈 대표와 함께 협약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18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올해 들어 10여 곳의 국내외 스타트업들과 미국 대체 단백전문 펀드 등 10곳에 투자를 단행했다. CJ제일제당은 미요코스 크리머리, 플렌터블 등 미래 대체식품 관련 기업부터 글로벌 대체단백 전문펀드 중 최대 규모인 우노비스(Unovis)에도 투자했다. 국내 스타트업에서는 케어위드, 리하베스트 등 다양한 식품영역에 투자했다.

투자 전문성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내부 전담 조직도 구성했다. 식품·바이오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외부 혁신기술 확보와 기술 협업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뉴 프론티어팀'을 꾸려 반 년 만에 국내외 식품 분야의 투자 성과를 올렸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부터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스파크랩과 협업한 스타트업 발굴 육성 프로그램 '프론티어 랩스'에서 선발된 잇그린·엘로이랩·베러먼데이 등에 후속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 9월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사업 부문에 '테크 브릿지팀'을 신설하고, 아일랜드 생명공학기업 누리타스에 투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혁신하지 않는다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국내외 사업 환경 속에서 '스타트업의 도전 정신'과 '유연한 대응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필수 요소"라며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쇼핑은 와디즈와 손잡고 신생기업과 스타트업·중소기업 등에 창업 및 성장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양사가 보유한 스타트업·중소기업 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해 ESG 가치를 보유한 상품과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와디즈와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 및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ESG 펀드를 통한 환경 관련 투자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과 아예 연관이 없는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신성장동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운동회원권 플랫폼 '다짐'을 개발한 스타트업 스톤아이에 투자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운동에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이 증가하는 덤벨이코노미가 형성됐고, 피트니스 산업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019년부터 F&B 분야와 스마트팜, 물류 업체, 게임회사 등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스타트업을 투자해왔으며, 앞으로도 유망한 스타트업들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플랫폼' 산업 급성장..."위기의식·성장한계로 투자 불가피"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지원에 열을 올리는 것은 '디지털'·'플랫폼'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위기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대기업의 투자·지원 등을 바탕으로 성장하거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길 바라는 경우가 다수라는 게 학계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비즈니스가 확산하면서 대기업이 가진 수직 계열화의 부정적인 면이 드러났고 성장 한계에 부딪히자, 외부와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간 대기업들은 기획·개발·생산·유통·고객관리 등 제품과 서비스 관련된 모든 것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파이프라인(pipeline)' 방식을 영위해왔다.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면서 전통 대기업들이 후퇴하지 않기 위해선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도입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카카오 등이 여러 계열사를 만들어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쿠팡이 구독경제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멤버십 회원들을 위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전통 대기업들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협력하면서 기술·안력을 탈취하거나 스타트업을 인수해 '몸집 불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대기업의 지원이 스타트업의 성장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대기업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 분위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다만 투자한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잘 안될 경우 투자 손실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지우 기자 kimz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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