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차별화 승부수…靑·친문과 정면충돌하나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11-17 10:32:36
李 "文정부와 정책적으로 선긋겠다"…與 지도부 지원
임종석 "애쓰는 文에 고맙다 해줄 순 없나"…불편
관건은 지지율…하락시 친문, 반이 집단행동 가능성
文·與 지지층 李 70~80% 압도적 지지…이탈조짐 無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차별화 행보가 거침 없다. 경제·부동산 등 중요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며 대안을 공약하고 있다. 당정 갈등, 국정 혼선은 개의치 않겠다는 태세다.
그는 지난 10일 "부동산은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혹평했다. "많은 고통과 좌절을 안겨드렸다"며 사과도 했다. '이재명 정부'를 언급하며 "높은 집값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당정 합의까지 뒤집으며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를 약속했다. 선대위 회의에선 "청년이 희망을 잃은 데는 집권 세력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방역지원금을 놓고선 정부와 전면전으로 가고 있다.
이 후보의 차별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최근 주변에 "정부와 정책적으로 선을 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화는 대선 승부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응답이 50%를 넘는 만큼 외길이다. 더욱이 이 후보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에 갇혀 요지부동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0%대에 안착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넉달 전 지지율 1위가 대선에 승리한 확률은 83%였다. 1992년 이후 여섯 번 조사에서 2002년을 빼고 다섯 번이 그랬다.
한국갤럽·머니투데이의 5자 가상대결 조사(지난 8, 9일)에서 이 후보는 32.4%로, 윤 후보(41.7%)에게 뒤졌다. 차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이다. 차별화로 민생 이슈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지지율 상승의 동력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문제는 역풍이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과의 마찰이 큰 부담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35~40%를 기록 중이다. 이 후보 지지율을 웃돈다. '지는 권력'으로선 보기 드문 사례다.
문 대통령과 척지면 친문 유권자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집토끼 엑소더스'다. 동시에 민주당 주류인 친문 세력과의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차별화는 모험이자 도박일 수 있다.
청와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17일 "마지막까지 애쓰는 대통령에게 수고한다, 고맙다 해줄 수는 없는 것이냐"고 말한 건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거친 것들이 난무하는 강호에도 서로를 존중하는 의리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은 지난 13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차별화는 마이너스의 정치"라고 쓴소리했다. 윤 의원은 문 대통령 '복심'으로 통한다. 불쾌하고 불편한 청와대 기류를 윤 의원이 대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와 친문 그룹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신중 모드'다. 정면충돌하면 여권 분열로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지지율이다. 차별화가 지지율을 올리면 친문이 반발할 명분은 약해진다. 반면 지지율이 정체, 하락하면 반격 빌미가 생긴다. 친문들이 차별화를 문제삼아 이 후보 경쟁력을 의심하며 흔들기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윤 후보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면 초조해진 이 후보가 차별화 수위를 높이면서 문 대통령도 겨냥할 수 있다"며 "레임덕을 막아야하는 청와대로선 이 후보와 맞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이 후보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건 청신호다.
여론조사공정·데일리안 조사(12, 13일)에서 이 후보는 34.1%, 윤 후보는 45.4%를 얻었다. 이 후보는 전주 대비 4.5%p 올랐다. 윤 후보는 1.4%p 내렸다. 이 후보의 차별화 행보가 먹힌 건지, 윤 후보의 '컨벤션 효과'가 떨어진 건지는 불분명하다. 그렇더라도 절박한 이 후보에겐 고무적이다.
집토끼의 이 후보 지지도 압도적이고 견고하다. 차별화에 대한 친문, 전통 지지층의 이탈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여론조사공정·데일리안 조사(12, 13일)에서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을 긍정평가하는 응답층을 상대로 78.0%의 지지를 얻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79.6%를 기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조사(12, 13일) 결과도 비슷했다. 다자 가상대결에서 이 후보는 32.4%, 윤 후보는 45.6%였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 긍정평가층에서 73.7%, 민주당 지지층에서 82.2%를 받았다.
주목되는 대목은 이 후보의 호남권 지지율이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라에서 이 후보는 50%대에 머물고 있다. 미디어토마토·뉴스토마토 조사(13, 14일) 결과 다자 가상대결에서 이 후보는 30.5%, 윤 후보는 47.1%였다. 광주·전라에서 이 후보 52.4%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27.2%였다.
KSOI·TBS 조사에선 이 후보의 광주·전라 지지율은 58.1%였다. 윤 후보는 20.1%. 여론조사공정 조사에선 이 후보 55.7%, 윤 후보 27.8%였다. 이 후보가 경선 후유증을 완전히 털지 못해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가 차별화와 함께 이낙연 전 대표와의 관계 회복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이 전 대표 측 의원 10여 명과 만찬회동을 가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후보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친문 윤호중 원내대표가 앞장서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저격수'로 활동했던 친문 홍영표 의원은 지난 8일 UPI뉴스와 인터뷰에서 "친문도 모두 촛불혁명 동지"라며 "'원팀' 문제없다"고 단언했다.
친문 의원 그룹이 분화하고 선대위에 대부분 합류한 만큼 '반 이재명' 집단 행동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앞선다. 청와대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인내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이 후보가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양해'를 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는 주변에 "문 대통령에게도 직접 설명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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