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이 블루오션이라고?…"적금 드는게 낫다"
강혜영
khy@kpinews.kr | 2021-11-15 09:24:09
반려인 1500만 시대…비싸고 보장 적어 펫보험 가입률 0.4%
"동물 진료 표준화·가격공시제 등으로 진료비부터 투명해져야"
"XX보험사 펫보험, 진료비 180만 원, 수술비 700만 원 나왔는데 보험금 하루 한도 15만 원에 수술비 한도 200만 원이네요. 이게 실비 맞나요? X소리죠." (반려인 A 씨가 한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
"펫보험에 가입하느니 차라리 적금에 드는 게 나아요. 보험료는 많이 내야 하는데 주요 질병은 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가입 안 했어요." (반려인 B 씨의 사례)
펫보험을 '블루오션'이라고들 한다. '1500만 반려인' 시대에 시장이 팽창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더디기만 하다. 펫보험 가입률은 0%대다. 작년 말 기준으로 반려동물 860만 마리(농림축산식품부 추산) 가운데 3만3000여 마리만 가입한 상황이다. 0.4%에 불과하다.
반려인들이 펫보험을 기피하는 주요 이유는 비싼 보험료, 제한적인 보장 내용 등이 꼽힌다. 펫보험료는 반려동물의 종류와 나이 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월 4만~5만 원 수준이다. 높게는 9만 원에도 이른다. 보험 상품도 1~3년 단위 갱신형 위주다. 만 10세를 넘긴 반려동물은 가입 자체가 어렵다. 반려견이 잘 걸리는 슬개골(무릎) 질환 등은 보험사에 따라 특약에 따로 가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병원마다 동일한 진료행위에 대한 비용이 제각각이어서 보험에서 부담할 진료비를 추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손해율이나 보험료 등을 추산하기 어려워 높은 보험료를 책정하고 보장 범위도 넓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적극적인 홍보도 피하는 분위기다. 일부 보험사는 홈페이지에 펫보험 상품 안내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손해율이 높아 대형사 위주로 취급하고 있으며 소형사들은 취급을 안 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메리츠화재, NH농협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이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병원에 따라 진료비용이 천차만별인 건 반려동물의 진료항목과 진료행위가 표준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표준화된 체계가 없다보니 동물병원별로 진료차트에 임의로 병명 등을 입력하고 있다. 심준원 한국반려동물보험연구소 소장(펫핀스 대표)은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해선 반려동물 질병 코드와 진료행위별 코드 표준화가 첫 번째 과제"라면서 "이는 보험제도뿐 아니라 반려동물 의료시장 발전을 위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준화된 질병 코드 체계가 도입되면 동일한 진료 행위에 대한 정확한 가격 비교가 가능해진다. 소비자가 진료 비용을 알 수 있도록 가격을 게시하는 '가격 공시제'도 시행할 수 있다. 현재는 동물병원이 진료비를 소비자에게 사전에 알려주지 않거나 진료비를 공시하는 규정이 없어 과잉진료 등으로 인해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펫보험 가입률이 미미한 이유는 보험업계의 의지가 있어도 동물병원의 진료비가 투명하지 않고 과잉진료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면서 "가격 공시제도를 통해 진료비가 예측이 가능해야 펫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캐나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의료비가 공개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에는 펫보험 가입률이 20%를 상회한다"고 한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기는 하다.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수의사법' 개정안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10개에 이른다. 대부분 동물병원 진료항목 표준화 및 진료비 공시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반려동물진료보험법 제정안도 발의돼 있다. 정부가 심의하고 가입자의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반려동물진료보험'을 만들고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에 '반려동물진흥원'(가칭)이라는 전담기구를 설치해 진료표준화, 질병코드화, 진료비 실태 조사 등을 연구하자는 내용이다.
문제는 수의업계 반발이다. 수의사회는 동물진료 표준화를 먼저 추진하고 표준화된 진료 가운데 다빈도 항목부터 단계적으로 진료비를 게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의업계 관계자(수의사)는 "동물병원 수가제도가 원래 있었으나 정부가 1999년 진료보수기준을 폐지하면서 동물 진료비 가격이 자율화됐다"면서 "이에 따라 병원마다 진료 가격이 달라진 것인데 이를 수의업계의 책임으로 보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법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 체계 표준화가 완료된 다음에 진료비 공개를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농식품부는 2019년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진료 항목별로 진료 용어를 표준화하고, 질병별로 표준화된 진료 프로토콜을 정립하는 한편 동물진료체계의 코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수의업계, 서울대학교 등과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아직은 연구자를 선정해서 시작하려는 단계"라면서 "용역 기간이 내년 6월까지인 만큼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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