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0년만에 '김정은주의' 등장…'살 빼고 홀로서기'
김당
dangk@kpinews.kr | 2021-10-29 10:03:08
올해 경제난 속에서도 '인민대중제일주의' 부각하며 독자행보
"살 뺀 김정은, '돌아온 김일성 시대'에서 이제는 '김정은 시대'"
북한 내부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의미하는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국정원은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김 위원장이)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을 시작했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들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에 집권 10년 차를 맞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독자적인 사상체계 정립을 통해 선대(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광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정치적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정은주의'란 용어로 독자적인 사상체계 정립도 시작했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김 총비서가 친(親)인민적인 리더십 부각을 위해 '그 정을 따르네'라는 곡을 뮤직비디오와 함께 선보였다고 한다"며 "최근 국방발전전람회에선 간부들과 맥주를 마시고 맞담배 하는 사진이 노출되고, 김 부총리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가 공개된 것도 '친인민 이미지'를 위함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김정은주의'란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국정원이) 확인했다고 한다"며 "그동안 북한에서는 김일성·김정일주의만 있었는데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을 맞아 김정은주의를 독자적으로 정립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아직 공개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고 있다. 외부에 공식화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먼저 김정은주의라는 사상을 설파하며 공식화 수순을 밟아가는 셈인데 국정원이 북한 내부의 동향을 수집분석해 이런 움직임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주의는 아직 '현재 진행형'으로 보인다. 김정은주의는 김일성·김정일주의에 이은 새로운 사상체계로 정립되고 있고, 이 작업이 완료되면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북한에서 김일성주의는 김정일 후계시절에 사상으로 정립됐고, 김정일주의는 김정일 집권 시기인 1999년에 완성됐으며,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온 사회의 김일성 김정일주의화'가 당 최고강령으로 선포됐다.
하지만 김정은 10년 차를 맞이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는 회의장의 정중앙에 있던 김일성·김정일 초상화가 내려지고 노동당의 대형마크가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노동당의 영도체제를 중시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사실상 김정은주의 사상체계 정립의 첫걸음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당과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 하자'라는 구호는 7차 당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8차 당대회 회의장에도 걸렸다. 하지만 김정은이 강조해온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상징하는 '이민위천' 구호를 내걸어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적 영도체계'가 강조됐다.
유일적 영도체계는 지난 3월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나 4월 세포비서대회 등에서도 "당이 반드시 견지할 원칙과 과업"으로서 여러 차례 강조됐는데, 사실상 김정은주의를 정립하고 공식화하기 위한 수순이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뒤늦게 나온다.
북한은 김정은에 대한 선전홍보 활동도 강화해 지난 2월 사실상 김 위원장의 위인전인 '위인과 강국시대'라는 책자를 펴냈고, 5월에는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을 정리한 화보를 공개하는 등 충성심을 고취하는 우상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북한 관영매체들은 주민들이 김 위원장의 수척해진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인터뷰를 방영하는 등 한 해 내내 김 위원장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워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기사들을 많이 내보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도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한 데 대해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홀로서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올해 경제난 속에서도 관영매체를 통한 김정은 우상화 작업이 활발했던 것은 집권 10년이라는 시기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는 '김정은 시대'로 완전히 전환됐으며, 이제는 김일성과 김정일에게서 정통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정통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밝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스 국장은 이어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우상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정통성을 인위적으로 강화하는 전체주의 체제의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김정은 홀로서기와 우상화를 강화하는 배경으로 집권 10년은 물론 현재의 경제난을 꼽았다.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집권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 정치와 역사에서 김정은 시대의 공식 출범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지난 10년은 '돌아온 김일성 시대'였고, 이제 김정은 시대가 열린다"고 평가했다.
매든 연구원은 "김정은은 더 이상 아버지의 섭정과 과도체제에 의존하지 않으며, 북한 주민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할아버지를 모방할 필요가 없다"며 "이제는 자기 자신으로 통치할 수 있기에 살을 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북한 정치체제의 절차를 조정했고, 국가 안보와 외교에서도 일부 성과를 냈기에 스스로를 김일성과 김정일과 같은 수준으로 위상을 올릴 때가 됐다"면서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해 전에 보지 못한 정도의 대규모 물량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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