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두환 옹호 발언' 뒤늦은 사과…왜 뜸들였나
조채원
ccw@kpinews.kr | 2021-10-21 17:32:15
전문가들 "정치인 윤석열 한계 드러났다" 평가절하
이준석 "호남 발언하려면 최대한 고민해야" 쓴소리
'전두환 옹호' 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후보가 당안팎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밀려 뒤늦게 유감과 사과를 표명하며 수습을 시도했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에서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한 지 이틀만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해당 발언의 후폭풍은 그간 윤 후보의 어떤 실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셌다. 윤 후보 개인을 넘어 국민의힘에 대한 호남민심 이반과 중도층 이탈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윤 후보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인의 말과 행동의 무게를 다시한번 깨닫는 계기로 삼겠다"며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제 발언의 진의는 결코 전두환에 대한 '찬양'이나 '옹호'가 아니었다"며 "독재자의 통치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발언의 진의가 왜곡되었다며 책임을 돌린 것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틀 간 윤 후보에게는 수차례 사과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는데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두환이 다 잘못한 건 아니지 않냐"고 항변하며 "내가 말만 하면 앞뒤 다 떼고(비판한다)"라고 남탓을 했다. 경쟁주자들의 쓴소리를 정치공세로 치부하며 "홍준표 후보도 전두환 계승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반격했다. 이준석 대표 뿐 아니라 윤 후보 캠프 참모도 사과해야 한다는 건의를 했으나 윤 후보는 '발언 진의를 잘 설명하면 된다'며 정면돌파를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남 민심이 격앙되고 '당 리스크' 우려가 커지자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일단 '유감'을 표했다. 그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청년 정책·공약 발표에 앞서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5공 정권을 옹호하거나 찬양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각 분야에서 널리 전문가를 발굴해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당 발언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고 표현상 문제에 대한 유감을 뒤늦게 표명한 것은 되레 매를 벌었다. "역사의식과 공감능력 부족"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전 전 대통령의 '권한 위임'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기존 입장 유지는 '설익은 통치관'이라는 비판을 불렀다. 그러자 윤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송구하다"고 사과한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윤 후보가 이번 실언 시작부터 수습 과정까지 '정치인 윤석열'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먼저 윤 후보의 확장성 한계를 꼽는다. 외연 확장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보수 지지층 결집에 본경선 승부수를 띄우다 보니 중도층을 내치는 자책골을 날렸다는 것이다. 영남 보수 성향의 당원들은 윤 후보의 핵심 지지층인데다 본경선 결과를 좌우할 세력이다. 일각에서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대구·경북(TK)·부산·울산·경남(PK)의 전통 보수를 자극하기 위해 나온 전략적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연구소 소장은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 발화단계에서는 실언이었는지 의도된 발언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향후 전개 과정에서 영남에서는 이런 발언이 먹혀 본경선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입장을 유지해 온 것이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이어 "발언 하루 전인 부산 토론회에서 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의 공격이 윤 후보에게 집중됐다"며 "홀로 코너에 몰린 듯한 모습을 대구 토론에서 보이는 것이 윤 후보에게 나쁜 구도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검찰 외길' 경력에서 비롯된 자질 부족이 거론된다. 실제로 윤 후보가 해당 발언의 심각성이나 무게감을 몰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윤 후보는 별다른 직장 경력 없이 사법시험을 준비해 수십년간 검찰 조직에만 몸을 담았다"며 "시대를 관통하는 주요한 이슈였던 민주화, 군사정권의 탄압, 그로 인해 시대적 아픔을 겪었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공감대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의 공포가 체화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전두환 씨를 미화하는 발언을 할 수 없다"며 "TK·PK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발언한 것이라면 누가 권력의 주인인지 눈치빠르게 파악하고 움직였던 '정치검찰'의 속성에 따른 것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엄 소장과 박 평론가는 검찰조직이 외부와 단절된 채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는 특징도 윤 후보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박 평론가는 "TK·PK의 보수층은 윤 후보의 말에 손뼉을 쳤겠지만 그들처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며 "검찰조직만 경험한 윤 후보는 일반 대중과 소통하며 그들의 정서를 두루 파악하거나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 인지하고 고민할 기회가 부족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과 적극적으로 선을 긋고 있는 모습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전남 여수시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후 "윤 후보가 어떤 취지로 그런 말을 했는지 설명했지만 다소 그 의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전 씨는 의견 교류를 만들어내거나 정당 간 교류하는 정치를 한 적이 없고 통치만이 있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저희 당에서 정치하는 분들은 특히 호남과 관련된 발언을 할 때 최대한의 고민을 해서 발언해야 한다"며 "호남에 실망을 준 일이 있다면 비판을 감수하고 감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늦은 사과'의 배경에 대해 "윤 후보의 전 씨에 대한 입장이나 호남에 대한 진정성은 발언의 처음부터 사과가 이뤄진 지금까지 페이스북에 밝힌 사과와 같다"며 "어떤 의도 등이 있는 것이 아닌 정치적 언어 미숙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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