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선 종료 D-5…'대장동 의혹'이 변수되나
김광호
khk@kpinews.kr | 2021-10-05 10:45:45
野 이준석 "'이재명 X파일', 다른 파벌이 들고 있다"
이낙연은 마지막 총공세…"뭔가 드러나고 있어"
유동규 수사속도 관건…제보 폭로전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레이스가 오는 10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결선 투표가 없으면 닷새 후 민주당 후보가 최종 선출된다.
지난 1일 제주와 개천절 연휴 부산·울산·경남과 인천, '2차 슈퍼위크'에서 과반 압승 행진을 이어간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변이 없는 한 본선행을 사실상 확정지은 분위기다.
그러나 변수가 없는게 아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불길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수사 칼날이 어디로 향할 지 예단키 어렵다.
야당은 이 지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내 경쟁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마지막 한방을 노리고 있다. 이 지사가 본선에 가더라도 대장동 여파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장동 이슈가 이번 대선의 향방을 가를 중대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까지도 대장동 의혹과 선을 그었던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된 이튿날 "안타깝다"며 '관리책임'을 인정했다. 지난 4일 서울지역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제가 지휘했던 직원이, 제가 소관하는 사무에 대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3000여명의 성남시 공무원, 1500여명의 산하기관 소속 임직원에 대한 관리책임이 당시 시장이던 제게 있는 것이 맞다"며 "살피고 또 살폈지만 부족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이 지사가 처음으로 책임을 시인하며 "부족했다"고 몸을 낮춘 건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그는 그간 개발 세력과 국민의힘을 "마귀", "장물을 나눠가진 도둑"이라고 몰아세우며 강경 일변도로 대응해왔다. 유 전 본부장 구속을 계기로 대장동 전선을 한번 정리하려는 출구 전략의 일환으로 비친다.
경선 승리를 굳힌 이 지사가 중도와 무당층을 겨냥해 공세 모드를 조절하며 본선 채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경선에서는 화력을 대야 공세에 집중했지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본선에서는 타깃을 바꿔야한다는 판단에서다.
대장동 의혹 혐의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상실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유권자들에 대해서는 낮은 자세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개발이익을 완전히 환수하지 못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재명 X파일'까지 언급하며 민주당을 흔들고 있다. 이 지사가 민주당 내 다른 파벌이 들고 있는 '이재명 X파일'에 의해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옛날에 이명박 대통령 자료는 박근혜 대통령이 다 들고 있었고 박 대통령 자료는 이 대통령 때 들고 있었다"며 "그걸 10년씩 들고 터뜨리다가 지금 두 분 다 문제 된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언론사들이 단독기사를 계속 내고 있는 걸 보면 '우리는 민주당 내 구조도 파악 못하겠는데 이걸 어떻게 다 알지'하는 내용도 있다"며 "저희도 의미 있는 자료들을 계속 확보해 나가고 있지만 속도에 있어서는 (민주당 내부) 다른 파벌이 당내에서 준비한 것 보다는 못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료의 실체에 대해선 구체적 설명을 피하면서도 "강한 의심이 든다", "이 지사가 한 번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에 그칠 상황이 아니다"라고 군불을 땠다.
앞서 이낙연 캠프의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도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해) 제보가 많이 들어 오지만 우리는 수사권이 없어 일일이 오픈할 수 없어 답답한 부분이 많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이재명 X파일' 카드는 대장동 의혹을 고리로 여권 내부의 분란을 유도함과 동시에 본선행을 거의 확정지은 이 지사를 경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낙연 전 대표도 마지막 반격의 실마리를 대장동 이슈에서 찾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대장동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이 전 대표는 "(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에 대해) 저는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당의 위기이고 과제인데 지도부는 둔감해 보인다"며 "당 지도부가 일부러 그러는지, 몰라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이 지사의 '심복'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된 것을 우려하며 "이제 시작이겠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특별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뭔가가 드러나고 있는 건데 (당 지도부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 전 대표 측에 들어오고 있는 이 지사 관련 제보들 중 의미있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공약발표 기자회견장에서도 "자칫 잘못하면 이번 대선이 대장동 선거, 고발 사주 선거로 흘러 들어갈지도 모른다"며 "1위 후보의 위기가 바로 민주당의 위기이고 정권 재창출의 위기다. 민주당이 대장동의 늪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는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성남시장의 관계가 (이 지사가 주장한) 한전 직원과 대통령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인가 국민들이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위기를 직시하면서 가장 용기 있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크게 후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측은 2차 슈퍼위크에서 완패를 당해 결선투표가 어려워졌지만 대장동 의혹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원팀 기조를 해칠수 있다는 당내 우려에 공세를 자제해 왔으나 벼랑 끝에 몰리자 이 전 대표까지 직접 전면에 나섰다.
남은 경기(9일), 서울(10일) 경선과 '3차 슈퍼위크'에서 최대한 이 지사 과반 저지를 시도하고 이 지사가 본선행을 확정짓더라도 차후를 대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낙연 캠프는 이 지사의 의혹 연루 사실이 나오면 대선 후보 사퇴 가능성까지 염두해두고 있다. 과반 저지가 거의 무산됐음에도 이 전 대표 측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이 지사의 대장동 연루 의혹을 이번 대선의 '핵심키'로 꼽는다. 아직까진 이재명 대세론이 굳건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연루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재명 게이트'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결국 유동규에 대한 검찰의 수사 속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유동규에 대한 수사가 빨리 진척돼 이 지사에게까지 미칠 경우 야권의 이 지사에 대한 사퇴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 평론가는 "만약 이 지사에 대한 기소까지 간다면 그땐 정말 사퇴 결단까지 몰릴 수 있다"며 "이 전 대표 측이 이 지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제보받은 사실들까지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 지사의 사퇴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만 본선에서 중도측 확장에 악영향을 끼칠 위협 요소라고 짚었다. 엄 소장은 "대장동 의혹은 분명 이번 대선에서 이 지사 측에 가장 큰 악재"라며 "이 지사가 의혹을 제대로 해소시키지 못하면 2030과 중도층 포섭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컨벤션효과로 이 지사가 대세론을 유지했지만 본선에선 대장동 여파로 지지율이 정체하거나 떨어질 수도 있다"며 "이번 대선은 여야 중 어느쪽이 대장동 의혹을 빨리 털어버리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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