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사 믿을 수 있나…증거 증발 등 의문점 곳곳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9-30 13:44:23
키맨 유동규, 檢 소환에 불응…휴대폰 증거인멸 시도
유동규 동업 변호사, 서류 봐…화천대유는 압색대비
수사 길목에 친정권 검사들 포진…野 "공정성 못믿어"
김오수 검찰총장은 30일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엄정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장은 이번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여야, 신분,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주문했다고 대검이 이날 밝혔다.
검찰은 전날 검사 16명과 대검 회계분석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을 상대로 동시 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도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해온 지 5개월 만에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 검경이 동시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에 나섰으나 "과연 믿을 수 있나"라는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늑장·짜맞추기'가 의심되는 정황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며 "진상덮기 수사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키맨'들의 행동이 이례적으로 당당하고 침착해 보인다. 수사당국보다 한 수 앞선 신속한 대응도 수상쩍다.
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이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통보에 불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제로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오전 경기도 용인시 자택으로 검찰이 압수수색을 위해 들이닥치자 휴대전화부터 창밖으로 던져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수사관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사이 유 전 본부장이 창문을 열고 휴대전화를 집어 던졌다고 한다.
수사관들은 뒤늦게 휴대전화가 없어진 걸 알고 건물 밖 인근 도로를 수색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는 압수수색을 당할 때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워있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SNS를 통해 "과연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답다"라고 꼬집었다. 하 의원은 "이재명 후보는 2016년 한 강연에서 '사고 치면 휴대폰 뺏기지 말라. 인생기록 싹 들어있다'라는 황당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전례를 소환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유동규 씨에게 휴대폰 버리라고 지시했느냐"고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이다. 사업 시행을 맡은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 방식을 설계한 의혹을 받고 있다. 개발 수익이 흘러간 것으로 지목된 '유원홀딩스' 소유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화천대유 측과 금품 수수 의혹도 받고 있다. 이재명 지사측은 이날 "관리자로서 책임"을 거론하며 미리 진화 조치를 취했다.
이 지사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은 김병욱 의원은 정례 브리핑에서 "유 전 본부장의 불미스럽고 부정하고 법에 어긋나는 행위가 있을 때는 당연히 후보님(이재명 지사)도 관리자로서의 기본적 책임에는 동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자택 앞에서 "돈 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를 창 밖에 던져 인멸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런 건 아니고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는데 수사관에게 다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의혹 제기 후 보름쯤 지나서야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 사이 화천대유가 압수수색 일정을 미리 파악해 대비한 정황도 보인다.
화천대유 직원들은 압수수색 전날 저녁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더니 당일 아침 오전에는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압수수색 며칠 전부터는 사무실 주변에 경비용역 인력이 배치됐다는 전언이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앞서 화천대유 자회사격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를 소환조사하면서 일정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 전 본부장과 동업 관계로 알려진 정민용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방문해 화천대유 관련 자료를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변호사의 '대범'한 행동으로 공사는 기밀유출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2014년 10월 전문계약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해 일하다가 지난 2월 해임됐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도시개발공사 쪽에 전화를 걸어 '오래 전 사업이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수사에 대비해 대장동 사업 관련 자료를 봤으면 좋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곤 지난 25일 도시개발공사를 찾아 성남의뜰이 자산관리회사를 선정할 때 평가배점표 등을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으로 근무할 때 민간사업자 선정에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이상호 대표의원은 전날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정 변호사 간의 부적절한 접촉은 수사에 대비해 말을 맞추기 위한 모의 정황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부적절한 만남을 누가 제안했는지 정확히 해명하고 즉각 고발 조처하라"고 요구했다.
정 변호사는 퇴직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부동산개발 관련 업체 '유원홀딩스'를 차려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민간개발 추진 당시부터 대장동 개발에 나섰던 남욱 변호사의 서강대 법대 1년 후배다. '빅2 키맨'인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를 연결하는 또 다른 키맨이다.
검찰은 핵심 관련자에 대한 출국 금지 타이밍도 놓치는 바람에 남 변호사의 해외행을 사실상 방치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는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성남의뜰에 8700여만원을 투자해 1000억원 넘는 배당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귀국할 경우 곧바로 신병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무부 출입국 당국에 입국 시 통보를 요청했다. 필요한 경우 법무부를 통해 외교부에 여권 무효화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장동 수사팀'이 불신받는데는 검찰 수사 길목마다 자리 잡고 있는 친정권 검사들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친정권 검사들의 '대장동 수사팀' 공정성 믿을 수 없다"며 "특검만이 답"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수사팀에 친 정권 성향 검사들을 대거 포진시켜 정권 맞춤형 면죄부 수사라는 비난을 자초했다"며 관련자들을 지목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대표적인 친정권 검사로 박범계 법무부장관 고교후배이고 전담수사팀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김태훈 4차장 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실무를 담당했으며 수사팀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검사는 청와대 울산시장 개입 사건의 핵심인물인 송철호 울산시장 사위 등"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검찰보다 더 했지 덜 하지 않는다. 경찰은 5개월 전 화천대유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됐다는 금융정보분석원 통보를 받았다. 그래놓고 최근에야 일선 경찰서에서 경기남부청으로 사건을 보냈다. 경기남부청은 신성식 수원지검장 관할이다. 신 지검장도 친정권 인사로 꼽힌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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