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오리알' 위기 맞은 최재형…왜?

장은현

eh@kpinews.kr | 2021-09-24 16:51:34

준비 부족·차별화 실패·자극적 행보로 위기
정의화 전 국회의장, 崔 지지 선언 '철회'
"정치인으로 변신 실패…주위 의견 들어야"
"2차 컷오프 통과 어려울 것" 평가도 나와

국민의힘 최재형 대선 경선후보가 궁지에 몰렸다. 지지율 답보가 이어지는 사이 대선 캠프 실무진과 지지자가 하나둘 곁을 떠나고 있다. 정치 입문 두 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정치권에선 최 후보가 고난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8명 후보 중 4명만 살아남는 2차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국민의힘 최재형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2차 방송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최 후보는 지난 6월 28일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놨다. 사퇴 일주일 만인 7월 7일 정치 참여 선언을 한 뒤 15일엔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당시 민심투어에 집중하던 윤석열 후보와 비교되는 속전속결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컨벤션 효과도 즉각 나타났다. 지지율 8.1%를 순식간에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별의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초반 행보에서 '준비 부족'을 드러낸 탓이다.

최 후보는 지난달 4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선언식에서 "무너져가는 나라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며 출마 배경을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국정 현안에 대해선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 준비된 답변이 없다"고 실토했다. 대북정책,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부동산 정책 등과 관련한 질문에 비전을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서 최 후보의 지지율은 성장 정지 상태에 접어들었다. 5~6%에 머물더니 2~3%까지 떨어졌다.

대선 출마 명분이 겹치는 윤 후보와 비교되는 '차별성'을 만들지 못한 것도 패착이다.

최 후보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감사를 놓고, 윤 후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와 검찰개혁을 놓고 문재인 정권과 대립하다 출마했다는 점에서 이미지가 비슷했다. 최 후보가 자신만의 국정 비전을 제시해야 인지도가 높은 윤 후보와 겨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정권교체', '반문'을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후보는 정책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문 정부를 비난하는 데 주력했다. 페이스북 메시지와 논평을 통해 외교안보, 부동산, 경제 등에서 정부를 때리는 것에만 열올렸다.

실언 논란도 있었다. 최 후보는 "일자리 뺏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 "국민의 삶은 정부가 아닌 국민이 책임져야" 등의 발언으로 당 안팎에서 뭇매를 맞았다.

최 후보는 반전을 꾀하기 위한 승부수로 '대선 캠프 해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 후보와 관련한 각종 논란과 홍준표 후보의 약진 영향으로 관심끌 기회를 갖지 못하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방법으로 새 길을 가려 한다"며 "필사즉생(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의 각오"라고 밝혔다.

최 후보 다짐과 달리, 캠프 해체는 득보다 실이 더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속세 전면 폐지", 낙태 반대 1인 시위 등 자극적인 요소로 관심을 끌려는 의도가 되레 반감을 샀다는 이유에서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24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 경선 후보 4인 안에 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에 마음이 급해진 것 같다"며 "자극적이고 눈에 띄는 구호에 눈길이 갈 테지만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그보다 비전 발표회나 토론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했는데, 토론회를 보니 준비 부족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혹평했다. 이어 "주도권 토론은 타 후보에게 질문을 함으로써 자신의 가치관을 돋보이게 하는 것인데 그 시간을 말 그대로 질문만 하며 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면 2차 컷오프 통과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최 후보를 도왔던 실무진과 지지를 표명했던 인사들도 그와 손을 끊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전날 "캠프 해체 전후 최 후보의 낙태 반대, 상속세 폐지 등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정책 발표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며 지지 선언을 철회했다. 정 전 의장은 "제가 생각한 최재형다움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 중 두 번째로 최 후보를 지지했던 김미애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주장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심각한 우려와 실망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최 후보는 전날 "국민 혈세를 수십조원이나 더 사용하게 될 해당 건은 아무런 절차적 정당성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며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최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보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어도 정치인으로서 전략적 판단을 통해 해야 할 말, 하면 안 되는 말을 구분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최 후보가 판사적 가치관을 벗지 못한 것 같다"며 "주위의 의견을 들어야 할 필요도 있는데 만약 지금과 같은 행보가 이어진다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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