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 심야 열병식, '김정은 시대 뉴노멀'로 굳어지나
김당
dangk@kpinews.kr | 2021-09-09 10:35:04
작년 10∙10절 이어 1년새 세번째 심야 열병식…시간∙규모 단축
급조∙축소 열병식…무력과시보다 내부결속 차원 축제 이벤트?
북한이 9일 정권 수립 73주년 기념일(9∙9절)을 맞아 이날 0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
군과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0시부터 약 1시간가량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시간 열병식'은 직전 두 차례 열병식과 비교해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시간이 줄어든 만큼 규모도 줄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 NK뉴스는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평양 상공에서 비행기가 비행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열병식이 시작되는 징후일 수 있다고 보도한데 이어 "평양 도심에서 오전 0시와 1시 등 두 차례 불꽃놀이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0시와 1시 사이에 한시간 동안 열병식이 진행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국내의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주체 110년이 되는 올해와 태양절(김일성 생일) 110돐(돌)인 내년을 조선 혁명의 려명기(여명기)로 강조하면서 9·9절 열병식 명령을 내렸다"며 "7일 저녁에야 확정된 명령 지시가 열병식 지휘 상무 본부로 하달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8일부터 김일성광장으로 통하는 도로들이 전면 차단됐고, 금수산태양궁전 앞 광장도 봉쇄되었다고 평양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매체는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열병식 행사를 이렇게 급박하게 결정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지만, 북한이 지난 7월부터 대규모 인원(3만8000명)을 동원해 내년 110회 태양절 기념 열병식을 준비해 왔음에 비추어 북한이 행사 진행에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은 최근 그중 1만5000명을 별도로 차출해 평양으로 불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도 이날 "북한이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있어 본행사일 가능성을 포함해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총비서의 참석과 북한군이 새로운 무기를 공개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의 경우 5년과 10년 단위의 이른바 '꺾어지는 해'(정주년)가 아니어서 전문가들도 열병식 개최 가능성을 낮게 보는 편이었다.
이와 관련 데일리NK의 내부 소식통은 "열병식은 공화국의 새로운 주체 100년대 첫 10년을 이끄신 김정은 동지의 령도(영도)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실제 열병식 지휘상무에 내려진 명령에도 강성국가 백년대의 첫 10년 김정은 동지를 따라 걸어온 공화국의 역사적 순간을 성대히 길이 빛내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이번 9·9절은 73주년으로 정주년이 아니지만, 주체 100년대에 접어들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10년과 김정은 집권 10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성대한 행사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부터 당일 0시에 심야 열병식을 시작했다.
이번 열병식을 포함하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2021년 1월 14일 제8차 당대회 기념열병식 △2021년 9월 9일 정권수립 73주년 열병식 등 1년새 3번의 열병식을 심야에 진행한 셈이다.
심야 열병식은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열병식을 "특색있게 준비하라"고 한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8월 13일 김 위원장이 주재한 정치국회의에서 "모든 경축 행사들을 최상의 수준에서 특색있게 준비해 당 창건 75돌에 훌륭한 선물로 내놓을 수 있는 대정치 축전으로 되도록 하기 위한 해당한 대책을 강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첫 심야 열병식에서 불꽃놀이나 발광다이오드(LED)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볼거리가 있는 축제 형식의 열병식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냉전 시기 공산주의 진영의 유물인 '열병식 통치'가 '김정은 시대의 뉴노멀'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열병식에는 장기간의 준비와 상당한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냉전 시기 공산주의 국가들이 무력 과시를 위해 선호해 왔으나, 현재 대규모 심야 열병식을 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북한뿐이다.
한편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어떤 전략무기를 선보일지와 김정은 총비서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았을지도 주목된다.
북한은 작년 10월 열병식 당시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대외에 무력을 과시했다. 1월 열병식에는 ICBM은 동원되지 않았지만, 대신 10월보다 길이와 직경이 늘어난 SLBM '북극성-5ㅅ(시옷)' 등을 공개했다.
북한의 열병식 준비 정황은 통상 1∼2개월 전부터 포착됐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급박하게 준비된 것으로 보여 동원할 수 있는 무기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아울러 현재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장기화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유엔의 대북 제재와 경제난 등으로 내부 사정이 여의치 않은 만큼 무력과시보다는 내부결속 차원에서 '축제 이벤트'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 매체는 이날 오전 10시 현재까지 열병식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있지만, 직전 두 차례 심야 열병식 모두 시차를 두고 녹화 중계된 만큼 이번 열병식도 이르면 이날 오후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 심야에 실시한 지난해 10월 10일 열병식의 경우 2시간 16분 분량의 영상으로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방영됐다. 무력과시 차원에서 관련 사진도 무려 111장이나 공개했다. 이보다 규모가 줄었던 올해 1월 열병식 녹화 영상도 1시간 30분 분량이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