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값이 똥값?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것"

탐사보도팀

tamsa@kpinews.kr | 2021-09-07 10:39:54

군 장성 출신 속속 대선캠프행
별들도 이재명·윤석열 양강체제

대통령선거는 널리 인재를 모으는 과정이기도 하다. 각계 전문가, 명망가들이 대선 캠프로 모여든다. 유력 후보 캠프는 특히 문전성시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 캠프가 북적이는 이유다.

군 장성 출신들도 예외가 아니다. 친소 관계에 따라, 철학에 따라 속속 캠프로 향하는데, '별'들의 캠프행도 이재명, 윤석열 양강 구도다. 

이런 가운데 최근 김용우(육사 39기)·이왕근 예비역 대장(공사 31기)의 '윤석열 캠프'합류가 여당 인사들을 자극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육군참모총장과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별'들이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별값이 똥값이 됐다"고 비난했다. 

군 안팎에선 "별값이 똥값이 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청와대가 군 인사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면서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김용우 전 육군 참모총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왕근 전 공군참모총장,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전진구 전 해병대 사령관. [뉴시스]

이외에도 현재 윤석열 캠프엔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 41기)과 전진구 전 해병대 사령관(해사 39기)이 안보특보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된 인사들이다. 이 중 최 전 사령관은 서욱 국방부 장관과 육사 동기다.

국방특보로는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지낸 '정책통' 류제승 전 교육사령관(육사 35기)과 20대 의원을 지낸 김중로 전 민생당 의원(육사 30기)이 있다. 70사단장 출신인 김 전 의원은 특기를 살려 20대 국회에서 국방위원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 육참·공참총장 동시에 尹 캠프로 왜?

외교·안보·통일 정책자문위원으론 김황록·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합참) 차장, 신인호 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전 차장은 육사 40기로 합창차장 재직 전 합참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냈다. 합참은 작전·정보·전략·군사지원 등 4개 본부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중 정보본부는 군 내 모든 정보를 취합하는 곳이다.

이 전 차장은 김 전 차장과 같은 육사 40기로 7군단장 출신이다. 신 전 비서관은 그보다 2기수 아래인 육사42기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육사 38기)도 윤석열 캠프 내 정책자문단으로 합류했다. 김 전 작전본부장은 캠프 내 미래국방혁신4.0특위에서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이 국방혁신4.0특위 공동위원장은 김용우·이왕근 전 총장이며 사무총장은 신인호 전 비서관이 맡고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선 캠프엔 해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지낸 최윤희 예비역 대장(해사 31기)이 국방정책 수립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유승민 캠프는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육사 37기·비례)이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정책3본부장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신 의원은 합참차장과 작전본부장을 지낸 '전략통'이다.

유승민 캠프 관계자는 "과거 유승민 후보가 국회 국방위원장으로 활동할 때부터 막역하게 지낸 사이이며 같은 58년생인 것도 두 사람이 가까워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캠프, 김병주 의원 주도로 장성들 영입

여권에선 현재 여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캠프에 군 출신 인사들이 대거 몰린 모양새다.

선대본부에서 부본부장(국방안보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주당 김병주 의원(육사 40기·비례)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회 국방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의원은 군에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대장)을 지냈다.

국방안보특보단장인 이철휘 전 제2작전사령관(학군 13기)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 당적으로 경기 가평·포천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육군 6군단장을 지낸 김성일 전 국방대 총장(육사 42기)과 황인권(3사 20기) 전 제2작전사령관 등도 자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까지 병무청장을 지낸 모종화 전 인사사령관(육사 36기)도 조만간 이재명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국방전직교육원장을 지낸 이재강 전 원장(공사 24기)도 조만간 캠프로 들어간다.

이낙연 캠프엔 해군 군수사령관을 지낸 민주당 윤재갑 의원(해사 32기·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이 국방안보 정책 수립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모종화 병무청장이 지난해 10월1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무처 제공]

대선을 앞두고 최근까지 요직에 있던 군 장성들의 대선캠프행은 보는 각도에 따라 찬반이 엇갈린다.

"신의와 충성을 미덕으로 삼는 군 인사들이 출세욕을 앞서다보니 정치판에 기웃거리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애초부터 잘못된 국방정책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방전문가로 활동하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군 출신 인사들의 이러한 행보엔 문재인 정부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것도 있겠지만, 인사에 대한 불만이나 향후 거취 등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게 고려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정조직이 군 인사 주물러" 논란도

현정부 들어 남북관계만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작전 수행과 훈련 등이 소홀해지면서 군 내부의 불만이 고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출신으로 현재 야당에서 활동하는 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파격을 중시하다보니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의 인사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이는 지금 잇따른 장성 출신들의 대선캠프행과 무관치 않다. 그런 면에서 별값(군 장성의 지위)이 똥값이 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군 인사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면서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김용우 전 대장이 육군참모총장 시절인 2019년 청와대 근처 카페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과 만나 군 인사에 관해 논의한 것이 좋은 예다. 당시 육군 내부에선 "일개 청와대 행정관 입김이 먹힐 정도로 육군참모총장 권위가 떨어진 것이냐"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였다.

▲ 정경두 국방부 장관(가운데 양복 입은 사람)을 비롯한 군 장성들이 2019년 6월1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2019년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UPI뉴스 자료사진]

현 정부들어 국방안보포럼과 같은 군 외곽조직이 강한 입김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장성 출신들의 대선 캠프 행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국방안보포럼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강태원 전 국방과학연구소 부소장과 백군기 전 의원(현 용인시장),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주도해 만든 영관급 이상 예비역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 모임이다.

모임을 주도한 강 전 부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이었던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장성급 인사는 "그동안 군 내부에서 특정 인맥이 요직에 발탁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외곽 단체가 군 인사에 입김을 넣은 사례는 많지 않았다"면서 "국방안보포럼의 사례를 보면서 예비역 장성들의 정치권 러시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현 정권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 국방안보포럼은 조만간 민주당 경선 결과를 봐가며 지지 후보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KPI뉴스 / 탐사보도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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