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법 협의체, 예고된 파국?…벌써 '합의' 해석 공방
장은현
eh@kpinews.kr | 2021-09-01 11:19:02
野 김기현 "합의 안 되면 시간 가지고 더 논의해야"
쟁점들 이견 커 협의 기간 '한달' 짧다는 비판 많아
與 김종민·김용민, 野 최형두·전주혜 협의체 참여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협의체 구성을 놓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협의 기간 동안 합의가 나오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합의문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여야에서 다른 해석이 나오는 건 적신호다. 더불어민주당은 개정안의 조항 수정은 가능하지만 반드시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합의가 전제돼야만 상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합의 불발 시 여야 정면충돌에 따른 파국 가능성이 예고된 셈이다.
여야는 협의체가 본격 출범도 하기 전인 1일 '합의'에 대해 해석을 달리하며 공방을 펼쳤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의미는 '9월 27일에 상정 처리한다는 것을 여야가 합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더라도 27일 본회의 때 반드시 개정안을 상정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인정했던 부분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원내대표 바로 다음 인터뷰를 한 김 원내대표는 즉각 부인했다. "우리 당 입장에서는 합의안이 마련된다는 전제하에 (상정을)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는 "합의가 되지 않을 땐 시간을 가지고 더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민주당이 강제로 상정해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처리하겠다고 하면 야당에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저지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결사항전 각오를 분명히 했다.
여야는 전날 각 당의 의원 2명씩과 각 당이 추천한 언론계 인사 혹은 관련 전문가 2명씩으로 구성되는 '8인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여야의 대타협이라고 보기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적잖다. 활동 시한을 9월 26일까지로 못 박은 것부터가 한계로 꼽힌다.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허위·조작 보도인지 등을 '숙의'하는 데 시간이 짧다는 이유에서다. 협의체 위원 구성에 걸리는 시간과 추석 연휴 등을 감안하면 실제 활동 기간은 더 줄어든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언론중재법은 '시한부 합의'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며 협의체 기간에 비판 의견을 냈다. 언론 현업 5단체(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피디연합회)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언론·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규제를 총체적으로 재정비해 미디어 이용자 피해 구제와 언론자유 보호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언론계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고 질타했다.
협의체 구성 자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변인은 "언론노조 등 유관 시민결사체의 다양한 의견을 배제할 가능성이 큰 '양당'만의 협의체"라고 평가절하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야가 한 달 사이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표적 쟁점인 징벌적 손해배상, 고의·중과실 추정, 열람차단 청구권 조항은 여야 시각차가 크다.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아 상당한 숙려 기간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기존 법안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협의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징벌적 손해배상도 그렇지만 피해를 받았을 때 중재를 거쳐 같은 내용과 지면으로 정정되는 것 등은 훼손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기존 법안을 토대로 논의한다는 건) 민주당의 기대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열람차단 청구권,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모두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당이 끝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파국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이 합의문을 근거로 27일 본회의에 상정하면 국민의힘은 '입법 독주' 프레임을 걸며 필리버스터 등 저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의 갈등이 한 달 뒤 그대로 되풀이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 한병도,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나 언론중재법 협의체 구성 등에 관해 논의했다. 민주당 김종민·김용민 의원, 국민의힘 최형두·전주혜 의원이 협의체에 들어갈 여야 2인 멤버로 내정됐다.
한 수석부대표는 "양 당이 준비했던 안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수석부대표는 "언론인 등 전문가는 현재 각 당에서 추천을 받고 있으며 빨리 정해 협의체 1차 회의도 가급적 조기에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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