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넘겨받은 與, '윤희숙 사퇴안' 처리 놓고 고민

김광호

khk@kpinews.kr | 2021-08-26 11:12:01

尹 사퇴안, 본회의 의결 남아…與 칼자루 쥐어
與 의원들 사퇴 요구 역풍에 지지층 반발 걱정
尹 부친 혐의 입증되면 사퇴 의결 처리할수도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투표'라는 공을 넘겨받고 고민에 빠졌다. 

윤 의원 사퇴안이 본회의 표결로 넘어가면 민주당 의원의 찬성표가 있어야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퇴안이 처리될 경우 '내로남불'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어 민주당이 고심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윤희숙(가운데) 의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포기와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후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윤 의원 부친이 2016년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소재 논 1만871㎡를 사들였으나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세종시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했던 윤 의원이나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윤 의원 동생 남편 장모 씨가 농지 매입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당사자가 사직서를 철회하지 않으면 국회는 이 안건을 처리해야 한다. 국회법 제135조에 따르면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고 사직 허가 여부는 표결로 한다.

오는 31일 8월 임시회가 끝나면 다음 달 1일부터 100일간의 정기국회에 들어간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사직서를 수리할 수 있다. 그러나 회기중이면 국회의장이 윤 의원 사퇴안을 본회의에 부의해 표결에 부치게 된다.

사퇴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출석 의원 중 과반이 찬성해야 사퇴안이 의결된다. 결국 윤 의원 사퇴는 171명인 민주당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윤 의원 사퇴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앞선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의 뜻을 관철시키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며 "내 감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도 페이스북에서 "의원 사퇴 국회 본회의 의결이 가능하겠나"라며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칼자루를 쥔 여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퇴 안 하느냐는 역풍에 지지층 반발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부동산 관련 의혹을 받은 12명 의원에 탈당을 권고했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 10명은 여전히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윤미향 의원 등 비례대표 의원 2명은 제명됐다. 비례대표는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다. 당이 '친절히' 의원직 유지 조치를 내려준 셈이다.
 
여권 일각에선 윤희숙 의원의 파격적인 결단과 관련해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실망한 민심이 호응할 경우 민주당이 더욱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윤 의원 부친의 농지법 주민등록법 위반 사안이 수사결과 등을 통해 나왔을 때 엄중성에 따라 본회의 의결이 달라질 수도 있다.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되면 민주당이 사퇴 의결을 처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권익위가 발표한 결과는 특수본으로 넘어간 상태다. 권익위에 따르면 의원직 사퇴와 관계없이 수사는 진행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6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까지만해도 윤 의원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으나 오늘 부친 부동산에 대한 윤 의원과 제부의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이것이 오히려 민주당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엄 소장은 "역대 국회에서 의원의 사직안을 처리한 전례가 없지만 윤 의원의 투기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민주당이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며 "일단 윤 의원에 대한 공세를 높이면서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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