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日과 현안 공동대응 위한 대화 문 열어둬"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8-15 10:25:04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한일, 앞으로도 함께 가야"
"역사문제는 국제사회 보편적 가치, 기준으로 해결"
"北, 분단장벽 걷어내자…'한반도모델' 만들 수 있어"
"독립 영웅들 조국으로 모시는 일, 최선 다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인 15일 일본 정부를 향해 "우리 정부는 양국 현안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등 세계가 직면한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日, 이웃 나라다운 협력의 모범 기대"…대화 제의했으나 원론적 수준

문 대통령은 이날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를 통해 "한일 양국은 국교 정상화 이후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분업과 협력을 통한 경제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었다"며 "앞으로 양국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해방 다음날인 1945년 8월16일 민족 지도자 안재홍 선생은 삼천만 동포에게 드리는 방송 연설을 했다"며 "선생은 패전한 일본과 해방된 한국이 동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식민지 민족의 피해의식을 뛰어넘는 참으로 담대하고 포용적인 역사의식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 경축사는 문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지난 2019년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양국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대화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도쿄 올림픽 기간 중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정상회담 등을 통해 양국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핵심 쟁점에 대한 양국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방일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이번 광복절의 대일 메시지는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계개선을 위한 구체적, 전향적인 제안 없이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나와 일본이 적극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관계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바로잡아야 할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며 이웃 나라다운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게 되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 동원과 위안부 등에 대해 일본 정부의 진솔한 사과와 조치가 선행돼야한다는 점을 거듭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대북 제안·구상 없어…"남북 공존 모델 만들어야"
 
이번 경축사에선 남북관계와 관련해 새로운 제안이나 정책, 구상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독일의 통일 모델을 거론하며 남북이 공존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미래 희망적' 메시지가 담겼다. 이 부분도 임기말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이번 경축식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역대 최소 규모로 치러졌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1990년, 동독과 서독은 45년의 분단을 끝내고 통일을 이뤘다"며 "동독과 서독은 신의와 선의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았고 보편주의, 다원주의,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독일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에게 분단은 성장과 번영의 가장 큰 걸림돌인 동시에 항구적 평화를 가로막는 강고한 장벽"이라며 "우리도 이 장벽을 걷어낼 수 있다"고 했다. "비록 통일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남북이 공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을 위한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구상 등을 언급하며 "동아시아 생명공동체 일원인 북한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은 장기간 이어진 남북 경색 국면을 조속히 탈피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뚜렷한 성과를 내는데 열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축사는 그 기회로 꼽혀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쏠렸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전격적인 제안이나 획기적인 구상을 내놓기보다 그간의 정책 기조를 고수하는 수준에 그쳤다는게 중평이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강력 반발하면서 한반도 긴장 상황에 따른 여론 악화를 의식한 것으로 비친다.

남북 연락통신선이 13개월 만에 복원돼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순풍을 기대했으나 대화의 문을 다시 걸어잠근 북한의 셈법은 전혀 달랐던 셈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를 공고하게 제도화하는 것이야말로 남과 북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된다"라고 했다. "특히 대한민국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내고 사실상의 섬나라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연결될 때 누릴 수 있는 이익은 막대하다"고도 했다. 

'평화의 제도화'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 비준 등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독립 영웅 조국 모시는 일 최선 다하겠다"

문 대통령은 "윤봉길 의사와 이봉창 의사를 시작으로 오늘 홍범도 장군까지 애국지사 백마흔네 분의 유해가 고향산천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봉오동 전투' 주역 홍범도 장군 유해는 이날 카자흐스탄에서 봉환됐다. 78년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장군의 유해를 봉환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맺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이어 "독립 영웅들을 조국으로 모시는 일을 국가와 후대들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자 영광으로 여기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광복절 경축식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舊 서울역사)'에서 거행됐다. 대한민국 독립 역사를 상징하는 여러 장소에서 사전녹화한 영상으로 시작했다.

국민의례는 대한민국 최초 '부녀 메달리스트' 주인공인 여홍철 경희대 교수와 여서정 국가대표 선수가 국기에 대한 경례문을 낭독하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국위를 선양한 선수들의 열정·투혼·감동을 담은 애국가 제창 영상이 뒤이어 상영됐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역대 최소 규모로 치러진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이 참석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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