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 전환 1년 넘도록 법 없는 소방조직

안경환

jing@kpinews.kr | 2021-07-20 12:01:33

지방직 사무 여전히 시·도에 위임…직위만으로 지휘·통제 하기도
기본조직 및 직무범위 등 법으로 구체화 한 경찰·해경 등과 대조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조직을 구성·운영해 나갈 법조차 없어 '선언적 전환'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자로 지방직 소방공무원 5만2500여 명이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1973년 지방소방공무원법이 제정된 지 47년 만이다.

▲ 지난 17일 의정부 용현동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이에 따라 전국의 소방인력과 장비를 대형재난에 신속히 투입하는 전국 소방력 동원체계를 확립했다. 시·도 경계를 초월, 관할구역 구분 없이 재난현장 최근거리 출동체계를 마련한 것으로 시·도가 인접한 전국 439개 지역이 공동대응구역으로 설정됐다.

시·도 일반회계에서 소방특별회계를 분리, 소방정책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한 점도 성과 중 하나다. 그동안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편차를 보이던 소방서비스의 격차 해소와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도 뒤따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직 전환 1년이 넘은 현재까지 시·도에 소속된 소방공무원(기존 지방직)의 임용권한, 정원규정, 복무규정, 보수 등 상당수 사무가 여전히 해당 시·도 조례 등에 따르도록 돼 있다.

일례로 지난달 21일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고 김동식 소방령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광주소방서 구조대장인 고 김동식 소방령은 이천 물류센터 화재진압과 구조 임무 도중 순직했다.

당시 신열우 소방청장도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지만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된 영결식 장의위원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후 현재까지 경기도 2명, 전남·충남·울산 각 1명 등 전국에서 모두 5명이 화재진압 등을 위해 출동했다가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영결식은 모두 해당 지자체장으로 치러졌다.

소방청 관계자는 "임용권이 시·도지사에 위임돼 있기 때문에 장례 절차는 해당 시·도 조례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시·도에 소속되지 않은 소방공무원의 경우 소방청장 장으로 치러진다"고 설명했다. 기존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됐던 체계와 차이가 없다.

▲ 지난 12일 포천 신북면 심곡리에 위치한 공장화재 진압 모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소방공무원의 기본조직 및 직무범위 등을 구체화 할 조직법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다. 자체 조직법을 가지고 있는 경찰, 해양경찰 등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경찰은 1991년 5월부터 경찰법을, 해경은 지난해 2월부터 해양경찰법을 제정·시행 중이다. 각각의 법은 경찰과 해경의 기본조직 및 직무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경찰법의 경우 국가경찰의 임무에 대한 규정 뿐 아니라 경찰청부터 일선 경찰서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장의 직급과 지휘·감독 범위, 조직 구성 원칙 등을 세세하게 담았다.

경찰청장은 치안총감으로 보하고, 임기 2년에 중임할 수 없으며 치안정감 직급의 차장과 하부조직으로 국 또는 부·과를 두도록 하는 형태다.

소방은 이 같은 조직법이 없다보니 동일 직급 내에서 직위만으로 재난 상황을 지휘·감독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경기도의 경우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외에 2006년부터 북부소방재난본부를 신설, 별도로 운영 중이다. 경기본부는 수원소방서 등 24개 소방서를, 북부본부는 의정부소방서 등 11곳을 각각 관장한다.

북부본부장의 직급은 소방준감으로 지휘·감독해야할 관할 11개 소방서 중 하나인 고양소방서장과 직급이 동일하다. 간부후보 기수는 9기로 7기인 고양소방서장보다 오히려 늦다. 경기본부와 북부본부에 소속된 11명의 소방준감 직급자 가운데서도 북부본부장의 간부후보 기수나 임용시기가 가장 느리다.

경기도 내에선 2013년 경기본부장의 직급이 소방감에서 소방정감으로 상향된 이후 소방감 직급이 없다. 경기소방 역시 지속적인 북부본부장의 직급 상향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진 요원한 상태다.

경기도내 한 소방서 관계자는 "조직 운영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게 바로 조직법"이라며 "조직법이 없으니 단순히 직위만으로 후배가 선배를 지휘·감독하는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 조직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조직법 제정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동안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눠져 있었던 만큼, 기존 각각의 조직법을 토대로 할지 아니면 별개의 체계를 새로 만드는 게 효과적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법 제정은 국회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야할 사항으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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