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대권주자 탐구] ④ 정세균, 역전의 주인공 될 수 있을까

장은현

eh@kpinews.kr | 2021-07-19 10:11:39

'불평등 해소'에 집중…"강한 韓, 경제 대통령될 것"
지지그룹에 '친노·친문' 인사 배치해 '정통성' 강조
정치경력·안정감 최대강점…차별화하는 색깔은?
탈락 후보와 연대는 기회…'빅3' 재진입이 급선무
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후보를 뽑는 본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주자 6명은 오는 9월5일까지 8주간 혈투를 벌인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이낙연 후보 등 5명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50여일 간 누가 부상하고 추락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대권 6룡을 탐구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이재명·이낙연·추미애·정세균·박용진·김두관 후보 순으로 게재한다. 최근 지지율 흐름과 당내 관계자 평가 등을 종합한 것이다.
④ 정세균 전 국무총리…당대표·국회의장·국무총리 거친 정치 스펙 끝판왕

▲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후보가 지난달 17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놀림 받던 '빵돌이' 의전 서열 2위에 이르기까지…'끈기' 있는 정치인

"전주 시내의 신흥고등학교를 가고 싶었다. 교장 선생님께 찾아가 사정을 얘기했고 학자금을 면제받아 전학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먹고살 돈이 없었다. (...) 염치 불구하고 교장 선생님을 또 찾아갔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학교 매점에서 간식거리 파는 일을 주셨고 그 덕분에 2학년을 다닐 수 있었다. 당시 친구들은 매점에서 빵을 파는 '빵돌이'라고 놀렸지만 개의치 않고 학업에 열중했다."

정세균 후보가 2009년 펴낸 자서전 '정치에너지' 일부분이다. 전북 진안군에서 태어난 정 후보는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늘 먹고 사는 게 걱정이었지만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학교는 검정고시로 통과했고 공업고등학교에 다니다 전주의 한 인문계고로 전학했다.

1971년 삼수 끝에 고려대 법대에 합격한 후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대학 졸업 후엔 쌍용에 들어갔다. 1995년 미국 주재원 시절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권유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어려서부터 품어왔던 정치에 대한 꿈을 접지 못했다.

국회의원 선거에 6번 출마해 내리 6선을 했다. 1996년 15대 총선부터 2008년 18대 총선까지 전북 진안·무주·장수에서 4연승을 했고,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종로에서 이겼다. 20대 총선에서도 당선됐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6선때 압도적 지지율로 20대 국회의장을 지낸 뒤 총리까지 맡았다.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정치인"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총리 시절엔 중앙방역대책본부장으로서 'K방역'을 이끌었다. '코로나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렇게 정치적 입지를 확장하며 '신뢰 가는 정치인' 이미지를 굳혀 왔다.

▲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가 국무총리 시절인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친노·친문 '정통성' 강조…'경제 대통령' 앞세워 차별성 공약

조직력은 탄탄하다. 대선 캠프인 '미래경제캠프'에는 친노·친문 계열의 의원 다수가 함께 한다.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당시 정 후보와 단일화를 이뤘던 이광재 의원이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으로,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원조 친노'에 속한다. 정 후보는 지난 13일 캠프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순도가 가장 높은 민주당원은 이광재와 정세균"이라며 정통성을 부각했다.

이 의원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영주 의원은 대표적인 'SK'(세균)계다.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정 후보의 공부 모임인 '광화문포럼'의 회장으로 활동해왔다.

비서실장은 청와대 강기정 전 정무수석이 맡았다. 부실장에는 총리 시절 보좌진이었던 정기남 전 정무실장, 권오중 전 민정실장과 청와대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참여했다.

캠프 전략을 총괄하는 정무조정위원장엔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전략통' 김민석 의원이, 전략본부에는 강득구 의원이 선임됐다. 총괄본부는 재선의 박재호 의원과 4선의 안규백 의원이, 법률지원단은 검사 출신 김회재 의원이 맡았다. 대변인에는 전재수, 조승래 의원이 임명됐다. 수행단장은 초선 장경태 의원이 맡았다.

이광재 의원이 이끄는 미래·경제위원회엔 전문가 출신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광역교통특별본부에 맹성규 전 국토부 차관, 2050탄소중립 추진본부엔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을 배치했다.

미디어홍보본부장에는 총리실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김성수 전 비서실장이 임명됐다. 여성총괄본부장은 서영교 의원이, 정책총괄본부장은 김성주 의원이 담당한다. 조직직능총괄본부장엔 김교흥 의원이 선임됐다.

후원회장은 배우 김수미씨다. 전북 출신인 김씨는 지난 1997년부터 20여 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6년 총선에서도 종로 선거를 지원했다.

지난달 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강한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걸었다. 민주당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기업인 출신이다. '경제'에도 능한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워 차별성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2006년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왼쪽)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용산빌딩에서 열린 '미래경제캠프' 인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인 이광재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핵심 공약 '불평등 해소'…풍부한 정치 경력 VS 색깔 부재

정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대한민국의 시대 정신을 '불평등 해소'라고 진단했다.

그는 "모든 불평등과 대결하는 강한 대한민국의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며 "밥을 퍼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밥을 지어내는 역동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세균은 미래 경제를 지휘하고 먹거리도 만드는, 밥 짓는 경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미래씨앗 통장' 공약을 첫 번째로 내세웠다. 미래씨앗 통장은 국가가 아이의 이름으로 약 20년 동안 적금을 넣어 20세가 됐을 때 1억 원 정도를 준다는 게 골자다. '부모 찬스'가 없는 청년에게 '국가 찬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급폭탄'이라는 이름의 공급 중심 주택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공약이 비교적 구체적이긴 하나 여당의 기존 기조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 않고 '경제 대통령'을 내세울 만큼의 획기적인 내용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UPI뉴스는 정 후보의 경쟁력을 살펴보기 위해 'SWOT' 분석을 실시했다. SWOT 분석은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과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살펴보는 분석기법이다.

최대 강점은 화려한 경력과 높은 인지도, 적을 만들지 않는 리더십이다. 객관적인 스펙으로만 따졌을 때 당대표·국회의장·총리를 거친 정 후보를 이길 상대는 없다. 한 마디로 '정치 스펙왕'이다.

모르는 국민이 거의 없을 정도의 높은 인지지도 강점이다. 기초 베이스는 탄탄한 셈이다. 온화한 성품은 네거티브가 극성을 부릴 때 표심을 가져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 만의 뚜렷한 색깔을 만들지 못했다는 건 최대 약점이다. "사람 좋아 보인다"라는 말을 듣지만 '열성 지지층'이 없는 것이다. '비토 그룹'이 적으니 화제가 되는 경우도 비교적 적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19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선 '개인기'가 필요한데 바로 이 개인기가 정 후보에게 없다는 것이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 '장유유서' 발언을 하며 1차로 지지율이 하락했고 추미애 후보가 출마해 범친문 표도 잃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지율을 다시 올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중량감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건 한계로 언급된다.

넥스트리서치가 지난 15일 공개한 여론조사(SBS 의뢰로 지난 12, 13일 전국 유권자 1001명 대상으로 실시)에 따르면 정 후보 지지율은 2.6%에 불과했다. 5% 지지율이 '넘사벽'으로 보인다. 이재명 경기지사(25.1%), 윤석열 전 검찰총장(24.5%),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16.0%), 최재형 전 감사원장(5.1%),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4.0%), 유승민 전 의원(3.1%),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2.9%) 다음이다. 이번 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다.

정 후보 캠프 측 한 인사는 "요즘엔 대중에게 인기를 끌려면 '사이다 발언' 같은 시원시원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중요한데, 정 후보는 이 부분이 부족하긴 하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치 인생을 통틀어 남을 흉보거나 선동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 후보는 앞으로도 네거티브보다 신뢰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왼쪽)가 지난 15일 강원도 춘천을 방문해 최문순 강원지사와 만나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탈락 후보와의 연대·지지층 결집 행보…다시 '빅3'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정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이재명·이낙연 후보와 함께 여권의 '빅3'로 불렸다. 그러나 지금은 추미애 후보에 밀려 3위 자리를 빼앗긴 상태다.

현재로선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후보와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지지율 확보에 있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경선 승리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조직적인 선거인단 확보이기 때문이다. 컷오프된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를 서둘러 찾아 지지를 호소한 이유다. 이낙연 전 대표와 경쟁중이다. 두 지사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향후 예상되는 단일화 협상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대 위협으로 작용하는 건 이낙연 후보의 상승세다. 같은 호남 출신, 비슷한 정치 이력 등 색깔이 겹치는 두 후보로서 한쪽이 상승세를 보이면 자연스레 다른 한쪽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김두수 대표는 "대선주자로서 정 후보는 대체로 밋밋하고 호소력이 짙지 않다는 느낌이 있다"며 "호남 지지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된다면 이 후보에게 표심이 쏠릴 위험이 크다"고 평가했다.

반전과 역전을 위해 정 후보에게 필요한 건 '세 불리기'다. 현 시대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 담긴 정책으로 대중의 눈길도 끌어야 한다. 저서 '수상록'에서 "난 쇼맨십을 좋아하지 않는다. 진심을 전하는 것만 생각한다"고 했다.

정세균 후보는 과연 안 맞는 옷을 입지 않고 진심으로 만든 정책과 공약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끌 수 있을까. 본경선까지 약 2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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