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파' 좌장, 이한주…'열린캠프' 조정식 총괄
'기본소득' 이어 주택·의료 등 5대 '기본시리즈'
'사이다 화법'·추진력 강점…외연확장 가능성도
'친문'과 갈등은 약점…대세론으로 친문결집할 듯
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후보를 뽑는 본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주자 6명은 오는 9월5일까지 8주간 혈투를 벌인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이낙연 후보 등 5명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50여일 간 누가 부상하고 추락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대권 6룡을 탐구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이재명·이낙연·추미애·정세균·박용진·김두관 후보 순으로 게재한다. 최근 지지율 흐름과 당내 관계자 평가 등을 종합한 것이다.
① 이재명 경기지사…변방의 비주류 흙수저에서 가장 유력한 與 대선주자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서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소년공'에서 인권변호사, 경기지사까지…인생 굴곡 하나씩 정면돌파
'흙수저' 정치인 이재명 후보는 사연 많은 인물이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했던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만 나오고 공부를 포기했다. 중학교 진학 대신 경기도 성남의 상대원공단 노동자로 일을 시작했다.
삶이 바뀐 것은 공부에 대한 재능을 알게 된 뒤였다.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학과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1986년 사시 합격 후 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주로 성남 지역에서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다 2006년 지방선거, 2008년 총선에서 정계 진출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2010년 기회를 잡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해 55.05% 득표율로 완승했다.
정치 인생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배우 김부선씨와 스캔들 의혹, 형수와 욕설 논란 등 각종 악재는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뚝심의 이 후보는 하나하나 정면돌파하며 전진했다. 성남시장에서 경기지사로 올라간 뒤 업무 역량을 발휘하며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지난해 7월16일은 대권 도전 의지를 북돋우는 운명의 갈림길이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이 후보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 지지율 상승세를 타면서 유력 주자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가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성공포럼 공동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핵심 그룹 '성남라인'…여의도 '성공포럼'·'민주평화광장'으로 지지세 불려
이 후보의 지지세력은 당안팎으로 광범위하다. 전국 조직도 갖췄다.
우선 대선캠프. 친문과 친노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 최측근 5선 조정식 의원이 총괄을 맡고 있다. 옛 박원순계이자 3선인 박홍근(비서실장), 천준호(부실장), 김영진(상황실장), 윤후덕 의원(정책)등이 각 분야에서 역할을 맡아 참여했다.
대변인단에는 이 후보와 같은 안동 출신인 재선 박찬대 의원(수석대변인)과 초선 박성준·홍정민 의원(대변인)이 일하고 있다. 또 법률지원단은 주철현 의원, 전략은 민형배 의원이 맡았다. 이 후보의 '영원한 동지' 정성호 의원은 별도 보직 없이 캠프와 이 후보 간 가교 역할을 하기로 했다.
대선 핵심 그룹으로는 '성남 라인'이 꼽힌다. 1990년대부터 성남에서 인권변호사, 시장(2010~2018년) 등을 지낸 이 후보와 오랜 인연을 유지해왔다.
이 그룹의 '좌장'은 이한주 원장이 맡고 있다. 경제학자로 가천대 부총장을 지낸 그는 30년 넘게 이 후보와 뜻을 같이했다.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와 함께 전국민 기본소득 등을 설계하는 '정책 브레인'이다.
지원 그룹은 경기지사 취임 뒤 다양해졌다. 전직 의원 중 문학진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 제윤경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 김기준 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 등이 있다.
이 후보는 여의도 기반이 약했지만 최근 원내 의원 모임이자 싱크탱크인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성공포럼)을 통해 세를 불리고 있다. 김병욱·민형배 의원이 공동대표다. 40명에 가까운 현역이 참여했다.
민주평화광장은 전국적 지지 모임이다. 조정식 의원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해찬 전 대표의 연구재단인 '광장'의 기반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친노·친문 색채를 강화했다.
법조계에서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을 지낸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나승철 전 서울변호사회장, 백종덕 변호사 등이 측근으로 꼽힌다.
▲이재명 경기지사(앞줄 오른쪽 세번째)가 지난 4월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관계자들과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핵심 공약은 '기본소득'…'추진력'과 '대중적 인기' 강점 vs 도덕성, '친문 갈등' 약점
이 후보는 대선 국면 이전부터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특히 정부·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과정에서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해 '선별 지급' 옹호 측과 각을 세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또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 이른바 '기본 시리즈' 정책을 내놓으며 보편적 복지의 개념으로 각종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기본의료'와 '기본교육' 정책까지 구상해 5대 '기본 시리즈'를 완성한 뒤 대선 공약의 밑그림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속도감 있는 실행력과 선명성이 여론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게 이 후보측 자평이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조차 이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UPI뉴스는 대선 주자로서 이 후보의 경쟁력을 살펴보기 위해 'SWOT' 분석을 실시했다. SWOT 분석은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과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살펴보는 분석기법이다.
이 후보의 강점으로는 거침없는 '사이다 화법'과 추진력이 꼽힌다. 정치적 감각을 바탕으로 한 위기 돌파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정국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신천지에 강경 조치를 하면서 추진력과 결단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또 기본소득·기본대출·기본주택 등 '3대 기본제도'와 수술실 CCTV 의무화 등 자신만의 '정책 브랜드' 구축에 능력을 보였다.
이 후보의 외연 확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보수와 중도에서 여권 후보 중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2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의 강점은 '동물적 감각'을 지닌 정치력에 있다"며 "사회적, 정치적 논쟁거리에 대해 국민들의 가려운 속을 긁어주고 '기본소득'과 같이 대중들이 원하는 바를 실현해내는 추진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권 '빅3' 중 유일하게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대통령이 되려면 여의도 정치를 먼저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 정가에서 불문율로 여겨진다. 대통령에게 고도의 정무적 판단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의 '불도저식' 결단력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때에 따라 독단적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다양한 여러 의견을 조정해 정책 성숙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약점은 친문과의 갈등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최대 주주인 친문 세력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대선 경선과 2018년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친문과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도덕성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 후보는 지난 5일 TV토론 때 정세균 후보가 '여배우 스캔들' 해명을 요구하자 "혹시 바지 한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발끈한 바 있다. '바지 발언'은 국정 지도자 후보로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성남시장, 경기지사 선거와는 다르게 대선의 경우 국민들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게 된다"며 "여배우와의 스캔들, 형님·형수와의 논란,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 문제 등은 계속 이 후보를 괴롭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야권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UPI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등장은 위기이자 기회…尹 대항마로 李에게 세(勢) 결집할 수도
이 후보에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위기이자 기회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 후보는 본격 검증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주요 변수는 친문 진영이 집중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또 '반이재명 연대' 친문 후보들이 단일화로 뭉칠 경우 이 후보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전 총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이 후보의 경쟁력이 부각됨에 따라 당내 지지세가 탄탄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윤 전 총장의 대항마로 평가되는 이 후보를 중심으로 친문을 비롯한 여권 지지층이 뭉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정국 이후 넓게 드리워진 '반민주당 정서'가 역으로 이 후보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비주류인 이 후보는 여권의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반민주당 정서에서 타격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사람들이 '친문' 색채가 옅은 이 후보를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교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과 1, 2위를 다투는 이 후보의 대중적 인기는 가장 큰 무기"라며 "그는 문재인 정부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서 빗겨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이 후보가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업고 대세론을 굳힌다면 여권에서는 이 후보에게 세가 결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후보는 두번째 대권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서 2017년 1월 첫번째 대선 출마 선언에서 그는 자신이 소년공으로 일하던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아무도 억울한 사람 없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4년여 뒤 당 내부의 '친문·반이재명'에다 야권의 새 바람까지 안팎의 도전이 거세다. 그는 정면돌파를 위해 또 어떤 승부수를 내놓을까. 청와대 입성을 위한 이재명의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