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원전사건 압력으로 사퇴"…첫 민심투어는 '탈원전'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7-05 15:30:58

"월성원전 사건때 굉장한 압력 들어와 총장 그만뒀다"
"검수완박, 백운규 영장 청구 계기…정치 참여 관련"
6일 대전 카이스트 학생 만나…文정부와 대척점 분명
처가 의혹 강경 대응, 野 인사 만남…"정치인 변신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5일 "총장직을 그만두게 된 것 자체가 월성 원전 자체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월성 원전 사건이 고발돼 저희가 대전지검을 전면 압수수색 진행하자마자 감찰과 징계 청구가 들어왔고 어떤 사건 처리에 대해 음으로 양으로 굉장한 압력이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를 찾아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면담한 후 기자들을 만나서다.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서겠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학관으로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저는 검수완박이라 하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백운규 산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해서 이뤄진 것이라 봤고 제가 그렇게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더 이상은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다 판단해 나왔고 결국 오늘 정치를 참여하게 된 계기 역시 월성 원전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최재형 감사원장께서 정치에 참여할지 모르겠지만 원장을 그만둔 것 역시 월성 원전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법적 문제 안고 있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당시까지만 해도 (사건을) 배당해서 일할 때만 해도 탈원전 인식은 부족했던 것 같다. 저도 공직자고 정부 정책에 대해 막연하게 큰 생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면담을 진행한 주 교수는 "(정부가) 원자력 전문가와의 불통으로 여러 문제점을 야기했는데, 원자력이 오랜 가동 이력으로서 생명 안정성이 높음을 입증해왔다고 말씀드려 (윤 전 총장이) 이해하는 데 도움된 것 같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6일 국민 의견 청취를 위한 현장 행보를 시작한다. 이른바 '민심투어'.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관련된 중요한 스케줄이다.

첫 민심투어 행선지는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핵공학과 학생들을 만나 점심을 함께하는 일정이다. 원전 일자리와 관련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앞서 이날 주한규 교수와 면담한 것은 워밍업으로 여겨진다. 주 교수는 탈원전 정책을 반대해 온 대표적 학자 중 한 명이다. 이번 만남은 윤 전 총장 측에서 먼저 제안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원전을 첫 걸음으로 삼은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비판적 여론과 부정적 민심을 감안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윤석열식(式) 정책'의 윤곽을 일부 드러낸 것이기도 한다. 현 정부 들어 탈원전 가속화로 원전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관련 산업 미래는 물론 청년 취업도 어두워졌다는 평가가 적잖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실패한 정책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4년 전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으로 출범했지만 그동안 어땠느냐"며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대권 도전 사흘만에 '장모 구속'이라는 대형악재가 터져 위기를 맞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법적용에 예외없다"며 자신과 처가 문제를 분리해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지난 2일 장모 유죄 판결 이후 사흘 간 윤 전 총장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게 최근 여론조사 결과다. 일단 '처가 리스크'의 터널을 그런대로 헤쳐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곧 검사의 색깔을 지우고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장모 판결 이후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와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을 잇달아 만난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연좌제는 없다", "입당에 문제 없다"며 윤 전 총장을 적극 감쌌다. 윤 전 총장으로선 제1야당의 엄호가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 원 지사를 만나 "'덧셈 정치'를 같이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시간 넘긴 만찬에서 "역사나 정치나 덧셈의 개념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정희도 그렇고 김대중도 그렇고 다 이들이 역사 속에서 하나하나 축적돼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자신과 처가 관련 의혹 보도에 강하게 대응하는 것도 정치에 익숙해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부인 김건희 씨 소유 주택에 삼성전자가 한때 전세권을 설정했던 것과 관련해 "삼성과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특정 언론 등이 삼성전자와 윤 전 총장 사이에 무엇인가 커넥션이 있는 것처럼 허위 의혹을 지속 제기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전날에도 여주지청장 시절인 2013년 말 처가 형사사건에 압력을 행사해 징계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검증 없이 보도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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