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발 '역사 전쟁' 활활…이낙연 "파장 생각해야"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7-05 14:00:44

野 이준석 "李, 국민분열 통해 이득 보려는 술수"
윤석열, 李 겨냥 "편향된 생각된 사람만 공직자"
與 '색깔론' 반격…송영길 "공안시대 퇴행적 모습"
이낙연 "지도자 자기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

이재명발(發) '역사 전쟁'이 여야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야권은 5일 "미군은 점령군"이라고 말한 이재명 경기지사를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사를 엄호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때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이미 전날 한판을 치렀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경북 안동에서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용납할 수 없는 셀프 역사 왜곡"이라며 이 지사를 처음으로 직격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곧바로 "구태 색깔 공세"라고 응수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지사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지사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대해 (미 점령군과) 친일 세력의 합작이라고 단정을 지은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규정했다. "국민 분열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자 하는 매우 얄팍한 술수"라는 이유에서다. "친일 논란을 일으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자체를 폄훼하는 시도"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 지사는 2017년 (대선에) 출마할 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는 참배할 수 없다며 분열의 정치를 본인의 정체성으로 삼았던 적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지리산에 들어가 빨치산을 하든지 하라"고 원색 비난했다. 또 "아니면 '억강부약'의 대동 세상, 백두혈통이 지배하는 북한으로 망명을 하시든지 그래야지"라고 저격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학 시절에 읽은 '해방전후사의 인식' 외에 읽은 책이 없는 것인지, 이렇게 무식한 사람이 경기지사까지 됐다는 게 참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지원사격을 했다.

안 대표는 민주당 대권 주자들을 향해 "여러분들은 1948년에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그는 "정치인은 역사적으로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며 "공은 계승하고 과는 교훈을 얻어 그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민을 통합시키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야권의 양당 지도부가 이날 이 지사와 민주당을 협공하면서 역사 논쟁의 전선이 가열되는 흐름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이 지사를 압박했다.

유 전 의원은 "이 지사가 세우겠다는 '새로운 나라'는 반미·반일의 나라인가"라고 캐물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충격적 역사관"이라며 "국민 편 가르기에 역사를 이용하려는 모습을 개탄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전 총장에게 '공안검사', '색깔론' 프레임을 씌우며 반격했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운데)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송영길 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장모 사건 터지고 하니까 공안 검사 시대로 돌아가는 퇴행적 모습을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의 '콘텐츠 없음'이 드러난 게 아닌가"라고도 되물었다.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은 "백 년 전에나 있을 법한 시대착오적 이념과 색깔 논쟁 말고 미래의 100년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말해달라"고 직격했다. 정청래 의원은 SNS에서 "철학의 빈곤은 그렇다 치고 고작 철 지난 색깔론을 들고나오다니…"라며 윤 전 총장을 비꼬았다.

그러나 이 지사와 맞서는 이낙연 전 대표 등 '반이재명' 진영에선 '결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이 지사를 탓하는 뉘앙스도 풍겼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대해 "학술적으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어떤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꼬집었다. '뼈' 있는 지적으로, 우회 비판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지도자는 자기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가 본선 리스크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당에 많은 의원이 (안정감 부분에서) 걱정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또 '이 지사가 시원하고 솔직해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회자 발언에 대해 "그것의 진면목이 뭐였는지가 차츰 드러날 것"이라며 각을 세웠다.

정세균 전 총리도 지난 2일 이 지사 점령군 발언에 대해 "검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민주당 대통령들은 단 한 번도 이런 식의 불안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정 전 총리는 다만 이날 윤 전 총장과 야권을 비판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야권이 이를 정치 논쟁으로 확대하는 일은 그 저의가 불온하다"며 "이것이 새로운 정치는 아니다"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양쪽을 싸잡아 공박했다. 박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서로 미주알고주알 물고 늘어지는 것 자체가 말꼬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 이야기하기도 바쁜데 갑자기 왜 해방기 시기 이야기를 하냐"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을 향해 "색깔론을 편다"고 비판한 이 지사를 이날 다시 직격했다. 그는 서울대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왜 이렇게 편향된 생각만 가진 사람들을 공직자로 발탁해 쓰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고 공직자로서 나라의 중요 정책을 결정할 지위에 있거나, 그 지위를 희망하는 분들이면 현실적인 역사관과 세계관을 갖고 나라 운영해야 하지 않느냐가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미 점령군'이란 표현이 학술적으로도 정리된 것이란 주장에는 "현 정권의 핵심 위치에 있는 분들이나 그런 말씀을 한 분들이 그동안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 종합해 판단해 달라"고 응수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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